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8일 메르코수르 정상회의 참석 중 언론에 둘러싸여 있다. 아순시온/EPA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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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최대 경제협력기구인 메르코수르 정상회의가 8일(현지시각) 파라과이의 수도 아순시온에서 개막했다. 이번 회의에서 볼리비아가 새로 정회원으로 참여할 예정이지만, 핵심 회원국인 아르헨티나 정상이 브라질 등 다른 회원국과의 갈등으로 불참해 앞길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임을 내비쳤다.
주최국이자 순회 의장국인 파라과이의 산티아고 페냐 대통령은 “메르코수르가 최고의 시기를 보내고 있지 않은 이때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이번 회의에서 회원국 정상들은 준회원이었던 볼리비아의 정회원 자격을 승인할 예정이다. 이번 회의에 참여한 루이스 아르세 볼리비아 대통령은 이에 대해 “메르코수르의 정회원 승격은 지역 통합의 중요한 공간에 참여하는 것을 뜻한다”고 뜻을 새겼다.
그러나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이번 회의에 참여하지 않고 경제장관을 대신 보냈다. 밀레이 대통령은 이웃 나라의 진보 성향 정상들과 불화를 겪고 있다. 특히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을 향해 “멍청한 공룡”이라고 막말을 하는 등 불편한 관계다. 그는 메르코수르에 대해서도 “결점이 많은 기구”라며 비판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이번에도 아르헨티나 대통령실은 밀레이 대통령이 “회의의 어젠다에 대한 이견”으로 회의에 불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남미 경제권의 두 기둥이다. 그동안 메르코수르의 운영에도 두 나라의 논의와 결정이 압도적인 영향력을 발휘했다. 그런 아르헨티나의 불참으로 이번 회의가 반쪽짜리 회의에 그칠 것이라는 비관론도 나온다.
룰라 대통령은 밀레이 대통령의 불참에 대해 “엄청난 바보짓”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같은 보수 성향의 대통령들도 비판에 합류했다. 폐냐 대통령은 “지도자들 사이에 정치적, 이념적 견해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이런 다양성을 약점의 신호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고 화살을 날렸으며, 루이스 라카예 포우 우루과이 대통령은 “메르코수르가 중요하다면 모두 여기 와야 한다”고 못마땅해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메르코수르와 유럽연합(EU)의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협정은 2019년부터 본격 추진되고 있지만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아르헨티나는 “협정이 브라질에만 유리하다”며 반발하고 있고, 유럽에서는 프랑스가 특히 부정적이다. 파라과이 언론에서는 유럽연합이 최근 환경보호 의무 등 새로운 조건을 추가해 협상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또 중국과의 무역 문제도 주요 의제로 거론된다. 중국이 주요 무역대상국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메르코수르 차원에서는 회원국들간의 이견으로 아직 공식적인 경제협력 틀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021년 우루과이가 메르코수르 체제 밖에서 중국과의 경제협력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빚어졌다. 메르코수르 규약은 회원국의 이런 양자 관계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브라질이 메르코수르 차원에서 중국과의 광범한 무역 협정을 추진하자고 제한하고 나섰지만, 이번 회의에서 진척이 이뤄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무엇보다 파라과이가 대만과의 외교관계를 유지하며 중국과 갈등하고 있다. 이에 포우 우루과이 대통령은 “메르코수르가 자국을 인질로 삼고 있다”며 “곧 중국과의 대화 메커니즘 재개를 모색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또 한국과 일본, 아랍에미리트(UAE)와의 자유무역협정 추진도 논의될 것으로 보이지만, 얼마나 성과를 낼지는 역시 미지수다. 메르코수르가 현재 자유무역협정을 맺고 있는 나라는 이집트와 이스라엘 두 곳뿐이다.
메르코수르는 1991년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파라과이 등 4개 나라 정상이 모여 창설한 기구로, 역내는 무관세, 대외적으로는 공동 관세를 표방하는 관세동맹이다. 정회원인 이들 4개 나라 이외에 칠레와 페루, 에콰도르, 수리남 등이 준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준회원이었던 볼리비아가 이번에 정회원이 되면 정회원국은 다섯 나라로 늘어난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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