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위의 농민들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8개 농민단체가 연대한 ‘국민과 함께하는 농민의길’ 소속 농민들이 4일 국회 앞에서 ‘기후재난 시대, 농민생존권 쟁취와 국가책임농정 실현을 위한 전국농민대회’를 열고 있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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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식품부, 51개 품목 적용 발표
대부분 무관세…매년 대상 늘어
수급 불안 때마다 수입에 의존
효과 일시적…자생력 저해 우려
전농 등 농민단체들 “정부 규탄”
정부가 먹거리 물가를 낮추기 위해 수입 농축산물의 관세를 인하하는 할당관세 정책을 반복하면서 생산 농가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할당관세 적용 대상이 늘면서 농가 소득과 생산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할당관세 정책이 생산 농가 자생력과 자율적 수급조절 능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채소류와 과일류, 식품 원료 등 51개 품목에 할당관세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지원 규모는 1600억원 정도다.
당초 6월 말 종료하기로 했던 신선과일과 양배추 등 37개 품목은 하반기까지 연장하고, 무와 코코아버터 등 8개 품목은 신규 도입됐다. 또 상반기에 할당관세를 적용해온 배추와 당근, 옥수수 등 6개 품목은 9~10월까지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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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당관세는 특정 수입품에 대해 기본 관세율의 최대 40%포인트 범위에서 관세율을 한시적으로 가감하는 제도다. 이에 따라 최대 10% 세율을 적용받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무관세로 들어온다.
관세가 낮아지면 그만큼 수입 가격이 떨어지기 때문에 정부는 농산물 수급이 불안할 때마다 할당관세 적용 대상을 늘려왔다. 연도별 적용 품목 수는 2021년 22개, 2022년 38개, 지난해 46개 등이다.
정부는 식품 원료의 외국산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먹거리 분야의 관세율이 타 산업에 비해 높다고 보고 있다. 2022년 기준 관세부과율은 육류 6.95%, 어류 8.39%, 낙농품 9.61%, 채소 23.43%, 과일 7.93% 등으로 전체 평균 1.49%와 비교해 높은 수준이다. 정부가 먹거리 물가 대응책으로 할당관세 대상을 늘리는 것도 이런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주무부처인 농식품부는 가격 안정화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이며, 농가 피해를 최소화하는 수준에서 할당관세 품목을 선정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농민들은 정부의 무차별적인 할당관세 확대로 생존이 위협받는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등 8개 농민단체가 연대한 ‘국민과 함께하는 농민의길’(농민의길) 회원들은 이날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앞에서 전국농민대회를 열고 정부의 수입 농산물 확대 정책을 규탄했다.
전농에 따르면 지난해와 올해 할당관세로 20만t이 수입된 양파의 경우 올해 수매가(20㎏)가 생산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1만3000원에 그쳤다.
강순중 전농 정책위원장은 “정부가 물가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생산비가 오르고 재해 예방을 못해서 수확량이 줄었는데 왜 농민들이 그 책임을 져야 하냐”며 “저율 할당관세 남발은 단기적으로 국내 농산물 가격을 폭락시켜 농민 소득을 감소시키고, 장기적으로는 국내 생산 기반을 파괴하고 먹거리 사정을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난 5월 발간한 ‘농축수산물 물가 동향 분석’ 보고서에서 할당관세가 일시적 가격 안정화에는 기여하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생산 농가의 자생력과 자율적 수급조절 능력을 떨어뜨릴 수 있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예산정책처 관계자는 “농축수산물 수급안정과 체질개선을 위해서는 자조금과 같은 품목별 생산자를 조직화해 이들이 자율적으로 농축수산물 판로를 확대하고 수급조절과 가격안정을 도모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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