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직후 미국에서 나토 정상회의 열려
전문가 “마크롱, 더는 주목받지 못할 듯”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달 12일 연설 도중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프랑스 총선 결선투표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마크롱은 레임덕에 직면할 것이란 관측이 잇따르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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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결선투표를 하루 앞둔 6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극우 성향 국민연합(RN)이 원내 과반 의석을 얻어 단독 집권하는 경우 마크롱은 그날로 ‘식물 대통령’이 될 수밖에 없다. 조르당 바르델라 RN 대표가 총리에 올라 마크롱과 동거정부(cohabitation)를 꾸리면 대통령은 뒤로 처지고 총리가 모든 의사결정을 주도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여론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이런 상황이 올 가능성은 낮다. 최근 입소스가 프랑스 유권자 1만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RN은 175∼205석을 얻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원 전체 577석의 과반(289석)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으로 단독 집권은 사실상 물건너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렇다고 마크롱이 좋아할 일은 아니다. 좌파 성향 신인민전선(NFP)이 145∼175석으로 RN에 이어 두 번째 많은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됐기 때문이다. 마크롱이 속한 중도 집권당은 118∼148석으로 3위에 그칠 것이 확실시된다. 이 경우 극우의 집권을 막으려면 NFP와 집권 중도당의 연립정부 구성이 불가피하다. 문제는 NFP가 극좌부터 중도 좌파까지 포괄하고 있다는 점이다. 마크롱은 극좌와는 결코 함께할 수 없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어렵사리 연정이 꾸려지더라도 의석수로 따져 총리는 집권당 대신 NFP가 배출할 공산이 크다. 결국 대통령과 좌파 야당 소속 총리가 공존하는 동거정부로 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프랑스 총선 후 하원 제1당에 오를 것이 확실시되는 극우 성향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 전 대표(앞줄 왼쪽)와 조르당 바르델라 현 대표(오른쪽). 다만 RN이 원내 과반을 얻어 단독 집권할 가능성은 낮아 총선 후 프랑스 정치는 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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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저명한 정치 분석가 도미니크 모이지는 AP와의 인터뷰에서 “총선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마크롱은 프랑스 경제 부양을 위한 그의 친(親)기업 정책을 더는 실행할 수 없을 것”이라며 “우리는 미지의 세계 앞에 있다”고 말했다. 좌파와 중도의 연정이 꼭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모이지는 “연정은 프랑스의 전통이 아니다”라는 말로 강한 회의감을 표시했다.
이런 가운데 국제사회의 시선은 오는 9∼11일 미국 수도 워싱턴에서 열리는 나토 창설 75주년 기념 정상회의에 쏠린다. 미국과 더불어 나토의 핵심 구성원인 영국과 프랑스가 총선을 치른 뒤 처음 펼쳐지는 외교 무대이기 때문이다. 보수당에서 노동당으로의 정권교체가 이뤄진 영국은 키어 스타머 신임 총리가 참석한다. 노동당이 하원 전체의 3분의 2 가까운 압도적 의석을 차지한 만큼 스타머 총리는 강력한 리더십을 토대로 나토 회의에서도 상당한 존재감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레임덕에 직면한 마크롱은 나토 회의에서 사실상 ‘투명인간’ 취급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더는 프랑스의 외교 및 국방 분야 정책을 그가 주도할 수 없다는 점이 확실해졌기 때문이다. 이는 유럽연합(EU)도 마찬가지다. 프랑스 정국이 안정을 찾을 때까지 당분간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혼자 EU를 이끌어 가야 하는 상황이 도래할 전망이다. 모이지는 “국제사회에서 영국의 발언권은 커지고 프랑스는 작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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