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8 (월)

"2차 가해 변태성을 띤 유희 돼버려"…시청역 참사 희생자 조롱 글 또 등장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찰, 작성자 검거…인터넷 글도 수사 대상 "처벌될 수 있다" 경고

'놀이' 된 2차 가해…"도덕의 붕괴…본보기처럼 확실하게 처벌해야"

뉴스1

4일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역주행 교통사고 현장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들이 사고조사에 나서고 있다. /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1) 남해인 기자 = 9명의 목숨을 앗아간 '시청역 역주행 참사' 피해자를 조롱한 편지를 사고 현장에 남긴 작성자를 경찰이 수사 중인 가운데 이 같은 모욕성 글이 인터넷에서 확산하고 있어 피해자와 유족을 향한 '2차 가해'가 우려된다.

화성 아리셀 공장 참사 외국인 희생자를 비하하는 글이 논란이 된 지 불과 일주일 만에 동일한 양상이 반복되면서 '놀이'처럼 돼버린 2차 가해를 가벼이 여겨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시청역 인근 참사 추모 공간에 피해자를 토마토 주스에 빗대 조롱하는 편지를 남긴 20대 남성 A 씨를 소환해 자세한 사건 경위를 조사했다.

해당 편지를 촬영해 올린 글은 지난 3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오면서 거센 논란에 휩싸였다. 이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사망자와 유가족을 향한 도 넘은 모욕성 글이 다수 게시됐다.

특히 피해자의 죽음을 비아냥대거나 농담과 섞어 희화화하는 내용의 글이 올라오면, 이용자들은 댓글로 동조하며 조롱을 이어가는 방식이다. 사망자의 성별이 모두 남성이라는 점을 거론하면서 혐오 정서를 조장하는 글도 여럿 올라왔다.

이처럼 피해자와 유가족에 대한 심각한 2차 가해가 우려되자 경찰은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며 경고하고 나섰다. 일부 게시글에 대해서는 조사에 착수하는 등 초동 진화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경찰은 이같은 조롱이나 모욕 등의 글들은 "형법상 모욕죄와 사자명예훼손,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 등에 의해 처벌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희생된 참사 피해자들에 대한 무분별한 조롱이 일종의 '놀이'처럼 소비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24일 경기 화성 일차전지 공장 아리셀에서 화재가 발생했던 당시에도 사망자 23명 중 18명이 외국인 노동자로 확인되자 이들을 비하하는 글이 온라인상에 다수 올라왔다.

특히 중국인에 대한 혐오를 드러내는 내용이 다수였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중국인이 죽어서 와닿지 않는다", "중국인 사망자가 대부분이다(비하 목적의 'ㅋㅋㅋ')", "90%가 우리나라 사람도 아니고 외국인인데 무슨 상관이냐" 등 2차 가해 글이 난무했다.

2022년 10월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 당시에도 사망자들에 대한 혐오·인신공격성 글이 확산하자 다음·네이버 등 포털이 이태원 참사 관련 기사 댓글 창을 일괄 닫거나 언론사가 선택해 닫을 수 있도록 조치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익명성 뒤에 숨어 시민 의식을 저버린 결과라고 봤다. 2차 가해가 비뚤어진 욕구를 해소하는 수단이 돼버렸다는 지적도 나왔다.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 교수는 "익명화된 온라인 환경이 점점 더 발전하면서 다른 사람의 아픔에 무감해지고 또 도덕이 붕괴한 것"이라며 "2차 가해가 변태성을 띤 유희처럼 돼버렸다"고 설명했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인터넷 커뮤니티의 익명성은 더 발달하는데 시민 의식이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개인 마음속에 쌓인 분노와 불만을 2차 가해를 통해 해소하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2차 가해는 유족들에게 더 큰 고통을 안겨줄 위험이 커 방치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허 교수는 "참사 같은 안타까운 일이 발생할 때 개개인의 연민이 있어야 사람들이 공존할 수 있다"며 "최근 일들을 계기로 우리 사회 문화 수준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강력한 법적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유 교수는 "익명성에 기댄 2차 가해들도 양상이 너무 심각해져서 피해자와 유족들이 겪는 아픔은 물리적 폭력에 의한 아픔보다 절대 적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을 계기로 처벌이 본보기처럼 확실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hi_nam@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