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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이란 대선 개혁파 당선에도 "즉각적 변화 어려울 듯"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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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대선에서 당선된 마수드 페제시키안.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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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현지시간) 이란 대통령 보궐선거 결선투표 집계 결과 온건·개혁 성향의 마수드 페제시키안(70) 의원이 당선되자, 서방 언론들은 이란 내 정부에 대한 불만 및 개혁을 원하는 민심이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란핵합의(JCPOA) 복원, 히잡 단속 완화를 공약한 페제시키안의 당선이 즉각적인 정책 변화로 나타나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페제시키안은 헬기 추락 사고로 숨진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의 후임을 선출하는 보궐선거에 출마가 승인된 6명 중 유일한 온건·개혁파 후보였다. 보수 강경파가 득세한 정치 지형상 당선 가능성이 작다고 평가됐지만, 지난달 28일 1차 투표에서 예상을 깨고 득표율 1위로 결선투표에 진출했다.

대선 운동 기간 그는 “히잡 단속을 완화하겠다”고 밝히며 2022년 히잡 시위 이후 정부에게서 등을 돌렸던 청년과 여성의 표심을 얻었다. 또한 이란 경제를 무너뜨린 서방의 제재를 완화하기 위해 관계 개선을 꾀하겠다고 공약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강경파 후보에 대한 두려움이 도덕 경찰을 통제하고 서방과의 핵 협상을 재개하겠다고 약속한 페제시키안의 당선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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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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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대다수 서방 언론과 전문가들은 페제시키안의 당선이 이란의 전면적인 변화가 의미한다고 보진 않고 있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중동 전문가 사남 바킬은 미 CNN에 이란의 정치 구조 등을 지적하면서 "곧바로 이란의 정책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이란 대통령은 '권력 서열 2위'로, 이슬람 신정일치 체제의 이란에선 절대 권력을 가진 이는 대통령이 아니라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다.

특히 국방·안보·외교 등 주요 정책은 최고지도자의 뜻을 거스를 수 없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페제시키안이 서방과의 관계 개선 필요성을 주장해왔지만 의회와 사법부, 군을 보수파가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 취임 초부터 강력한 반대에 직면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실제로 페제시키안은 신정체제에 정면 도전하지 않는 인물이란 평가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에게 공개적으로 충성을 맹세했고 이란 혁명수비대(IRGC)를 지지한다는 발언도 수차례 내놨다. 그는 히잡 착용 의무의 폐지를 요구하지 않고, 선거 유세장에 히잡을 쓴 딸과 함께 나타나는 등 체제의 '레드라인'을 넘지 않을 것임을 직간접적으로 밝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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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마수드 페제시키안과 히잡을 쓴 그의 딸이 인사하고 있다. EPA/STR=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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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개혁파의 대통령 당선이 지닌 의미도 적지 않다는 평가다. 미국 조지워싱턴대 중동학과 교수 나데르 하셰미는 뉴욕타임스(NYT)에 “모든 한계와 실패에도 불구하고 개혁 지향적인 대통령 당선은 의미가 있다”며 “이슬람 공화국의 권위주의에 어느 정도 제약을 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채텀하우스의 바킬도 CNN에 "페제시키안이 덜 억압적인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시스템을 통해 그리고 그 안에서 일하려고 노력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선거 결과는 경제 불안과 사회 혼란으로 지도층과 이반된 이란의 민심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ICG)의 이란 전문가 알리 바에즈는 워싱턴포스트(WP)에 "국가와 사회의 격차가 그냥 덮고 지나갈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며 "이제는 더 이상 차이를 간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인성 기자 guch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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