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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8 (월)

[확률공개법 100일]징벌성 규제에 혼란만…"게임사 자정노력 믿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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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물관리위원회가 서울 중구 CKL기업지원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사진=강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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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강준혁 기자]게임 아이템의 확률 정보공개가 의무화된 지 100일, 국내 게임 업계는 혼란에 빠졌다. 새롭게 확률 정보를 기입하거나 수정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실수에도 유저들은 정부에 민원을 쏟아내고, 정부는 하루빨리 처벌 1호 사례를 만들겠다는 듯 현장 조사에 나서며 게임사들을 압박해 온 탓이다.

학계에서는 이런 행태가 자칫 게임 산업계를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질까 우려한다. 이에 지금이라도 정부가 게임사들의 자정노력을 믿고 기다려주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4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가 의무화된 지 100일을 맞았다. 앞서 이 내용을 담은 법안(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은 지난 1월 제1회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뒤 3월 22일부터 시행됐다.

갈수록 좁아지는 '규제 틀'…K-게임, 볕 들 날 '과연' 올까?



게임업계를 향한 정부의 시선은 올해 유독 차갑다. 법 시행 이전부터 업계에 전방위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는 터라, 코로나19 엔데믹(전염병의 풍토병화) 이후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게임사들 입장에선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시작은 넥슨의 대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메이플스토리'다. 지난 1월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넥슨코리아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116억원을 부과했다. 넥슨이 메이플스토리 등에서 판매하는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변경하고도 유저들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혐의다.

공정위는 메이플스토리에서 판매하는 확률형 아이템 '큐브'를 문제 삼았다. 큐브는 메이플스토리의 대표적인 수익모델로 전체 매출액의 30%를 차지하는 '효자 상품'이었다. 논란이 확산하자, 넥슨은 큐브의 유료 판매를 중단했다.

유저 여론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앞서 메이플스토리는 PC방 점유율 10%대를 유지하는 인기 게임이었지만, 사건 발생 직후 수개월 동안 3% 이하의 저조한 성적을 유지했다. 이때 '충성유저'로 분류되는 '유니온(유저가 가진 여러 캐릭터로 공격대를 구성해 몬스터를 물리치는 콘텐츠)' 인구도 반 이상 떠났다.

지난 3월 법안이 시행되면서 공정위는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현재 공정위가 확률형 아이템 관련해 조사를 진행 중인 업체는 크래프톤, 웹젠, 그라비티, 위메이드, 컴투스 등이다.

국내에선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코드로 등재하려는 움직임도 있어, 더욱 뒤숭숭한 분위기다.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는 지난 2019년 WHO가 ICD에 게임이용장애를 등재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이에 업계에선 난색을 표하는 입장이다.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제22대 국회 게임정책포럼 세미나'에서 김남걸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신기술 본부장은 "게임 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이 필요한 시점에서 질병코드 도입은 산업 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중규제 우려도…체계 마련 '언제쯤'



규제 기관의 이원화도 혼란을 가중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공정위 외에도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산하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가 실무를 맡고 있다. 즉, 사실상 규제 '투트랙'인 셈이다.

두 기관은 서로 다른 법에 의거해 처벌 절차를 밟는다. 공정위는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전자상거래법)', 게임위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게임산업법)'에 따른다.

전날인 3일 게임위가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도 이와 관련된 논의가 있었다. 김규철 게임위 위원장은 "게임위는 문체부의 업무를 위탁받아 관리하고 있고 공정위가 규제하는 것에 대해 의견을 밝힐 입장이 아니다"라면서 "좀 긴 호흡을 갖고 봐야 할 문제로 본다"고 말했다. 규제 트랙이 정립되는 데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다만, 기본적인 역할에서의 차이는 있다는 설명이다. 김 위원장은 "공정위의 경우 게임사의 고의 여부 등을 좀 집중적으로 본다면, 게임위에서는 거짓 정보인지, 혹은 표시 오류인지를 판단하고 정정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중 규제에 대한 가능성에 대해도 답했다. 박우석 게임위 게임정보관리팀장은 "처벌 조항은 다르지만, 만약 게임사가 확률을 거짓으로 표시한 경우, 그 확률 표시를 정정하지 않는다면, 두 법률 모두 처벌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울상 짓는 업체들…학계선 믿음 촉구



정부의 정책 방향과 부정적인 여론에 국내 업계는 점차 수세에 몰리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학계에선 이들 업체에 믿음을 줘야 할 때라 입 모은다.

김정태 동양대학교 게임학과 교수는 "지금처럼 으름장, 엄포성으로 대한다면, 게임사 입장에선 수수방관할 수밖에 없다"며 "구조조정에 사업 모델(BM)도 빈약한 상황에 그저 '콘솔 개발해라' '장르 다각화해라' 하는 건 그저 원론적인 얘기"라고 운을 뗐다. 이어 "입법부·행정부에서도 게임업계에 책임 있는 정책을 만들고 살려 주는 쪽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식으론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업계가 설 곳을 잃을 것이란 견해도 밝혔다. 그는 "일본이 게임 강국의 면모를 공고히 하다가 한국과 중국에 자리를 내준 지도 얼마 안 된 일"이라며 "지금 한국 시장은 중국 게임이 다수 매출을 가져가는 형국인데, 모바일·PC도 안되고 그렇다고 콘솔을 잘하는 것도 아니니 굉장히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개탄했다.

최근 불거진 게임 질병코드 등재 논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대통령이 공약 때 '질병이 아닙니다'라고 밝힌 만큼, 정부 차원, 아니면 문체부에서라도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내줘야 한다"며 "게임 질병코드는 유저와 게임사 모두에 좋을 게 없다"고 힘줘 말했다.

해결책으론 전문 진흥원의 부활을 내걸었다. 김 교수는 "2000년대 초반 '게임산업개발원'이 있던 것처럼, 여야 성향이 다르다고 외면 말고 전문 기관을 둬야 한다"며 "게임은 미래 국가 먹거리 산업인 만큼, 전문 기관 차원에서 제대로 키우면 지방, 취업 등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재홍 숭실대학교 교수는 "확률형 아이템을 BM으로 운영해 온 지 근 20년이나 됐다"며 "법이 제정됐다고 해서 이를 한번에 해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BM을 찾을 수 있는 여유를 주면서 계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원화된 규제 채널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견해를 내놨다. 이 교수는 "분명히 게임산업은 문체부 관할"이라며 "관체부 산하 게임위가 제어 관리는 이 곳 소관이니 일원화해야 하는데, 공정위도 칼을 들고 있으니, 게임 산업을 너무 부정적인 측면으로 몰고 가는 듯한 경향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대로라면 게임사들은 설 자리가 없어지게 된다"며 "규제 단일화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업계 차원에서의 노력도 촉구했다. 이 교수는 "확률형 아이템이라는 것은 당초 게임의 재미요소였으니, 원래의 역할로 돌려보낼 때가 됐다고 본다"면서 "정액제든 다른 요인으로 BM의 길을 열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준혁 기자 junhuk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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