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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8 (월)

"출항 앞두고 50% 웃돈 요구"… 해상운임 급등에 수출기업 초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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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출 진단 ◆

매일경제

"배를 잡기가 너무 힘드네요. 한 달 전부터 선복(적재 공간) 예약에 나서고 있습니다. 보통 2주 전이면 됐는데 선박이 엄청 부족하니 서둘러 예약에 나선 거죠."(부산 소재 화물 운송 주선업자 A사)

글로벌 해상 운임이 급격히 뛰면서 수출기업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수출기업들이 웃돈을 주고 배를 구하는 한편 추가로 화물 운송 주선업자(포워더)를 대거 확보하거나 항공 운송 방안을 검토하는 등 대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A사 관계자는 "물동량이 많은 미주 노선은 운임이 단기간에 급격히 오르며 부산항에서는 출항 즈음 화주들에게 예약금액의 50%를 추가로 요구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5일 해운·물류업계에 따르면 이날 글로벌 해상운임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3733.8로 2022년 8월 이후 1년1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13주 연속 상승으로 연초 대비 2배에 달한다.

미주 서안·동안 노선 운임은 각각 FEU(1FEU=40피트 컨테이너 1개)당 8103달러, 9945달러로 나타났다. 연초보다 2.5~3배 올랐다. 미주 서안 운임은 코로나19 팬데믹발(發) 해상 물류 대란이 한창이던 2022년 3월 이후 최고치다.

대구 소재 자동차 부품업체 B사는 "지난달 중국에서 출발한 컨테이너선이 한국에 들르지 않고 곧장 미국으로 가면서 대체 선박을 구하느라 허덕였다"면서 "지금은 만일에 대비해 여러 업체와 계약을 맺고 있다"고 밝혔다.

팬데믹을 방불케 하는 고운임 사태의 배경은 복합적이다. 홍해 사태로 전 세계 선박의 운항 거리가 길어진 데다 오는 8월 미국의 대중국 관세 인상을 앞두고 중국이 밀어내기 수출에 돌입하면서 아시아발 선박을 싹쓸이하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최근에는 유럽·미국 수입업체들이 연말 특수에 대비해 알리·테무 등 중국산 이커머스 회사의 저가 상품을 확보에 나서면서 컨테이너 부족 현상마저 벌어지고 있다.

북미·유럽행 화물을 주로 취급하는 부산항 인근 화물 운송 주선업체 C사 관계자는 "중국의 밀어내기 수출로 나가는 컨테이너는 많아졌는데, 돌아오는 컨테이너는 그보다 턱없이 적다"며 "선복이 있어도 컨테이너가 부족해 수출 일정이 밀리는 중소 화주들의 피해가 크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소 수출업계는 자체적으로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 미국에 차량용 전장부품을 수출하는 중소기업 D사는 최근 납기를 지키지 못할 때를 대비해 항공 화물기 수송 방안을 수립했다. 코로나19 사태 당시 벌어진 해상 물류 마비 현상에 납기를 못 지켰던 '악몽'이 있는 만큼 비상계획을 일찌감치 수립한 것이다. D사 관계자는 "코로나19 때 해상 운송으로는 납기를 못 지켜서 뒤늦게 항공 운송으로 겨우 수출 물량을 내보냈다"며 "항공 운임이 비싸더라도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기업들은 장기 계약으로 일찌감치 선복을 확보해놓는 편이지만 안심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미국·유럽·중국·인도 등으로 석유화학제품을 수출하는 LG화학은 최근 중국의 밀어내기 수출이 시작되자 물류 상황실을 전사적으로 확대 개편해 가동하고 수시로 대책회의를 열고 있다.

수출업계가 중소기업과 대기업을 막론하고 비상 대응에 나선 건 고운임 추세가 내년까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미국 동부·동남부 항만 노동자가 가입돼 있는 국제항만노동자협회(ILA)가 최근 사측과 대화를 중단하면서 기존 노사협상이 만료되는 9월 말 파업에 들어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ILA가 파업에 돌입하면 미국 동부·동남부 14개 항만에서 물류 적체 현상이 벌어져 운임을 밀어올릴 가능성이 높다.

구교훈 국제물류사협회장은 "컨테이너 부족과 파업 가능성 등으로 해운 물류 불확실성이 매우 높다"며 "내년 1분기까지는 고운임 추세가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현재 기자 / 문광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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