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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8 (월)

“가격 경쟁서 도저히 일본 못 이겨”…반도체·자동차 수출 비상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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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수출경합도 가장 높아
일본으로 수출하는 중기
“엔화로 대금받아 환손실”


매일경제

지난 1일 평택 기아차 전용부두가 수출차량들로 차있다. [이승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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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제조 중소기업인 A사는 최근 ‘슈퍼 엔저’에 울상이다. 대부분 매출이 일본 수출에서 나오는데 올 들어 엔화값이 가파르게 떨어지면서 엔화 결제로 인한 환차손이 누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A사 관계자는 “수출 대금으로 엔화를 받아도 원화로 바꾸면 남는게 별로 없다”며 “올해 경영 목표 수정이 불가피해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출 양극화 현상이 심해진 가운데 엔저까지 발목을 잡으며 제조업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 수출 경기가 전반적으로 개선되고 있지만 중소기업까지 온기가 확산되지 않고 있는데다 엔저까지 덮쳐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 대기업 경기실사지수(BSI)는 두달째 93를 기록해 2022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 이어졌다. 반면 중소기업과 BSI 격차(13)는 지난해 12월 이후 최대로 벌어진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BSI는 국내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해 경기 상황 등을 묻는 지표로 지수가 높을 수록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보다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뜻이다.

엔저로 인한 수출 부담이 특히 큰 것으로 풀이된다. 반도체·자동차를 비롯한 주력 업종은 한국이 상당한 기술력을 보유했지만 다른 산업은 세계 시장에서 일본과 경쟁하는 정도가 강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가격 경쟁력이 중요한 요인이라는 뜻이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산업연구원의 최신 기업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 2022년 기준 한일 제조업 수출 경합도는 64.7로 미국(64.3), 중국(58.1), 독일(57.8)을 제치고 주요 수출국 가운데 경쟁 강도가 가장 높았다. 수출 경합도는 제조업 수출 비중을 바탕으로 비교 대상국 간 산업 구조를 비교한 지표로 두 나라 수출구조가 같을 수록 100에 가까운 값을 보인다.

엔저에 통화정책만으로 대응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수출 기업이 겪는 세제·규제 부담을 덜어 산업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책 조합을 짜야 한다는 평가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은 “국내 기업이 미국 주도의 공급망 재편으로 애로를 겪고 있는 상황에 슈퍼 엔저로 적지 않은 피해를 입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은 “한일 수출경합도가 과거에 비해 다소 낮아졌지만 일본은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과 경쟁이 가장 치열한 국가”라며 “엔저 장기화 가능성에 대비해 금융, 산업 대응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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