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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0 (수)

한국·일본 뒤흔든 50세 무명 여가수…“공연마다 완판녀, 인생 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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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년 3인조 보컬그룹 데뷔
포카리CM송 유명세탔지만
큰 인기없이 무명가수 30년
MBN 한일가왕전 일본대표
딸뻘 가수들과 혼신의 열창
“일본까지 한국팬 찾아와 놀라
노래로 양국가교 역할 계속”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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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도쿄 치요다구 오테마치의 미츠이홀.

이곳에서는 지난 4~5월 MBN에서 방송된 ‘한일가왕전’에 출연한 7명의 일본인 가수를 뽑은 오디션 프로그램인 ‘트롯걸즈재팬’ 출연자들이 모인 합동 공연이 펼쳐졌다.

사무실이 밀집한 곳이라 평소 일요일이면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조용한 곳인데, 이날은 지하철역부터 출연진을 응원하는 팬들의 흥겨운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

700명 규모의 적지 않은 공연장인데도 이날 오후와 저녁 두 번의 공연이 모두 일찌감치 매진됐다. 트롯걸즈재팬에 출연한 일본인 가수뿐 아니라 한일가왕전에서 MVP를 차지했던 김다현 양도 특별 초청자로 출연해 공연의 질을 더욱 높였다.

공연 오프닝곡은 최근 뉴진스의 하니가 커버해 화제를 모았던 일본 원조 아이돌 마쓰다 세이코의 ‘푸른 산호초(靑い珊瑚礁)’로 시작됐다. 출연자 전체의 합동 노래였는데 고음 부분에서 누구보다 청량한 목소리로 좌중을 들뜨게 한 가수가 있었다.

바로 50세 무명 여가수였다가 MBN 한일가왕전 출연을 계기로 한일 양국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는 우타고코로 리에(歌心りえ)였다. 화려한 드레스로 등장한 그녀는 딸뻘인 스미다 아이코나 아즈마 아키 등과 비교해 전혀 손색없는 성량으로 무대를 압도했다.

그녀는 지난 1994년 11월 소니 레코드에서 주최한 SONY Voice 2 오디션에 최종 합격자까지 남은 후에 이듬해인 1995년에 친언니인 야츠카 치에와 함께 3인조 보컬그룹인 ‘Let it go’를 결성해 본격 데뷔한 추억의 가수다.

그후 워너뮤직 재팬으로부터 CD 데뷔를 하였고 그 뒤에 내놓은 세컨드 싱글인 ‘200배의 꿈’은 오츠카 제약의 이온음료인 포카리스웨트의 CM송으로 유명해지게 된다. 2003년에는 오토쿠라 레코드와 계약을 맺고 솔로 앨범 ‘One’을 발매했지만 큰 인기를 얻지 못했다. 그후 한국의 인기 드라마인 겨울연가의 일본어 버전과 한국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의 주제곡인 일본어 커버 등을 발매하여 OST 가수 위주로 활동했지만 사실상 얼굴없는 가수나 다름 없었다.

매일경제

우타고고로 리에


그러나 지난 30년간 오랜 무명의 설움에도 그는 한순간도 마이크를 놓지 않았다. 이제 ‘지천명’이라 하는 50의 나이를 넘은 우타고코로 리에는 트롯걸즈재팬과 한일가왕전을 통해 전혀 달라진 인생을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트롯걸즈재편에서 최연장자로 참여해 준우승을 차지했고, 이의 여세를 몰아 한일가왕전에서도 좋은 무대를 선보인 것이다.

그녀가 부른 수가 80년대 한 영화의 수록곡인 ‘어릿광대의 소네트’(道化師のソネット)는 대한민국 시청자들에게 ‘울컥’하는 감동을 남겨 찬사를 받았다.

최근에는 MBN ‘한일톱텐쇼’에서 친언니와 함께 등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노사연의 ‘만남’을 같이 부르며 둘은 26년 만에 듀엣 무대를 함께한 것이다. 우타고코로 리에는 1995년 데뷔할 때의 3인조 보컬그룹과 이후 이어진 2인조 듀오를 친언니인 야츠카 치에와 함께했다.

방송 후 댓글에는 우타고코로 리에를 향한 힘찬 응원의 문구가 담겼다. “내 인생의 유일한 일본인 가수는 그녀뿐” “노래의 즐거움을 다시 알 수 있게 해줘서 감사합니다” “우타고코로의 노래는 한 편의 드라마 같다” 등 칭찬 일색이었다.

우타고코로 리에는 최근 일본에서도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난달에는 후지테레비의 최고 인기 아침방송인 ‘메자마시 테레비’에 출연하기도 했다. 이 방송은 화제가 되는 인물을 집중 조명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방송에서는 공연 모습뿐 아니라 남편의 가게를 돕고 9살 딸을 챙기는 모습도 나와 흥미를 끌었다.

우타고코로 리에는 “공항이나 길을 갈 때 알아봐 주시는 사람들이 늘어서 깜짝 놀라곤 한다”며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공연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가족들의 도움이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우타고코로 리에의 가족은 도쿄 시모키타자와에서 라이브 카페를 운영한다. 이 지역은 최근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문화의 음악이 있는 거리로 유명하다. 빈티지 매장부터 골목골목 숨어 있는 라이브 카페와 바 등이 손님을 반긴다.

우타고코로 리에는 이곳에서 남편의 일을 도와주기도 하고 짬짬이 공연도 한다. 9월에는 하루 두 차례씩 40명 한정으로 제대로 된 라이브 공연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미 예정된 티켓은 모두 매진됐다고 한다.

우타고코로 리에는 “라이브 카페의 소문을 듣고 한국에서도 많은 팬 분들이 찾아와줘서 놀랐다”며 “노래를 통해 한일 양국을 잇는 가교의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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