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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7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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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빅테크 맞설 대항마"…네이버, 유럽대표 AI기업에 베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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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유럽을 대표하는 인공지능(AI) 유니콘 기업 '미스트랄AI'의 아르튀르 멘슈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첫째줄 맨 오른쪽)와 직원들. 네이버는 앵커투자자로 출자한 코렐리아캐피털의 유럽 특화 'K-펀드2'를 통해 미스트랄AI에 지분을 투자했다. 미스트랄AI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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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가 미국 빅테크에 맞설 '제3지대' 인공지능(AI) 대표주자인 미스트랄AI에 투자한 것은 '소버린(Sovereign·주권) AI' 전략에 강력한 우군을 확보했다는 의미를 지닌다. 미스트랄AI는 오픈AI, 구글 등 미국 기업들이 장악 중인 세계 AI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대항마로 꼽히는 회사다. 미스트랄AI 측은 투자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전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자국 검색시장을 지켜온 네이버의 역량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는 소버린 AI라는 큰 방향성 아래에서 세계 각 지역에 특화된 문화와 그에 맞는 언어에 최적화된 AI 모델을 자체 대규모언어모델(LLM) 기술력으로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솔루션과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전략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은둔의 경영자'로 불리던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의 행보다. 글로벌투자책임자(GIO) 직책을 맡고 있는 그는 최근 5년 만에 대외 활동을 재개하면서 '소버린 AI'를 꺼내들었다. 소버린 AI는 국가나 기업이 빅테크 기술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인 인프라스트럭처와 데이터를 활용해 AI 역량을 구축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해진 GIO는 지난 5월 AI 정상회의에서 '과거를 지배하는 자는 미래를 지배한다. 현재를 지배하는 자는 과거를 지배한다'라는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의 구절을 인용하며 "극소수 AI가 현재를 지배하게 되면 과거 역사, 문화에 대한 인식은 해당 AI의 답으로만 이뤄지게 되고 결국 미래까지 해당 AI가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지적했다. 다양한 시각이 보이고 각 지역의 문화적·환경적 맥락을 이해하는 여러 AI 모델이 많이 나와야 한다는 게 이 GIO의 생각으로 보인다. 특히 소수의 해외 빅테크가 AI 패권을 장악하는 현 상황이 심화되고 고착화할 경우 새로운 AI '빅브러더'(개인의 정보를 독점해 사회를 통제하는 권력)가 등장할 수 있다는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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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미국을 제외한 국가들에서는 AI가 국가주의로 번질수록 현지 문화와 언어에 맞는 대안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이는 네이버와 코렐리아캐피털, 미스트랄AI 3사가 모두 공감하는 문제의식이기도 하다. 실제로 프랑스 현지에서 미스트랄AI는 미국 빅테크에 맞서 'AI 주권'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회사로 인식된다. 미국·중국 등과 달리 제대로 된 AI 기업이 없다는 위기감 속에서 등장해 현재는 '유럽 AI의 희망'으로 불린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비롯한 프랑스 정부 주요 인사들은 이 회사에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미스트랄AI는 '오픈소스'를 키워드로 70억개 매개변수를 가진 LLM인 '미스트랄 7B' 등을 앞세워 시장에 파고드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미스트랄AI는 자체 개발한 LLM과 챗봇 '르챗' 등 자사 제품이 영어를 포함한 더 광범위한 언어에서 강력하다며 오픈AI나 구글과의 경쟁에서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그런 만큼 네이버의 이번 미스트랄AI 투자로 '제3지대' 시너지 효과가 주목된다. 정보기술(IT)업계에서는 단순 지분투자를 넘어 네이버와 미스트랄AI의 협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네이버는 자체 LLM을 비롯해 클라우드, 로봇 등 AI 전 분야를 아우르는 기술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고 프랑스에 자체 AI연구소도 운영 중이라 다양한 교류와 협력 방안이 열려 있다는 평가다. 또 미스트랄AI의 세계적 영향력이 커질수록 네이버 지분가치도 자연스럽게 늘 수 있어 '윈윈' 모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이 GIO가 아르튀르 멘슈 미스트랄AI 창업자를 직접 만나 소버린 AI에 대한 견해를 나눌 가능성도 언급된다.

이 GIO는 최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만난 자리에서 소버린 AI를 언급하면서 관련 역량을 보유한 기업들 간 긴밀한 협업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번 투자를 성사시킨 주역인 플뢰르 펠르랭 코렐리아캐피털 대표는 "처음 코렐리아를 설립할 때부터 (이 GIO와) 특이점을 지닌 분야(예컨대 AI)에서 에지(강점)를 가질 수 있다면, 국가 차원의 우위를 점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나눈 바 있다"면서 "국내 검색엔진을 지킨 기적을 AI에서 재현하는 과정에서 유럽이나 프랑스가 한국과 파트너십을 맺어 옵션 소싱을 다양화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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