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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제일 좋은 날이었는데"…승진하고 상 받은 날 회사 동료들 참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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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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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고 현장에 붙어 있는 추모 글


"우리 아들 좀 살려주세요. 내 새끼가 왜 저기 있어. 잘생긴 우리 아들 좀 살려주세요…."

지난 2일 오후 8시쯤 서울 시청역 인근 역주행 사고로 사망한 양 모(35)씨의 어머니 최 모 씨가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빈소 앞 복도에 주저앉아 흐느꼈습니다.

서울 한 대형병원 용역업체 직원이었던 양 씨는 1일 직장 동료들과 함께 식사하고 난 뒤 길가에서 참변을 당했습니다.

최 씨는 다른 가족의 부축을 받으며 의자에 앉았다가도 아들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몇 번이고 빈소 입구에 서서 모니터에 작게 띄워진 아들의 사진을 쓰다듬고 또 쓰다듬었습니다.

최 씨는 "너무 착한 아들이었는데 대체 왜 인도에 날벼락이…"라며 말을 끝맺지 못했습니다.

양 씨와 함께 숨진 김 모(38)씨, 박 모(40)씨 빈소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습니다.

김 씨의 어머니 이 모 씨도 망연자실한 얼굴로 "하늘 아래 날벼락"이라며 "실감이 안 나 눈물도 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김 씨의 사촌동생 신 모 씨는 "세 명이 퇴근하고 함께 시청 근처에 전시회를 보러 갔다가 저녁 먹고 나오던 길에 사고를 당했다고 들었다"며 "형이 결혼한 지 1년도 채 안 됐는데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신 씨는 "형은 담배도 안 피우고 술도 안 좋아하고 아침 일찍 일어나 생활하는 정말 바른 사람이었다"고 전했습니다.

같은 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시중은행 직원 4명의 빈소는 직장 동료를 비롯한 조문객의 발걸음이 밤늦게까지 이어졌습니다.

시청역 인근에 본점을 둔 시중은행 동료였던 사망자 4명은 대부분 같은 부서에서 근무한 사이로 알려졌습니다.

숨진 이 모(54)씨의 어머니는 "자식을 두고 어떻게 이렇게 가느냐"며 손자를 끌어안고 오열했습니다.

백발의 어머니는 "거기가 어디라고 가. 너 거기가 어딘 줄 알고 가니. 내가 먼저 가야지 네가 먼저 가면 어떡해"라며 통곡해 눈물을 자아냈습니다.

또 다른 사망자 이 모(52)씨의 유족은 이날 새벽 강원 춘천에서 급히 왔다고 했습니다.

유족에 따르면 이 씨는 아들 1명과 딸 2명을 키우고 있습니다.

이 씨의 삼촌이라고 밝힌 한 유족은 "(이 씨의) 부모가 일찍 돌아가셔서 초등학교에서부터 대학교까지 우리가 아들처럼 키웠다"며 "너무 착하고 성실하게 살았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목숨을 잃은 은행 동료 4명 중 1명은 사고 당일 승진을 한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빈소를 찾은 은행 동료들은 "제일 좋은 날이었는데…"라며 눈물을 보였습니다.

사고가 난 장소는 시청뿐 아니라 은행 등 기업체 사무실 건물과 음식점 등 상가가 밀집한 곳이었기 때문에 사상자 대부분은 인근에서 늦게까지 일을 하거나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나온 직장인들이었습니다.

사망자는 모두 30∼50대 남성으로 6명은 현장에서 숨졌고 3명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다가 사망 판정을 받았습니다.

서울시청 세무과 직원인 윤 모(31)씨도 동료 2명과 함께 식사하고 나오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윤 씨의 일행이던 서울시청 청사운영팀장 김 모(52)씨도 사망했고, 다른 한 명은 경상을 입었습니다.

윤 씨 시신이 안치된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도 유족의 울음소리는 끊이지 않았습니다.

사고 소식에 달려온 윤 씨 동료들은 빈소 밖에서 눈물을 훔치며 영정사진만 물끄러미 바라봤습니다.

4년가량 함께 일했다는 한 동료는 윤 씨가 외고 등을 졸업한 인재였다고 전했습니다.

이 동료는 "2020년에 7급 공채로 들어온 직원인데 인품이 정말 좋았다. 고참들도 힘들다고 하는 일을 1년 정도 한 적이 있는데 항상 웃었고 힘들다는 말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며 "정말 정말 착하고 애교도 많고 정말 흠잡을 데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승진도 얼마 안 남았는데…"라며 연신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윤 씨와 함께 시청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는 공무원 김 모(28)씨는 조문을 마친 뒤 "(윤 씨가) 선배였는데 밥도 사주시고 힘든 업무도 알려주시고, 많이 챙겨주셨다"고 기억하며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김 씨의 시신이 안치된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식장도 비통한 분위기였습니다.

사고 당일 김 씨가 소속된 팀이 '이달의 우수팀'과 '동행매력협업상' 수상자로 선정됐고 김 씨는 저녁 식사 뒤 시청으로 돌아가 남은 일을 하려다 변을 당했습니다.

김 씨의 형은 "청사 관리가 워낙 바쁜 업무다 보니 보통 저녁 8∼9시쯤 퇴근하며 연락했었다"며 "그저 일밖에 모르던 동생이었다"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시청 인근에서 직원 2명이 숨진 사건에 동료들도 충격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시청 인트라넷에 올라온 사고 관련 소식에는 고인의 명복을 비는 댓글이 200여 개 달린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서울시청에서 근무하는 김 모(31)씨는 "어젯밤 뉴스를 확인하고 잠을 설쳤는데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며 "매일 같이 점심을 사 먹는 회사 앞이라 더 충격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한 시청 직원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황망하게 돌아가신 분들이 너무 안타까워서 마음이 무겁다. 당장 내가 죽을 수도 있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턱 막힌다"고 썼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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