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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시론] ‘인구 국가비상사태’ 선언 후에 해야 할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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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이삼식 인구보건복지협회 회장·한양대 고령사회연구원 원장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했다. 합계출산율이 2002년 초저출산 기준(1.3명) 이하로 낮아진 지 22년 만이다. 2018년에 1.0명 선이 붕괴한 지 6년이 지난 시점이다. 늦은 감이 있지만, 이는 현재와 미래 세대 삶의 질과 사회 안정을 위해 필요한 결단이다. 인구 국가비상사태 선언을 계기로 인구위기의 심각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사회 각계각층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력을 끌어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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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경기도 성남시 HD현대 글로벌R&D센터 아산홀에서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을 주제로 열린 2024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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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국가비상사태에 체계적이고 일관성 있게 대응하려면 강력한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 마침 정부가 부총리급 인구전략기획부(가칭)를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절대 빈곤에서 벗어나기 위해 1961년 부총리급 경제기획원을 설립해 경제 발전과 산업화에 성공한 경험을 벤치마킹하면 좋겠다. 경제·국토·산업·보건복지 등과 마찬가지로 인구 문제도 국가가 존재하는 한 반드시 상시로 다뤄야 할 중요한 영역이다. 특히 인구 소멸을 걱정하는 와중에 독립 부처 신설은 당연하고 미룰 일이 아니다.

그동안 저출산 문제에 여야가 당리당략을 떠나 초당파적으로 힘을 합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해 왔다. 지난 4월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인구부’를, 민주당은 ‘인구위기대응부’를 신설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인구위기 대응이 늦어질수록 사회·경제적 부작용과 폐해가 증폭될 것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국민의 피해로 돌아갈 것이 자명하다. 이런 긴급성을 고려해 여야 협력으로 조속한 시일 내에 정부조직법 개정을 통해 힘 있는 인구 전담 중앙행정기관을 출범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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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달 5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일·육아지원제도 활성화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했다. 사진 고용노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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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율 회복과 인구 감소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중장기적 관점에 따른 종합적 틀을 만들고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 최근 발표된 저출산 대책들은 여러 관점에서 고무적이다. 그동안 일·가정 양립 제도는 공무원과 대기업 근로자들만을 위한 것이란 지적을 받아왔다. 휴가와 휴직 제도에는 광범위한 사각지대가 존재했다.

휴직급여는 임금 대체 수준이 낮았고, 휴가와 휴직은 인력 대체 어려움 등을 이유로 실제 사용자가 소수로 한정됐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이번 대책에서는 고용보험 미가입자에 대한 육아 지원의 사각지대를 연내에 개선하겠다는 계획이 포함됐다.

육아 휴직 급여의 상한액을 인상했다. 육아 휴직 기간 인력 대체를 위해 동료 업무 부담 지원금과 외부자원 활용 지원금을 확대하고 외국인력 공급 등 다양한 보완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휴가와 휴직 사용을 개인 맞춤형으로 설계할 수 있도록 ‘부모 시간 선택권’을 강화한 점도 평가할 대목이다. 교육과 돌봄을 늘봄학교 중심으로 초등학교 모든 학년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담았다. 그동안 미취학기에 한정했던 돌봄의 벽을 뛰어넘은 획기적 진전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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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취업자 수 증가폭이 기상여건 악화와 조사기간 휴일 포함 등에 따라 39개월 만에 최소로 나타난 가운데 연령대별로 봤을 때 청년층 고용이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12일 통계청이 발표한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층(15~29세) 취업자가 17만3천명 줄면서 감소 폭이 가장 컸다. 2021년 1월 31만4천명 줄어든 뒤로 가장 큰 폭의 감소세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고용센터에 마련된 일자리 정보 게시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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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번 대책만으로 결혼·출산에 따른 국민의 부담과 고통이 완전히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결혼과 출산 관련 가장 중요한 사회 구조적 요인 중 하나로 청년층의 고용 불안정이 지목되는데 이에 대한 대책은 여전히 미흡하다.

한국 청년의 고용 지표들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보다 열악하다는 점을 고려해 앞으로 더 심도 있게 다룰 필요가 있다. 미시적인 측면에서 일·가정 양립 제도의 사각지대 해소는 일부 고용보험 미가입자에 급여 등을 지원하기보다 일하는 부와 모 누구든지 모든 일·가정 양립 서비스를 동등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보편화에 역점을 둬야 한다.

육아 휴직급여 상한액의 인상 폭도 여전히 낮고 적용 기간마저 짧다. 근본적인 개선이 요구된다. 예를 들어 자녀 수에 따른 생활비와 물가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육아 휴직 기간에 생활비 부족을 겪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저출산 원인 중 하나로 양육비 부담도 거론된다. 자녀 양육의 고비용 사회구조를 타파하는 동시에 아동수당 금액과 지급 기간을 현실화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출산율 회복과 인구 위기 극복의 핵심은 국민 개개인이 결혼·출산·양육 과정에서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거버넌스 구축과 정책 수립은 국민만 바라보고 과감하게 추진해야 할 것이다.

이삼식 인구보건복지협회 회장·한양대 고령사회연구원 원장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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