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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이슈 혼돈의 가상화폐

美대선 후 가상화폐법 대거 통과 … 거래시장 레벨업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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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가상화폐는 큰 시세 변동성 때문에 대중에게 '자산'으로서 더 큰 존재감을 지니고 있는 듯하지만 태생적인 목적은 '금융의 탈중앙화'에 있다. 은행과 정부 같은 중앙 직권 기관 없이 이용자들 사이에서 자율적인 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는 금융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탈중앙화를 위한 블록체인 기술은 '확장성'과 '보안성'이라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동시에 달성하기 힘든 가치들도 함께 추구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가상화폐 시장에서는 이 과제를 기존보다 더 효과적으로 해결했다고 주장하는 천재들이 저마다의 프로젝트를 세상에 선보이고 있다. 그때마다 시장은 해당 프로젝트가 얼마나 기술적으로 진보돼 있으며 어떤 스토리를 지니고 있는지를 활발하게 논의하면서 프로젝트 화폐의 가격을 롤러코스터에 태운다.

지난 5월 국내 5대 가상화폐 거래소에 이례적으로 동시 상장된 프로젝트 '수이(Sui)'도 그중 하나다. 수이는 기술적으로 구현하기가 더 어렵다는 '레이어1(L1)' 블록체인인 데다 메타가 자체적으로 시도했던 코인 '디엠(리브라) 프로젝트' 출신 개발자들이 나와 만들었다는 점에서 크게 주목받았다. 매일경제는 지난 5일 수이의 개발사 미스틴랩스의 에번 청 최고경영자(CEO·사진)와 서면 인터뷰하면서 수이 프로젝트의 우수함과 그가 수이를 통해 꿈꾸는 블록체인의 미래에 대해 들었다. 미국 대선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의견도 물었다.

수이는 '탈중앙화'가 잘된 L1인 데다 속도가 빨라 확장성이 높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블록체인이 탈중앙화와 확장성, 보안성을 함께 추구하기 힘든 '트릴레마'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었냐는 질문에 청 CEO는 수이가 프로그래밍 언어 '무브(Move)'를 사용한다는 점과 미스틴랩스의 개발 역량을 들었다. 그는 "수이는 미스틴랩스의 공동 설립자 겸 최고기술책임자(CTO)인 샘 블랙시어가 만든 새로운 프로그래밍 언어 무브를 사용한다"며 "무브는 오류, 버그 및 보안 취약점에 대한 내장 보호 기능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 메타 개발자들이 만든 또 다른 L1인 '앱토스' 역시 무브 언어를 사용하지만 수이는 여기에 안정성을 더욱 강화했다고도 덧붙였다.

각 프로젝트들이 지닌 기술적 특성 외에도 최근 가상화폐 시장을 흔들 것으로 예상되는 이슈는 미국 대선이다. 지난 상반기 미국 금융당국은 비트코인에 이어 이더리움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까지 승인했는데 일각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유권자들의 표심을 의식해 내린 결정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청 CEO는 미국 대선이 가상화폐 시장에 분명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특히 보다 명확한 규제로 이어져 산업 전반의 불확실성이 걷힐 수 있다는 점에서 낙관적으로 내다봤다.

그는 "블록체인 규제에서 미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몇 년간 뒤처져 있어 투자자들이나 디벨로퍼, 빌더들이 보다 명확히 규제를 하는 다른 지역으로 떠나게 하는 요인이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최근에는 "양당이 가상화폐에 대해 합의된 규칙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깨달으면서 '스테이블 코인' 'FIT21'과 같은 규제 법안들이 하원을 통과했다"고도 덧붙였다. 스테이블 코인 법안은 지난 5월 미국 하원이 초당적 지원을 받아 처음으로 통과시킨 가상화폐 관련 법안으로, 미국 내에서 유통되는 스테이블 코인 관리 주체를 두고 양당이 합의점에 닿지 못해 오랜 기간 통과가 지연돼 왔다.

청 CEO는 '밈코인'에 대한 생각도 공유했다. 밈코인이란 인터넷이나 SNS상 밈 또는 농담에서 영감을 얻은 가상화폐다. 탈중앙화 거래소에서 체인 사용량을 크게 증가시키지만 일각에서는 이 거래량에 의미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밈코인이 시장에서 유의미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봤다. 청 CEO는 "밈코인은 종종 가상화폐 시장에서 투기적이거나 심지어 하찮게 여겨지지만 시장에 새로운 사용자와 유동성을 가져오고 생태계 전반에 걸쳐 새로운 파트너십을 창출한다"고 평가했다. 현재 총 시장가치 470억달러, 일일 거래량 40억달러가 넘는 밈코인은 거래소상 투자자들의 활동을 증가시킨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스틴랩스는 오는 9월 3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앤리조트에서 열리는 국내 주요 블록체인 행사 '코리아 블록체인 위크'에도 스폰서 및 연사로 참여하며 한국 시장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청 CEO는 그 배경을 묻는 질문에 "한국은 선도적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채택하고 있으며 열성적인 팬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어 수이에 중요한 시장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NHN, 넷마블 등 한국 대형 게임사들이 최근 수이를 기반으로 한 이니셔티브를 발표하는 등 '빌더' 입장에서도 주요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기도 하다.

청 CEO는 미스틴랩스가 수이를 통해 구상하는 미래를 묻는 질문에 "인터넷 사용자가 언제 어떤 개인정보를 공유할지에 대한 통제권을 갖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미래에는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중개자가 아닌 코드에 의해 투명하게 관리되는 디지털 자산이 포함될 것이며 우리는 수이가 이 비전을 지원할 수 있는 유일한 네트워크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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