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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슈 세계 속의 북한

“북한 오물풍선, ‘체제 취약성’ 방증… 테러 작정 땐 위협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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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CSIS 보고서… “북, ‘전쟁 준비 결정’ 분석 틀려”
한국일보

지난달 9일 오전 5시 32분쯤 인천 미추홀구 학익동 한 빌라 옥상에 떨어진 북한의 대남 오물풍선. 인천소방본부 제공·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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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한국으로 보내는 오물풍선은 체제의 취약성을 자인하는 것이라는 미국 외교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왔다. 다만 테러를 작정할 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함께 제기됐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석좌와 앤디 림 연구원은 2일(현지 시간) 북한 오물풍선 관련 긴급질문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두 사람은 우선 일각에서 제기되는 ‘북한의 전략적 전쟁 결정 완료’ 주장에는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선을 그었다.

보고서에서 이들은 “로버트 칼린 미들베리국제연구소 연구원, 시그프리드 헤커 스탠퍼드대 명예교수 등은 (북한 국무위원장인) 김정은이 그의 조부(김일성)처럼 전쟁에 나설 전략적 결정을 마쳤다고 주장한다”고 운을 띄웠다. 그러면서 “이 가설은 많은 주목을 끌었지만, 실상을 정확히 반영하지는 않는다”며 “만약 김정은이 실제로 전쟁을 준비 중이라면 러시아에 그가 보유한 모든 탄약을 팔아넘기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다른 논거들도 제시했다. 차 석좌와 림 연구원은 “전쟁이 실제 카드라면, 김정은이 한국과의 관계 단절에 나서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북한은 적을 교란하는 기만 전술을 써 왔다는 점에서, 전쟁이 임박했다면 북한은 미래 공격 예고 대신 남북 평화 협상을 위장하고 나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일보

김정은(가운데) 북한 국무위원장이 3일 노동당 전원회의를 마친 뒤 의료기구 생산 공장을 방문해 각종 장비들을 둘러보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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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오물풍선 살포에 대해선 “한국의 새로운 통일 정책에 대한 선제 조치 성격”이라고 해석했다. 두 사람은 “한국 정부는 기존 통일 정책을 폐기하고 자유와 인권이라는 가치에 기반한 새 통일 정책을 구상하고 있다”며 “이는 북한과의 체제 경쟁이 아니라 북한 주민들의 자유 열망에 호소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유롭게 교육받을 자유는 북한 주민들에게 강력한 메시지이며, 이는 한미 연합훈련이나 전략핵 훈련보다 더 폭발력이 클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통일’이라는 개념을 북한 주민들 머릿속에서 지워 버리겠다는 게 김 위원장의 속내라는 것이다.

보고서는 “북한은 주체사상 선전 리플렛을 한국에 날려 보내는 게 웃음거리밖에 안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그 대안으로 오물(풍선)을 살포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는 그 자체로 북한 체제 및 이들의 사상이 사실상 파산 상태라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부연했다.

그럼에도 “가볍게 볼 일만은 아니다”라는 게 차 석좌 등의 경고다. 보고서는 오물풍선 살포에 대해 “여전히 명백한 ‘소프트 테러’로, 만약 풍선에 정체불명의 하얀색 가루가 들어 있었다면 한국인은 패닉에 빠지고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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