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BIFAN 마스터클래스를 찾은 조니 토 감독. [사진 BIF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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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의 과도한 출연료로 인해 투자금 대비 수익률이 점점 줄어드는 게 영화 시장 현실이다. 제작비의 절반 정도를 배우가 가져가니, 창작자는 발전할 동력이 떨어진다. 한국영화가 위기라고 하는 것도 이런 문제 때문이 아닐까.”
홍콩 누아르 대부 조니 토(杜琪峰·두기봉, 69) 감독이 한국영화 위기론에 대해 스타 배우에 의존하는 시스템을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제2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마스터클래스 참석차 내한한 그는 지난 5일 인터뷰에서 “영화는 독립적인 사고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지난 5일 BIFAN 마스터클래스를 찾은 조니 토 감독. 그가 제작을 겸한 영화 ‘흑사회’. [사진 케이알컨텐츠그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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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니 토 감독은 1980~90년대 홍콩영화 황금기엔 코미디·무협·액션 등 상업 영화를 주로 했다. 저우룬파(周潤發·주윤발), 량차오웨이(梁朝偉·양조위), 장샤오치(??祺·주성치), 류더화(劉德華·유덕화) 등 스타들과 흥행작을 냈지만, 1990년대 초 천문학적 몸값의 스타들에게 좌지우지되는 제작 방식에 염증을 느꼈다.
‘천장지구’ 시리즈.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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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오랜 친구인 웨이자후이(韋家輝·위가휘) 감독과 영화사 ‘밀키웨이 이미지’를 설립한 후 건조한 누아르 스타일을 완성했다. ‘흑사회’(2005)로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익사일’(2006)과 ‘매드 디텍티브’(2007)로 베니스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등에 초청됐다. 그의 연출작 ‘마약전쟁’(2013)을 리메이크한 한국영화 ‘독전’(2018)은 520만 관객을 동원했다.
‘용호방’. [사진 우디네 극동 영화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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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부천영화제가 4K 디지털 복원판으로 상영한 ‘용호방’(2004)은 일본 거장 구로사와 아키라의 데뷔작 ‘스가타 산시로’(1943)를 오마주한 작품이다. ‘스가타 산시로’는 한 청년이 유도 대결을 통해 성숙해가는 내용이다. 구로사와 아키라의 ‘광팬’을 자처하는 조니 토 감독은 이를 알코올 중독자로 전락한 유도 선수가 젊은 유망주의 도전장을 받고 삶의 희망을 찾아가는 여정으로 재해석했다. 그는 “‘용호방’을 촬영한 2003년 당시 전염병 ‘사스’(SARS)로 인해 홍콩이 경제난을 겪고 사회 분위기가 우울했다”면서 “늘 ‘파이팅’을 외치는 일본 영화·드라마처럼 열정과 꿈을 갖고 미래로 달리자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를 통한 이런 문화 교류를 ‘조용한 혁명’이라 일컬은 조니 토 감독은 최근 10년간 한국영화의 발전상을 주목했다. 이창동 감독의 ‘밀양’(2007)과 ‘오아시스’(2002)를 가장 좋아한다는 그는 “홍콩영화는 전성기에도 칸 영화제에 초청된 건 왕자웨이(王家衛·왕가위) 작품뿐이었는데, 한국영화는 칸 영화제에서 늘 뜨겁다”면서도 “특정 배우가 아니면 영화가 돈을 못 벌 거란 인식은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까지 현역으로 활동하는 원동력을 묻자, “44년간 영화를 연출했지만 스스로 만족할 만한 최고작이 아직 없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내년에 일흔인데 앞으로 10년 넘게 더 찍지 않겠냐”고 되물으면서다.
부천=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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