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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8 (월)

"나비가 되어 와 주세요"… 시청역 사고 닷새째 이어진 추모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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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역 역주행 돌진 사고 현장
추모글 수북... 묵념하는 모습도
한국일보

서울 시청역 인근 사거리 인도에서 일어난 차량 역주행 돌진사고의 희생자를 기리는 추모 편지가 국화 꽃다발과 함께 현장에 놓여있다. 장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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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청역 차량 역주행 돌진사고 발생 닷새째인 5일 사고현장에는 9명의 희생자를 기리는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사고가 일어난 서울 세종대로 18길 옆 인도를 오가던 시민들은 발길을 멈추고 굳은 표정으로 그날의 비극을 애도했다. 일부는 고개를 숙여 묵념을 하는 등 한참 동안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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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청역 사고로 숨진 은행직원의 동료로 추정되는 시민이 사고현장에 남긴 쪽지글. 장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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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현장에는 누군가가 두고 간 국화 꽃다발과 소주병, 자양강장제 등 음료가 수북하게 쌓여있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건 시민들이 작성한 추모 글이다. 한 시민은 "지나가는 계절마다 예쁜 꽃 한송이가 피듯 그들도 한가정에 예쁘게 피어나는 꽃들이었습니다. 하늘이라는 아름다운 세상에서 9명의 슈퍼맨, 영웅들이 간절히 필요했나 봅니다"라고 썼다. 그는 "다음 생이 있다면 제가 꼭 지켜드리겠습니다. 늦었지만 승진 축하드립니다"라고 덧붙였다. 지난 1일 사고로 한 시중은행 직원 4명이 숨을 거뒀는데 이중 1명은 사고 당일에 승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의 직장동료로 추정되는 이도 쪽지에서 "늘 따뜻하게 웃어주시던 심사역님의 미소를, 여신 전문가로서 빛나던 그 모습들을 전부 기억합니다"라고 추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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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청역 사고 현장에 놓인 고인 추모 쪽지. 장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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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글 대부분은 숨진 이들을 그리워 하고, 명복을 비는 내용이다. 한 시민은 "이렇게 덧 없이 헤어질 줄 알았다면 티끌만큼이라도 더 좋은 시간을 보내려고 애를 썼을 텐데 후회가 밀려온다"고 털어놨다. 다른 시민은 쪽지에 "가시는 길이 너무 험하지 않길 기도합니다. 가끔 나비가 되어 사랑하는 분들을 보러 와주세요"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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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청역 사고현장에 놓인 한 고교생의 추모 메시지. 장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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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도 마음을 보탰다. 한 고교생은 노트에 손글씨로 "어제 집에 돌아가면서 아빠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나의 아빠와 비슷한 나이대의 분들이 차마 형용할 수 없는 끔찍한 사고를 당했다는 사실에 가슴이 미어집니다. 그곳에서는 여기서 못 누렸던 부귀 영화를 마음껏 누리고 사시길 바랍니다"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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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역 역주행 돌진사고 현장 한켠에는 가해 차량 운전자를 비난하는 문구도 보였다. 장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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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를 일으킨 피의자 차모(68)씨를 겨냥한 분노도 확인됐다. 추모 현장 한켠에 놓인 신문지 위에는 "자동차는 흉기, 운전자는 살인마, 미세먼지 테러범!"이라며 "급발진? 지X!"이라는 거친 언사가 쓰여있었다. 다만 분노보다는 추모의 글이 훨씬 많았다.

얼마 전에는 현장에서 고인을 조롱하는 글이 발견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문제의 글은 현재 치워진 상태다. 경찰은 이 글을 썼다고 자수한 20대 남성을 조사하고 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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