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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개천에서 용 나는 세상”…14년만에 집권, 세계의 눈 쏠린 ‘이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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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총선서 노동당 14년만에 집권
차기 총리에 키어 스타머 당대표

노동자 가정서 불우한 유년 보냈지만
어려운 환경 이겨내고 변호사 된 뒤
왕립 검찰청장 거쳐 늦깎이 정계진출

극좌성향 정당을 중도성향으로 변화
“실용적이며 추진력 강한 인물” 평가


매일경제

4일(현지시간) 영국 총선에서 키어 스타머 대표가 이끄는 노동당이 14년 만에 보수당에 승리할 전망이다. 사진은 선거 유세 기간 스타머 대표가 연설하던 모습. [사진=로이터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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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총선 출구조사 결과 노동당이 보수당에 압승하고 14년 만에 집권할 전망이다. 세계의 눈은 차기 총리에게 쏠린다.

차기 총리가 될 인물은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다. 그는 노동자 가정에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어린 시절을 보냈다.

진보적인 인권 변호사로서 무정부주의와 반군주의를 옹호하던 그는 왕립 검찰청장을 역임할 때 테러리스트들을 기소한 공로로 기사 작위를 받았다.

스타머 대표는 “정당보다는 국가”라면서 노동당을 중도 성향으로 탈바꿈시킨 담대한 인물이지만, 연설을 선호하지 않고 카리스마가 있는 편도 아니다.

“지루하지만 강력한 추진력의 소유자”, “지루하지만 진지한 실용주의자”, “모호하지만 포용성있는 인물” 등 그를 한 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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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머 노동당 대표가 선거 유세 기간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사진=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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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DNA
스타머는 1962년 런던 외곽에서 공구 제작자 아버지와 간호사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은 가난했다. 스타머 대표는 선거 유세에서 집에는 공과금 미납 안내문이 쌓여 있었고 전화까지 끊겼다고 말했다.

전 노동당 고문 톰 볼드윈이 쓴 스타머 전기에 보면 스타머 집안에서 파스타는 외국 음식이었다. 스타머를 포함한 가족 누구도 해외 여행을 가보지 못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모두 노동당 지지자였다고 한다. 그의 이름 ‘키어’는 초대 노동당 의원 키어 하디에서 따왔다는 이야기가 있다.

스타머는 똑똑한 아이였다. 어려운 가정 환경 속에서도 학업에 집중해 16세기부터 전통적인 명문 고등학교인 그래머 스쿨에 진학했다.

가족 중 처음으로 대학에도 갔다. 영국 명문대 가운데 하나인 리즈 대학에서 법학 학사 학위를 받은 뒤 옥스퍼드 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마쳤다.

아나키스트 옹호한 인권 변호사
변호사가 된 스타머는 대형 인권 사건을 맡는 것으로 유명한 로펌 ‘도티 스트릿 챔버’에서 법조인 커리어를 시작했다.

그의 진보적인 성향은 맥도날드가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한 시위자들을 무료로 변호한 사례에서 드러난다.

당시 시위 주동 세력들은 채식주의 무정부주의자들이었다.이들은 맥도날드의 동물 학대, 삼림 벌채 지원, 노동자에 대한 저임금 횡포 등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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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찰스 3세 당시 왕세자로부터 스타머가 기사 작위를 수여받고 있다. [사진=PA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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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로 변신, 기사 작위를 받다
2008년, 중년의 나이 스타머는 잉글랜드와 웨일스를 관할하는 왕립 검찰청(CPS) 청장 임기를 시작했다.

검찰총장으로서 그의 행보는 파격적이었다. 그는 알카에다 테러리스트들을 영국 검사 가운데 최초로 기소했다.

2011년 마크 더건이라는 흑인이 경찰의 총격으로 사망한 후 런던에서 폭동이 일어나자, 스타머는 시민들을 강력하게 진압했다.

영국 왕실은 그의 공로를 치하하며 2014년 기사 작위를 수여했다. 찰스 3세 당시 왕세자가 직접 작위를 줬다.

스타머와 CPS는 언론 등으로부터 편파적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왕립 검찰청장으로서의 그의 동료들을 놀라게도 하고 화나게도 했다”고 전했다.

늦깍이 정치인의 파격 행보
스타머는 52세의 비교적 늦은 나이에 정치에 뛰어 들었다. 기사 작위를 받고 1년 뒤인 2015년 하원의원에 당선됐다.

2019년 노동당 대표 제레미 코빈이 총선 패배에 대한 책임으로 사퇴하고, 스타머는 2020년 노동당 대표로 선출됐다. 직장으로 따지면 ‘초고속 승진’이다.

스타머 대표는 극좌에 가까웠던 노동당을 중도에 위치시켰다. 극좌 성향의 전임 대표가 추진했던 ‘에너지 산업 국유화 정책‘을 철회하고, 영국 군대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고 지원 방안을 내기도 했다.

WP는 “스타머는 노동당이 전통적인 노동당 지지층과 자본주의를 지지하는 이들 모두에게 호소력을 발휘할 수 있게 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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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가 4일(현지시간) 총선 당일 아내와 함께 투표를 마친 후 걷고 있다. [사진=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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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스마는 없지만 진지하다”
스타머는 쇼맨십이 있는 정치인은 아니다. 그는 노동당 당대표 선거 당시 스스로 “말로 영감을 주는 방식은 내 방식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조용히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논리에 기반해 신속하게 개선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영국 의회 대정부질문에서 그의 질의 방식 등 소통 스타일은 ‘법의학 같다’는 반응을 낳았다.

추진력이 없는 스타일은 아니라고 한다. 볼드윈은 WP에 “스타머는 매우 매우 추진력이 있으며, 상당히 가차없다”며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성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AP통신은 “스타머는 의무감이 있고 관리감이 있는 편으로 약간 지루하며 토니 블레어 전 총리와 같은 카리스마는 부족하다”고 보도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그에 대해 “진지하고 강렬하고 실용적이며 카리스마는 부족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WP는 “스타머 대표가 어떤 총리가 될지 예상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어쩌면 그는 가장 과소평가된 정치인일 수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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