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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7 (일)

"땀 식는데 한 시간 대기 줄" 백록담 표지석 기념촬영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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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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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라산 정상 자연석 표지석에서 기념 촬영하려는 등산객들


"나무 표지에서도 기념 촬영할 수 있습니다."

등산객의 많은 인기를 끄는 한라산 정상 화구호 백록담 동쪽 능선에 있는 자연석 표지석 앞에서 매일 기념 촬영 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기념 촬영을 하려는 많은 등산객들이 '한라산천연보호구역 백록담'이라고 새겨진 표지석에 몰리면서 1㎞ 이상의 긴 줄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긴 대기 줄로 인해 한 번 촬영하려면 1시간 이상 기다리는 것은 예삿일이 됐습니다.

한여름에는 기다리는 동안 땀이 식어 한기를 느끼기 때문에 등산객들은 바람막이를 꺼내 입곤 합니다.

땀을 쏙 빼고 기껏 정상에 올랐지만 하염없이 긴 줄로 기념 촬영을 포기하고 발길을 돌리는 등산객들도 적지 않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는 '다른 나무 표지도 있다'면서 기념 촬영 대기 줄을 분산하도록 하는 안내방송까지 하고 있습니다.

해발 1950m 한라산 정상에는 자연석 표지석 외에 '한라산동능정상', '명승 제90호 한라산 백록담'이라고 새겨진 두 개의 멋진 나무 표지도 있습니다.

하지만 등산객들은 자연석 표지석을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찍으려하고 다른 표지로는 좀처럼 이동하지 않는 실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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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정상 백록담 표지석


등반객들은 대기줄이 길어지자 자연석 표지석을 하나 더 세워달라는 하소연을 하고 있지만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 측은 "더 세울 수는 없다"는 입장입니다.

관리소 측은 정상 등반객이 반드시 표지석 앞에서 사진을 찍지 않더라도 정상 사진을 첨부하면 등반 인증서를 발급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자연석 표지석은 2007∼2008년쯤 한라산 동쪽 능선 정상에 세워졌습니다.

글씨는 자운 김경미 선생의 작품으로 어리목 입구에 있는 '한라산' 비석도 그가 쓴 글씨입니다.

사실 현재 성판악이나 관음사 탐방로를 통해 오를 수 있는 자연석 표지석의 위치는 한라산에서 가장 높은 곳은 아닙니다.

한라산 최고 높은 곳은 서북벽 정상입니다.

한라산에서 40여 년간 근무한 김용만 씨는 "애초 1950년대 제주4·3 이후 한라산 정상 서북벽에 한라산 정상이라는 작은 표지석과 한라산 탐방이 개방된 것을 기념한 개방비석이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그런데 서북벽 탐방로가 많은 탐방객들로 훼손되면서 1996년부터 탐방로가 폐쇄됐고 이후 다른 탐방로로 정상에 오르게 돼 실제 최고 높은 위치인 서북벽 정상에는 사실상 갈 수 없게 됐습니다.

자연스럽게 서북벽 정상의 표지석과 개방비는 없어졌고 2천 년대 들어 정상 표지석에 대한 논의가 진행돼 자연석 표지석을 세웠습니다.

김 씨는 "자연석 표지석을 옮길 당시 헬기를 동원해 올렸다. 그 때의 기억이 생생하다"며 "그전까지만 해도 한라산에 온 김에 정상인 서북벽으로 몰래 가려는 등산객들로 골머리를 앓았는데, 동쪽 능선에 표지석이 조성되면서 그런 행태가 없어지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울릉도 성인봉에도 3m 높이의 대형 표지석이 있는데, 한라산 표지석은 그보다 작은 높이 1.5m가량에 불과하다"며 "지금보다 큰 대형 표지석으로 교체하게 된다면 상징적 의미도 더 커지고 기념 촬영하려는 등산객들이 사방에서 찍을 수 있게 돼 혼잡한 상황이 다소 해결될 것으로 생각된다"고 조언했습니다.

(사진=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 홈페이지 게시글 캡처, 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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