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6 (토)

이슈 드론으로 바라보는 세상

드론도 AI가 조종한다…전쟁통 우크라 '킬러 로봇' 시연장으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러 압도' 압박감에 투자유치 활발…키이우, 무기개발 실리콘밸리로 부상

딥러닝 학습한 AI가 표적 자동식별…개인도 제작 가능 '테러 악용' 소지도

뉴스1

우크라이나 제2도시 하르키우 인근에서 러시아군의 공세가 높아진 가운데 1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 제92여단 아킬레스 드론대대에 소속된 장병이 중거리 정찰용 드론 '벡터'를 날리고 있다. 2024.06.19.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지난 6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외곽에서 무인기(드론) 1대가 오토바이를 타고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한 남성을 추적하고 있다. 놀랍게도 이 드론을 조종하는 사람은 없다. 드론은 내장된 카메라로 남성을 식별한 뒤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의 안내를 받아 자율 비행 중이다. 오토바이 엔진 소리보다 조용한 드론이 따라붙자 남성에게 무전이 울린다. "당신은 이미 사망했습니다."

이 드론은 우크라이나 드론업체 '비리(Vyriy)'가 개발한 살상용 AI 드론이다. 실제로 폭발물이 장착돼 있었다면 이 남성은 즉사했을 것이다. 직접 오토바이를 타고 드론 기술을 시연한 남성은 올렉시 바벤코(25) 비리 최고경영자(CEO)다.

2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비리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AI) 기술을 무기화하는 데 노력하는 여러 우크라이나 기업들 중 한 곳에 불과하다"며 "러시아와의 전쟁으로 '적을 압도해야 한다'는 압박감과 막대한 투자, 기부, 정부 계약이 우크라이나를 자율 드론 및 기타 신무기를 개발하는 '실리콘 밸리'로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방산 기업들이 만들어내는 기술은 표적을 식별하고 이를 제거하는 데 인간의 판단을 요하지 않는다. 기존 하드웨어에 이를 운용하는 소프트웨어와 AI 기술을 접목하면 언제 어디서든 간편하게 사람을 죽일 수 있다. 이날 NYT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새로운 '킬러 로봇'의 시대가 열릴 공산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킬러 로봇은 대량의 데이터를 학습해 의사 결정을 내리는 '딥 러닝' 기술을 통해 상용화됐다. 오픈AI의 챗GPT와 같은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생성형 AI 모델에 쓰이던 딥러닝 기술이 이제는 무기 개발에 활용되는 셈이다.

2년 넘게 러시아의 침공에 시달리고 있는 우크라이나는 자동 살상 무기 개발에 사활을 걸었다. 미하일로 페도로프 우크라이나 디지털혁신부 장관은 NYT에 "우리는 일단 승리해야 한다"며 "최대한의 자동화 (무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미 대량 생산이 가능한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으며 최전선에서도 광범위하게 테스트 돼 실전에서 사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 6월 우크라이나 동부 최전방인 돈바스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 예비역인 유리 클론삭은 포탑을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 컨트롤러로 조종하고 태블릿PC로 자동 조준하는 방법을 병사들에게 가르쳤다. 이 포탑은 우크라이나 방산기업 '데브드로이드(DevDroid)'가 개발한 것으로 최대 1㎞ 거리의 움직이는 표적을 자동으로 조준할 수 있다. 자동 사격 기능은 조만간 개발이 완료될 예정이다.

자동 살상 무기는 특정 방산기업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드론·소총과 같은 기존 하드웨어에 AI 소프트웨어만 결합하면 되기 때문에 일반인들도 얼마든지 나만의 사제 무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 탄약을 제외한 대부분의 부품들은 인터넷 쇼핑몰과 철물점에서 구입할 수 있다.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우크라이나 동부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제92 돌격여단 소속 장병 데브(28)도 최근 사제 무기를 조립하는 데 푹 빠졌다. 처음에는 경주용 드론에 폭탄을 장착하는 수준에 그쳤지만, 지난 5월에는 자율 주행 소프트웨어로 무장한 드론을 처음으로 날렸다. 어두운 곳에서도 표적을 감지할 수 있도록 야간 투시경까지 달았다.

문제는 이러한 사제 무기들이 자칫 암시장에 풀릴 경우 테러에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점이다. 표적 감지부터 살상에 이르는 전 과정에 인간의 개입이 전무한 만큼 윤리적인 문제도 뒤따른다.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UC버클리)의 스튜어트 러셀 AI 교수는 NYT에 "우크라이나는 자동화된 무기가 어떤 장점이 있는지 잔인할 정도로 명확하게 보여줬다"며 AI의 무기화로 "전 세계 무기 시장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대량 살상 무기가 등장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seongskim@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