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계 전원 불참에 최저임금위 ‘빈손’으로 종결

근로자위원 “발생한 일에 유감 표해”

9일 9차 회의서 ‘액수’ 본격 논의 예상

내년 최저임금 액수에 대한 노사의 최초 요구안 제시 일정이 늦어지고 있다. 이달 중순에는 내년 최저임금이 결정돼야 하는데 빨라도 9일에야 최초 요구안이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8차 전원회의에 사용자 위원들이 불참, 좌석이 비어 있다. 뉴시스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사용자위원 9명이 모두 빠진 ‘반쪽’ 최임위 제8차 전원회의가 열렸다. 2일 열린 7차 전원회의 당시구분(차등) 적용 표결 과정에서 일부 근로자위원들이 투표 방해 행위를 벌여 사용자위원들이 불참을 선언했다. 최저임금법상 회의 성립을 위한 정족수 규정은 따로 없다. 다만 의결을 위해서는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 각 3분의 1 이상이 출석해야 해서 이날 회의는 의결 없이 빈손으로 끝났다.

이날 회의 모두발언에서 근로자위원들은 표결 저지 과정에서 빚어진 일에 대해 “과한 측면이 있다”고 일부 인정했다. 류기섭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사무총장은 “운영위원의 한 사람으로서 유감을 표한다”고 했고, 이미선 민노총 부위원장도 “발생한 일에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공익위원들도 노동계의 물리적인 행위를 규탄했다.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 “2일 회의에서 있었던 일은 엄연한 폭력”이라며 “유사 사건 재발하면 정상적인 회의 진행을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근로자위원의 행위로 공익위원들의 투표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가 있는데, 영향을 받은 적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9일 열리는 9차 회의에서는 노사의 최초 제시안이 공개되고, 본격적인 수준 논의가 시작될 전망이다. 고용노동부 장관으로부터 심의 요청을 받은 지 102일 만에 처음 금액이 공개되는 셈이다. 노동계는 지난해 최초 요구안인 1만2210원보다 높은 1만2600원 안팎을, 경영계는 동결(9860원)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영계는 2020년 -2.1%를 요구했고,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는 동결을 제시했다.

최저임금 심의의 법정 기한인 6월27일은 이미 넘겼고, 행정절차 등을 위한 사실상의 마지노선인 7월 중순까지도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올해도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범위 내에서 표결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최저임금이 노사 합의로 결정된 적은 2008년(적용 연도 2009년)이 마지막이며, 그 뒤로 줄곧 표결로 마무리됐다.

이지민 기자 aaaa3469@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