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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시청역 사고, 역주행하다 행인 먼저 들이받은 뒤 차량 추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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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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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시청역 인근 역주행 차량 교통사고 브리핑


9명의 사망자를 낸 시청역 인근 역주행 사고를 수사 중인 경찰은 68세 운전자 A 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사고 원인 규명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습니다.

경찰은 A 씨의 운전 부주의 여부를 집중적으로 살피는 한편 급발진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 중입니다.

A 씨는 경기도 안산 소재 버스회사에 소속된 시내버스 기사로, 40여 년 운전 경력을 가진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정용우 서울 남대문경찰서 교통과장은 지난 2일 기자단 브리핑에서 "사망 사고를 발생시킨 운전자 A 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습니다.

정 과장은 "향후 면밀한 사실관계 확인 등 엄정하고 신속하게 수사하겠다"면서 "사건을 진행하면서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다각도로 검토해보겠다"고 말했습니다.

경찰은 운전 부주의 등 A 씨의 과실로 사고가 일어났을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는 동시에 급발진을 비롯한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 중입니다.

운전자 측은 사고 직후 급발진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전문가와 목격자들 사이에서는 사고 당시 CCTV 영상 등을 분석해볼 때 급발진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경찰은 이날 오전 사고 차량인 A 씨의 제네시스 G80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감식을 의뢰했습니다.

국과수의 차량 사고기록장치(EDR) 분석에는 통상적으로 1∼2개월이 소요됩니다.

정 과장은 이와 관련, "급발진의 근거는 현재까지는 피의자 측 진술뿐이고 급발진이라고 해도 적용 혐의가 달라지지는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경찰은 일단 사건관계인과 목격자 진술, 폐쇄회로(CC)TV 및 블랙박스 영상 등을 토대로 사고 당시 상황과 가해 차량의 동선을 재구성하고 있습니다.

경찰 등에 따르면 사고 당일 A 씨 부부는 시청역 인근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A 씨 처남(아내 친오빠)의 칠순잔치에 참여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부부가 탄 차량은 웨스틴조선호텔 지하 주차장에서 빠져나와 한화빌딩 뒤편의 일방통행 도로인 세종대로18길을 200여m 역주행하다가 가드레일과 인도의 행인을 들이받은 뒤 BMW, 소나타 차량을 추돌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후 시청역 12번 출구 인근의 교통섬에 이르러서야 차량이 멈춰 섰습니다.

전날 사고 직후 BMW와 소나타 차량을 먼저 추돌한 뒤 행인을 들이받은 것으로 알려졌던 것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CCTV로 확인한 사실과 A 씨, 목격자의 진술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아직 A 씨가 병원에 입원해 있어 본격적인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차량이 질주한 거리와 제네시스의 가속 성능, 인명 피해 등을 고려하면 충격 당시 속도가 시속 100㎞에 육박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실제 사고 당시 상황이 담긴 CCTV 영상을 보면 행인이 미처 피할 겨를도 없이 빠른 속도로 차량이 질주하는 모습이 나옵니다.

경찰은 국과수 감정을 토대로 A 씨가 사고 전후 브레이크를 밟았는지 여부, 차량 속도 등도 함께 조사할 방침입니다.

브레이브 작동 여부는 운전미숙 또는 급발진 등 정확한 사고 경위를 파악하는데 핵심 단서가 될 전망입니다.

해당 제네시스 차량은 지난 5월 종합검사에서는 제동력 등 모든 부분에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한국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검사 결과를 확인해 보니 모든 항목이 '양호'로 돼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경찰은 A 씨에게서 음주나 마약 흔적은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A 씨는 경기도 소재의 한 여객운송업체에 소속된 버스기사로 확인됐습니다.

이 업체 관계자는 통화에서 "우리회사 기사가 맞다"며 "촉탁직으로 1년 4개월 정도 일했고, 하루 일하고 하루 쉬는데 사고가 난 어제는 쉬는 날이었다"고 말했습니다.

A 씨는 1974년 버스 면허를 취득했으며, 지난해 2월 3일자로 경기도 안산 K여객에 촉탁직으로 입사해 20인승 시내버스를 운전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K여객에 입사하기 전에는 1985년부터 1992년까지 서울에서 버스기사로, 1993년부터 2022년까지는 트레일러 기사로 일했다고 합니다.

업체 관계자는 "입사 후 사고 이력은 없었고, 주변 기사들은 A 씨가 원래 술도 안 마시는 베테랑 기사였다고 한다"며 "서울에서도 버스 기사를 해서 서울 지리도 잘 알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경찰과 소방 당국에 따르면 1일 오후 9시 27분쯤 A 씨가 운전하던 제네시스 차량이 시청역 인근 웨스틴조선호텔 지하 주차장에서 빠져나온 후 일방통행 4차선 도로를 역주행하다 왼편 인도로 돌진했습니다.

이 사고로 보행자 9명이 숨졌습니다.

6명은 현장에서 사망했으며 3명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다가 사망 판정을 받았습니다.

A 씨와 아내, 보행자 2명에 더해 A 씨 차량이 들이받은 차량 2대의 운전자까지 모두 6명이 다쳤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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