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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위안부 문제' 끝나지 않은 전쟁

소녀상은 되고 노동자상은 안 되고…거제 조형물 설치 기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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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 "같은 주체·취지, 노동자상만 불허"…시 "소녀상과 비교 어려워"

연합뉴스

거제 문화예술회관 내 설치된 노동자상과 소녀상
[추진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거제=연합뉴스) 이준영 기자 = 최근 경남지역 노동계가 거제시 문화예술회관 내 평화의 소녀상 옆에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설치한 가운데 두 조형물의 설치 기준을 두고 "일관적이지 않다"는 비판 목소리가 나온다.

4일 노동계에 따르면 일제강제징용노동자상 거제건립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는 지난달 28일 이곳에 노동자상을 설치했다.

지난해 5월 추진위를 꾸려 본격적으로 건립을 추진한 지 약 1년여만이다.

그러나 이 노동자상은 거제시 허가를 받지 못한 '불법' 조형물이다.

시 공공조형물 건립 심의위원회는 지난해 11월과 지난 4월 추진위 측이 낸 조형물 설치 안건을 부결했다.

주민 반대가 있고, 설치 장소인 거제문화예술회관의 목적과도 맞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추진위 측은 노동자상을 불법으로 규정한 것은 바로 옆 소녀상과 비교해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주장한다.

이 소녀상은 2014년 1월 거제지역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된 '일본군위안부피해자추모상 건립추진위원회' 주도로 지금 위치에 건립됐다.

과거 일본군에 의해 인권 침해를 당한 아픈 역사를 기리고 올바른 역사관을 정립해가자는 취지에 많은 이들이 힘을 보탰다.

당시 경남지역 최고령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였던 김복득 할머니를 비롯해 거제지역 학생들과 대우조선해양노조 등 각계각층이 모금에 동참했다.

거제시도 1천만원을 지원하고 건립지를 무상 제공했다.

추진위는 노동자상 역시 시민사회단체 모금을 통해 소녀상과 같은 취지로 만들어졌음에도 시에서 '반대를 위반 반대'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추진위 관계자는 "노동자상도 소녀상처럼 과거 일본에 피해를 본 우리의 아픈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한 상징이다"며 "10년 전에는 맞았던 기준이 지금은 틀렸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 이는 시가 시의 결정을 스스로 부정하는 꼴"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시는 소녀상 설치 당시에는 공공조형물 건립에 관한 조례가 없었고 노동자상은 주민 반대도 있어 같은 비교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공공조형물 건립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심의위원회 구성 내용을 담은 조례는 2021년 시행됐다"며 "장소나 조형물 취지와 별개로 주민 반대가 큰 것이 심의위원회에서 부결된 주된 이유"라고 말했다.

시는 추진위가 무단 설치한 노동자상에 대해 자진 철거를 요구하는 계고장을 조만간 보내는 한편 추진위 측에 대한 형사 고발도 검토 중이다.

lj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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