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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검찰과 법무부

"공범 법정진술 허위 땐 檢진술 허용"...하급심, 대법에 반박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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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대법원 전경,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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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고인 본인의 검찰 조서뿐만 아니라 공범의 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피고인이 공판에서 부인할 경우 증거로 쓸 수 없다. "

이는 최근까지 원칙처럼 굳어진 대법원 판례다. 하지만 피고인이 법정에서 부인한다는 이유로 공범의 수사기관 진술까지 무조건 배척하는 건 맞지 않다며 대법원 판례를 정면 반박한 하급심 판결이 나왔다. 공범과 피고인과 각각 재판의 별개 당사자로 서로의 재판에선 목격자나 증인이 될 수 있는 데도 공범의 조서까지 무조건 배척할 경우 실체적 진실 발견을 할 수 없다는 취지에서다.



대법 “공범 피신조서도 피고인 부인하면 증거 못써”



공범의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 문제는 개정 형사소송법 312조 ①·③항이 2022년 1월 시행된 이후 생겨난 새로운 쟁점이다. 검찰 피의자 신문조서와 검사 외 수사기관 진술은 피고인 본인이 재판에서 그 내용을 인정해야 증거로 쓸 수 있다고 규정하는 내용이다. 문제는 해당 조항은 피고인과 함께 범행을 저지른 공범이나, 마약 매수자와 매도자와 같이 서로 대향범(對向犯) 관계인 다른 피고인에 대한 조서에 대한 증거능력에 관해선 규정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대신 312조④항이 ‘피고인이 아닌 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는 원진술자의 공판 진술이나 영상녹화물 또는 객관적인 방법에 의하여 증명되고 기재 내용에 관하여 원진술자를 신문할 수 있었던 때에는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 이후인 지난해 6월에도 ‘공범‧대향범의 피신조서도 피고인의 피신조서와 동일하게 형소법 312조①·③항을 적용해 피고인이 내용을 부인할 경우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놨다.



하급심 “공범의 조서 증거능력은 별개로 판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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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방법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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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대구지법 형사4부(부장판사 김형한)는 지난 5월 “공범은 피고인과 같게 볼 것이 아니라 ‘피고인이 아닌 자’로 보고 312조 4항을 적용해야한다”며 정반대의 판단을 내놨다. 필로폰 투약으로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B씨에게 1심을 깨고 징역 2년 및 15만원 추징을 선고하면서다. ‘B씨에게서 필로폰을 샀다’는 매수범의 수사기관 진술을 근거로 1심은 인정하지 않았던 ‘필로폰 매매’ 혐의를 추가로 인정해 형이 늘린 것이다. 게다가 공범인 매수범이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했지만, “1심 법정진술 전에 교도소에서 다른 사람을 통해 위증을 부탁받은 정황이 있어 법정 진술을 믿을 수 없다”고 공범의 위증 정황을 근거로 B씨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증거로 인정한 결과다.



“마약·도박·조직범죄 공범 진술 없인 진실 발견 어려워”



해당 재판부는 “공범 수사기관 진술을 배척한 1986년 대법원 판례의 결론만 답습하는 2023년 대법원 판결은 설득력이 없다”며 공범이나 대향범의 조서를 피고인이 부인하면 무조건 배척할 수 있게 한 건 타당하지 않다고 봤다. 그러면서 ▶공범의 조서를 배척할 수 있게 한 대법원 논리대로라면 목격자 등 관련인의 진술은 배척하지 못하는 건 모순이며 ▶피고인과 공범은 각자의 재판에서 진술조서에 대한 증거능력을 따로 인정하는 것으로 방어권 보장이 되고 ▶조서에 대해 진술자를 법정에 불러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을 보장할 수 있어 무조건 증거능력을 배척하는 건 옳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 부장판사는 “과거 고문 등 위법수사로 자백이 강요됐던 역사적 경험이 있어 수사기관에서의 증거능력을 부정할 수 있게 만든 법 조항이지만 현재는 가능성이 낮다”며 “2007년 ‘피고인이 아닌 자’에 대한 조서 증거능력을 따질 312조 ④항을 신설했는데 굳이 ①항‧③항을 유추·적용해야할 이유도 없다”고 했다. 또 “진술거부권, 증거능력 부인 등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할 수단이 충분하고. 권력형‧마약‧도박‧조직범죄 등 내부 공범의 진술이 없다면 진실을 발견하기 어려운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범이 법정 진술을 번복하는 경우 피신조서는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해 증거 가치가 있다”며 “법정 진술이 허위일 경우 공판중심주의가 오히려 형해화할 우려가 있어 피신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해 비교‧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도 했다. “범행 직후 수사기관 진술로 가치도 있다”는 점도 짚었다. 이 사건은 B씨가 상고해 현재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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