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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8 (월)

시청역 이어 중앙의료원 사고 운전자 "급발진이었다"…법원서 인정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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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간 급발진 의심사고 793건 접수 "인정된 사례 없어"

민사 소송서 급발진 일부 인정…형사 재판 '아직'

뉴스1

1일 저녁 서울 중구 시청역 교차로에서 60대 남성이 몰던 차가 인도로 돌진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2024.7.1/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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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홍유진 기자 = 최근 사고를 낸 운전자가 연이어 '급발진'을 사고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정확한 사건 경위를 밝히는데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급발진' 여부를 확인하려면 다각도의 조사가 필요해서다.

아직 대법원에서 '급발진'이 사고 원인으로 인정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민사재판에서는 차량 제조사의 책임을 일부 인정한 항소심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시청역 참사' 이어 또 급발진 주장 사고…입증엔 난항

지난 1일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일어난 '역주행 사고'로 16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운전자 차 모 씨(68)는 "100% 급발진"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동승자인 아내 역시 경찰 조사에서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이후 이틀만인 지난 3일에는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는 택시 한 대가 응급실로 돌진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택시 운전자인 70대 남성 역시 경찰 조사에서 차량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급발진 의심 사고는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지만 법적으로 이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다. 국토교통부가 운영하는 자동차 리콜센터에 따르면 2010년부터 올해 5월까지 14년간 접수된 급발진 의심 사고 793건 중 급발진이 인정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민사 소송서 급발진 일부 인정…형사 재판은 아직

하지만 민사 소송의 경우 운전자의 손을 들어준 하급심 판결이 나온 사례가 있다. 지난 2018년 발생한 'BWM 급발진 의심 사건'은 유일하게 항소심에서 차량 결함을 인정받았다. 1심에서는 유족 측이 패소했지만 당시 2심에서 판결이 뒤집혔다.

당시 재판부는 사고 차량이 거의 300m가량을 비상 경고등이 켜진 채 갓길을 고속주행하는 비정상적인 모습을 보였고, 운전자에게 과속 습관이나 과태료 처분을 받은 적이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해 차량 자체에 결함이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마저도 BMW코리아가 상고해 아직 대법원의 판단을 남겨두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BMW 사건은 담당 부장판사가 물리학과 출신이라는 배경 차이도 컸을 것"이라며 "공학적 이해도가 높은 이과 출신 판사들이 급발진을 인정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서아람 법률사무소SC 변호사는 "엄밀하게 말하면 급발진이 직접적으로 인정된 판결은 아니다"라며 "소비자에게 잘못이 없으니 차량 제조사에 결함이 있을 것이라는 논리에 가깝다"고 짚었다.

형사 재판의 경우 운전자 부주의 등 범죄 혐의 입증이 검찰의 몫이라는 점에서 민사 재판과 차이가 있다. 운전자 과실이 무엇인지 검찰 측이 객관적으로 입증하지 못하면 피해자가 사망하더라도 운전자는 무죄 판결을 받을 수 있다. 반면 민사 재판에서는 급발진 입증 책임이 차량 제조사가 아닌 소비자에게 있다.

정경일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는 "형사 재판에서 검사는 급발진이 아니라는 점을 입증하는 게 아니라 운전자의 주의의무 위반에 초점을 둔다"며 "재판부가 합리적으로 의심할 수 없을 정도의 개연성을 갖춰 운전자 부주의를 입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간 급발진 사고의 형사재판에서 운전자가 무죄 판결을 받은 사례는 종종 있었다. 대표적으로 지난 2020년 서울의 한 대학교에서 급발진 의심 사고로 경비원을 들이받은 운전자가 지난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약 13초 동안 보도블록과 화분 등을 충격하면서도 가속 페달을 브레이크로 착각하고 밟았다는 것인데 이러한 과실을 범하기 쉽지 않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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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앞 도로변에 돌진 사고 피의자 택시가 세워져 있다. 2024.7.3/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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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발진, 소비자 아닌 제조사가 입증해야"

급발진 사고의 입증 책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현행 제조물책임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이런 내용을 담은 이른바 '도현이법'이 21대 국회에 발의됐지만 결국 지난달 자동 폐기된 바 있다.

정 변호사는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급발진이 인정되지 않았다고 해서 실제로 급발진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며 "제조사, 소비자 잘못이 애매한 경우 제조사에 입증 책임을 지우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서 변호사는 "급발진 입증 책임을 제조사에 돌릴 경우 사실상 소비자와 기업 간 모든 분쟁에서 입증책임을 완화해야 한다는 논리로 흘러갈 수 있다"며 "그렇게 될 경우 영세기업에는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소비자가 소송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법률적 지원을 강화한다든지, 증거 입증 과정에서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cym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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