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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7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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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석 “누구도 자기 사건 재판 못해”…거세지는 ‘검사탄핵’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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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이원석 검찰총장은 지난 2일 더불어민주당의 검사 탄핵소추안 발의 직후 기자회견에 이어 4일 대검찰청 월례회의에서도 검사 탄핵 사태를 정면 비판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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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석 검찰총장이 4일 더불어민주당의 검사 탄핵소추안 발의와 관련 “상대가 저급하고 비열하게 나오더라도 검찰은 부당한 외압에 절대 굴복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 총장은 이날 오전 대검찰청에서 열린 월례회의에서 3가지 당부를 전하며 이같은 메시지를 냈다. 월례회의는 대검 연구관 이상의 검찰 간부들이 전원 참석한다. 이 총장의 발언 요지는 검찰 구성원들이 볼 수 있도록 검찰 내부망(이프로스)에 게시됐다.

이 총장은 “검사 탄핵 조치는 피고인들이 법정에서 패색이 짙어지자 법정 밖에서 거짓을 늘어놓으며 길거리 싸움을 걸어오고, 그마저도 뜻대로 되지 않자 아예 법정을 안방으로 들어옮겨 자신들의 재판에서 판사와 검사, 변호인을 모두 도맡겠다 나선 것”이라며 “‘누구도 자신의 사건에서 재판관이 될 수 없다(Nemo iudex in causa sua)’는 법언을 들지 않더라도 이는 사법부의 재판권과 행정부의 수사권을 침해하고 삼권분립 원칙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상대가 저급하고 비열하게 나오더라도 검찰 구성원들은 위법하고 부당한 외압에 절대 굴복하지 말라”면서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당당하고 품위 있게 국민이 부여한 책무를 다하기 바란다”고 전했다.

이 총장은 또 최근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권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이른바 ‘검찰 개혁’과 관련해서도 “형사사법 제도는 섣부른 실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계곡 살인’과 ‘세 모녀 전세 사기’, ‘MZ 조폭 호텔 난동’ 사건 등을 수사한 검사 24명의 이름을 하나씩 호명한 이 총장은 “검찰청을 폐지하고 수사와 기소를 억지로 분리해 이처럼 밤낮없이 헌신하는 검사들의 모습을 더는 볼 수 없게 만들어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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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탄핵을 추진한 검사는 7명이다. 다만 지난해 검사 세 명에 대한 탄핵 때와 달리 이번엔 검찰 내부의 반발 기류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월 열린 헌법재판소의 안동완 검사 탄핵심판 변론기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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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탄핵소추안을 둘러싼 더불어민주당과 검찰 간 갈등이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검찰 내부에는 “검찰청을 해체하고, 개별 검사는 탄핵하려는 민주당의 폭력에 맞서 조직의 명운을 걸고 맞서야 한다”(검찰 고위 관계자)는 위기감이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 관련 수사와 공소유지를 담당하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관계자도 4일 기자들과 만나 “특정인을 수사했다고 탄핵으로 몰고 가는 건 헌법이 정하는 권력분립의 대원칙에 어긋나는 입법권 남용이고 탄핵소추권의 남용이다. 저도 언제 탄핵될지 모른다”고 비판했다. 검찰 내부망에는 “평검사가 무슨 이러한 거대한 이야기에 관심 가질 필요가 있냐며 무관심했다. 작은 힘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옆에 있겠다” 등 평검사들의 게시글과 댓글도 줄을 이었다.

특히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논의 중인 ‘탄핵 검사 청문회’가 현실화할 경우 갈등이 전면전으로 치닫게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검찰은 탄핵 대상 검사들에 대한 청문회 상황을 염두에 두고 대응 방안을 고심 중이다. 민주당의 청문회가 사실상 ‘검사 망신주기’로 흐를 수 있는 만큼 출석하는 게 온당하냐는 분위기가 적지 않다. 검사 탄핵의 위법성 여부는 헌법재판소에서 따질 일이지 국회 청문회 자체가 민주당이 판을 짜고 기다리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인식도 강하다. 대검 관계자는 “청문회 출석 여부에 대해선 워낙 다양한 의견이 개진되고 있는데, 일단은 청문회엔 출석하지 않는 게 맞다는 의견이 우세하다”며 “출석했을 때 탄핵 사유를 둘러싼 논리적 공방이 아닌 또다시 근거 없는 의혹과 공격이 난무하는 상황이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진우·김정민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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