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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의장국' 헝가리 총리, 푸틴 만나 휴전 중재자 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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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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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르반 헝가리 총리와 푸틴 러시아 대통령


하반기 유럽연합 순회의장국이 된 헝가리의 오르반 빅토르 총리가 5일(현지시간)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평화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대러시아 제재를 주도하는 EU의 의장국 정상이면서도 중재 역할을 자임한 셈입니다.

서방 지도자의 러시아 방문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 이후 이례적인 일로, 유럽의 대표적인 친러시아 지도자인 오르반 총리의 이번 행보에 EU와 북대서양조약기구 등 서방 진영은 촉각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타스, 스푸트니크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오르반 총리와 회담한 뒤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 분쟁을 포함한 긴급한 국제 문제에 대해 유용하고 솔직한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습니다.

두 정상은 특히 헝가리가 지난 1일부터 6개월간 EU 순회의장국을 맡게 된 이후 이번 회담이 성사된 데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오르반 총리는 EU 의장국으로서 '평화 임무'라는 명분을 내세워 "전쟁 종식을 위해 많은 절차가 필요하지만 우리는 대화 회복을 위한 첫걸음을 뗐다"고 자평했습니다.

앞서 그는 헝가리가 의장국이 된 지 하루만인 2일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조속한 평화협상을 촉구했지만 거절당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오르반 총리가 우크라이나에서 제안한 것들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고 밝혔습니다.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보좌관은 오르반 총리가 젤렌스키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오르반 총리는 "전쟁을 끝낼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을 알고 싶었다"며 현재의 평화 계획, 휴전과 평화회담, 전쟁 이후 유럽의 전망 등 세 가지 문제에 대한 푸틴 대통령의 견해를 듣고 싶어서 러시아에 왔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헝가리는 유럽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와 대화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가 될 것"이라고 자부했습니다.

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입장은 아직 각자 멀리 떨어져 있다"며 중요한 접촉을 이룬 만큼 계속 노력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오르반 총리에게 "이번에 당신이 우리의 오랜 파트너로서뿐 아니라 EU 의장국으로서 왔다고 이해한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유럽 파트너들의 입장도 들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러시아가 제안한 우크라이나 평화 방안과 관련해선 "'세부 내용'을 논의할 준비가 됐다"고도 말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도 휴전 협상을 위한 기존 조건을 고수했습니다.

그는 "우리는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자포리자와 헤르손에서 모든 군대를 완전히 철수하는 것에 관해 얘기하고 있다"며 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동·남부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철수하는 것이 평화의 조건이라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에도 이들 점령지에서 우크라이나가 철군하고 나토 가입을 포기하는 것 등을 휴전 조건으로 제안한 바 있습니다.

그는 "오늘 오르반 총리에게서 들은 내용 등을 종합해 볼 때 우크라이나는 여전히 전쟁을 포기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러시아의 특별군사작전 이후 EU 회원국 정상의 러시아 방문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2022년 4월 카를 네하머 오스트리아 총리 이후 러시아를 찾은 EU 회원국 지도자는 이번 오르반 총리가 처음입니다.

오르반 총리는 2022년 9월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러시아를 찾았지만 푸틴 대통령과 만나지 않은 비공식 방문이었습니다.

오르반 총리와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중국에서 열린 일대일로 정상포럼에서 만났습니다.

2시간 30분 이상 이어진 이날 회담에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우샤코프 보좌관, 2022년 평화협상에 러시아 측 단장으로 참여했던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크렘린궁 보좌관, 피터 시자르토 헝가리 외무장관 등이 배석했습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번 회담이 이틀 전 헝가리 측의 제안으로 성사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오르반 총리의 러시아 방문에 대해 EU 외교부 격인 대외관계청은 성명에서 "순전히 헝가리와 러시아 양자 관계 틀 안에서 이뤄졌다"며 '대표성'을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정다은 기자 da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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