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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8 (월)

'거수기'로 전락한 산업부 전기위원회…독립성 높이고 권한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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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핌] 김기랑 기자 =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전기위원회를 주체적인 기구로 개편해야 한다는 연구 용역 결과가 나왔지만 추가적인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정부는 당초 8개월간 수행할 예정이었던 용역 과제 기한을 두 차례 연장해 총 1년 7개월의 시간을 들였다. 전력업계도 전기위원회의 독립성을 강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산업부는 눈치만 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 '전기위 독립 필요' 용역 결과 나왔는데…산업부 "의견 수렴 중"

5일 산업부에 따르면 산업부는 전기위 용역 결과를 토대로 관련 업계 등 안팎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업계 등을 만나서 계속 얘기를 듣고 있는 상황"이라며 "진전 사항이 있다기보다 아직 고민하는 단계에 있다"고 설명했다.

용역 결과는 지난 5월 공개됐다. 앞서 산업부는 2022년 10월 전기요금 결정 체계 개편을 위한 용역을 발주했다. 결과는 발주 시점으로부터 8개윌 뒤인 지난해 6월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두 차례 연장된 끝에 올해 5월까지 미뤄졌다. 마무리까지 총 1년 7개월이 걸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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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전경 [사진=뉴스핌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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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위가 '전력시장 요금·규제 거버넌스의 독립성, 전문성 강화 방안'이라는 이름으로 공개한 용역 결과 보고서를 보면 전기위가 전력 산업에서의 독립적인 규제 기구로서 자립할 필요성이 있음이 지적됐다. 전기위가 주체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전기위를 산업부에 설치하더라도 그 업무 수행의 측면에서는 독립적인 규제 기구임을 명확히 선언하는 한편, 전기위가 단순한 사전 심의 기구로서가 아니라 전력 산업에서의 독립적 규제 기구로서 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소관 사무를 명확히 규정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밖에 전기위가 전기 사업에 대한 진입 규제 권한과 공정 경쟁을 저해하는 행위에 대한 감시 권한, 위반 행위의 조사·제재 권한 등을 가져야 한다고도 명시했다. 전기위 위원 구성의 다양성과 전문성을 높이는 방안 등도 포함됐다.

당초 업계에서는 오랜 시간을 들여 용역 결과가 도출된 만큼 발표 직후부터는 독립 논의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전기위 독립 필요성은 이미 오래 전부터 지적돼 왔던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용역 수행 기간은 8개월에서 1년 7개월으로 2배 길어졌다. 용역 결과가 전기위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향할 것이라는 사실도 예상되는 수순이었다.

산업부는 아직 제도 전반을 두고 고민하는 단계에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견지 중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어느 부분을 받아들일지, 또 다른 안이 있는지 등을 전체적으로 고민하고 있다"며 "전력시장 개편 등 일부 안건 등은 조금씩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 거수기 역할 그쳐…'전기위 독립' 국정과제 지정 후 점차 추진 동력 약화

전기위의 독립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는 이유는 현재 전기위가 출범 취지와는 달리 정부 결정의 '거수기' 역할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위는 전기요금 조정과 전기 발전사업 허가,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변경 등에 대한 사안을 심의하는 최종 결정 기구다. '전력시장 감시기구'라는 정체성을 내세워 지난 2001년 4월 출범했다. 위원장·상임위원 각 1명과 비상임위원 7명 등 총 9명으로 구성돼 있다.

행정상으로는 산업부에 소속돼 있지만, 실질적인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주도적인 위치와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는 것이 전기위가 내세우는 공식 지위다. '전기사업법'에 명시된 전기위의 역할은 전기요금 조정과 전기 발전사업 허가 등을 비롯해 ▲전력시장·전력계통 운영 감시 ▲경쟁촉진·불공정 행위 규제 ▲소비자 권익 보호 등으로 다양하다.

전기위는 이와 같은 지위와 달리 전기요금 결정에 있어 의례적인 역할만을 수행하고 있다. 전기요금은 한국전력공사가 조정안을 작성해 내부 이사회 의결을 거쳐 산업부에 신청하면 전기위가 심의 후 다시 한전에 인가하는 방식으로 결정된다. 이 과정에서 산업부는 물가 당국인 기획재정부와 전기요금 수준에 대해 협의하는데, 전기위는 양 부처 간 조율한 해당 최종안을 통과시키는 데에서 역할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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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위 회의에서 한전의 조정안보다 더 인상해야 한다는 식의 의견 제시는 가능하지만, 이를 바탕으로 의원들의 공감대를 모아 실제 반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전기위 차원에서 조정안을 수정할 수 있는 실질적인 권한이 없다는 의미다.

정부도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전기위 독립'을 국정과제로 지정하고, 전기위에 전기요금에 대한 최종 인허가권을 부여하겠다고 제시했다. 이와 함께 기재부와의 요금 사전협의 절차는 폐지하겠다는 내용도 담았다.

에너지 업계는 전기위 독립이 국정과제에 속하는 중요도를 갖고 있음에도 진전 상황은 극히 저조한 수준임을 지적한다. 오랜 시간을 들인 용역 결과로도 현안을 띄워 올리지 못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는 이미 독립을 향한 추진 동력을 잃어버린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용역 결과가 정부 차원에서 참고 수준일 뿐이라는 것은 알지만, 이미 독립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왔던 만큼 구체적인 결과가 있으면 속도를 낼 수 있을까 기대했던 게 사실"이라며 "현재로서는 국정과제로 막 지정됐을 당시보다 화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라고 말했다.

ra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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