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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16 (화)

극빈 가정, 16세 임신, 자퇴생…영국 부총리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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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16세 미혼모에서 영국 내각의 2인자가 된 앤절라 레이너. “사회주의자인 동시에 현실주의자”라고 말하는 그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복지와 교육 분야에 집중할 계획이다. [레이너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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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섯 살에 임신해 학교를 자퇴한 소녀가 지난 5일(현지시간) 출범한 영국 부총리에 올랐다.

이번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키어 스타머 노동당 내각에서 부총리 겸 균형발전-주택 및 지역사회 담당 장관으로 임명된 앤절라 레이너(44)가 그 주인공이다. 가디언에 따르면 1980년에 그레이터맨체스터주의 스톡포트에서 태어난 레이너는 빈한한 가정에서 자랐다. 한 인터뷰에서 그녀는 “어머니는 읽고 쓸 줄을 몰라 집에 책이 없었다”고 고백했다. 집에 들어오지 않은 아버지를 대신해 조울증에 걸린 어머니를 열 살 때부터 돌봤다. 문맹이던 어머니 때문에 개 사료를 먹을 뻔한 일도 여러 차례 있었다.

중학생이 되면서 탈선을 일삼았고, 열네 살 무렵엔 매일 밤 나이트클럽을 드나들었다. 열여섯 살에 임신하면서 학교를 자퇴했다.

그가 장남을 낳은 97년, 토니 블레어 노동당 정부가 출범했다. 저소득층 자녀의 육아를 지원하는 교실이 열렸고, 레이너는 1기생으로 이 혜택을 받았다. 스톡포트 대학에서 수어를 배우고 요양보호사 자격을 취득해 취업에도 성공했다. 노동조합 간부를 맡으면서 노동당에 입당한 게 정치 입문의 계기가 됐다. 그는 2015년 총선에서 자신의 인생 전기를 마련해 준 노동당 후보로 출마해 맨체스터 애슈턴언더라인 선거구에서 당선했다. 노동당이 야당이던 시절 섀도 캐비닛(예비 내각)에 여러 차례 이름을 올렸다.

본인 스스로는 사회주의자로 칭하지만, 온건 좌파로 분류된다. 치안 문제에 대해서는 상당한 강경파여서 “경찰은 테러리스트에게 총을 먼저 쏘고, 질문은 그 다음에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년 시절 반사회적 환경에서 받은 고통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현지 언론들은 분석하고 있다.

열여섯 살에 첫 아들을 얻은 후 노조 간부와 결혼해 두 아들을 또 얻었다. 2017년에는 장남이 딸을 낳으면서 37세에 할머니가 됐다고 알렸다.

그녀는 노동자 출신이란 점을 숨기지 않는다고 한다. 속기사들에게 연설문을 매끄럽게 수정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하면서 “(잘못된 문법조차) 그것이 나 자신이기 때문”이라고 했다고 한다. 영국의 정치 전문지 뉴스테이츠맨은 그녀를 2023년 영국 좌파 정치인 가운데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8위로 선정하기도 했다.

새 내각에서 흙수저 출신은 레이너만이 아니다. 스타머 내각 구성원 22명 가운데 상당수는 어려운 가정형편에서 성장한 자수성가형이다. 스타머 본인도 어린 시절 공과금을 못 내 전화가 끊긴 적이 있을 정도로 가난했다. 집안에서 대학에 들어간 것도 스타머가 처음이다. 여성을 고위직에 대거(6일 기준 절반인 11명) 앉혔다는 점도 스타머 내각의 특징이다.

◆스타머 총리 첫 업무 ‘난민이송 폐기’=스타머 총리는 취임 하루 만인 지난 6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전 정부의 간판 정책이던 ‘르완다 난민 이송 정책’을 백지화하는 것으로 첫 업무를 시작했다.

박현준 기자 park.hyeon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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