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으로 붕괴된 지역 주민들이 국경을 넘으면 난민이 된다. 호주는 최근 남태평양 섬나라 투발루와 기후난민 입국에 관한 조약을 체결했다. 해수면 아래로 서서히 가라앉고 있는 투발루에서 매년 280명의 주민들을 받아들여 영주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그나마 투발루 주민들은 운이 좋은 편이다. 전쟁이나 종교적 박해 등이 아닌 기후재앙으로 발생한 난민의 법적 지위에 대해선 국제적으로 공인된 기준이 없다. 가령 허리케인이 휩쓸고 간 중미 국가들에서 농사를 못 짓게 되고 마실 물조차 구할 수 없게 된 이재민들이 멕시코로 쏟아져 들어오고, 카라반 행렬과 함께 미국 국경으로 향한다고 가정해보자. 이들에게 난민 지위를 인정해야 하는지, 아니면 경제적 동기의 이민자라고 간주할지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일각에선 기후난민을 광범위하게 인정한다면 난민 구호 정신이 훼손되고 경제적 이민자들이 급증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와 반대로 기후변화에 책임 있는 선진국들이 인도주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로선 기후난민이 법적 지위를 받기 어렵다. 난민법에 따라 난민으로 인정받으려면 인종, 종교, 정치적 견해 등을 이유로 한 박해를 입증해야 한다. 가까운 미래에 매년 수천만 명씩 기후난민이 발생하고 선진국의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진다면 어떻게 될까? 지금부터 고민해볼 일이다.
[박만원 논설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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