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 우파 자처…"내가 영국인이었다면 FdI는 보수당이 됐을 것"
멜로니 총리 |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청년 당원들의 파시즘 행태와 관련해 "시계를 과거로 되돌리려는 자들은 출당시킬 준비가 돼 있다"며 파시즘과 거듭 선을 그었다.
안사(ANSA) 통신에 따르면 멜로니 총리는 2일(현지시간) 그가 이끄는 집권당인 이탈리아형제들(FdI) 지도부에 보낸 서한에서 일부 청년 당원들로 인해 당의 명성이 훼손된 것에 대해 "분노와 슬픔"을 느낀다고 밝혔다.
그는 이탈리아 우파가 파시즘을 역사의 쓰레기통에 버린 지 오래됐다면서 "수십번 반복해서 말했지만 FdI는 인종주의나 반유대주의를 용인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FdI에는 20세기 전체주의 정권에 대한 향수나 어리석은 전설의 발현이 들어설 여지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우리의 임무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그것을 망치도록 놔두기에는 우리에게 주어진 임무가 너무나 크다"며 "우리를 과거로 되돌리려는 사람들, 우리를 꼭두각시로 만들려는 사람들에게 낭비할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멜로니 총리는 FdI를 영국의 보수당, 미국의 공화당, 이스라엘의 리쿠드당과 같은 주류 우파 정당이라고 설명하며 자신이 영국인이었다면 FdI는 보수당이 됐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이탈리아 온라인매체 팬페이지는 FdI의 청년 지부 '국민 청년' 행사에 잠입해 청년 당원들이 파시스트 경례를 하고 나치 관련 구호를 외치는 모습을 공개해 큰 파장을 낳았다.
팬페이지가 '멜로니의 청년들'이라는 제목으로 공개한 이 영상에는 FdI의 청년 당원들이 파시즘 창시자 베니토 무솔리니를 지칭하는 '두체'(Duce·지도자)와 나치 구호인 '지크 하일'(Sieg Heil·승리 만세)을 외치는 모습이 담겼다.
이 매체는 FdI 소속 상원의원인 에스테르 미엘리를 유대인 출신이라고 조롱하며 인종차별적 폭언을 하는 국민 청년 단체 채팅방의 대화 내용도 폭로했다. 팬페이지는 이런 내용을 담은 영상을 지난달 14일과 26일 두 차례에 걸쳐 방송해 큰 파장을 일으켰다.
침묵을 지키던 멜로니 총리는 지난달 28일 이와 관련해 처음으로 입장을 밝혔으나 청년 당원들의 파시즘 행태보다 잠입 취재를 더 문제 삼으며 오히려 논란을 키웠다.
야당들이 멜로니 총리를 향한 공세를 강화하고, 국제적인 이슈로 확대될 조짐이 보이자 멜로니 총리가 파시즘 부활 우려에 대해 분명하게 선 긋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멜로니 총리는 집권 전부터 국제사회로부터 '파시즘의 계승자'로 의심받았다.
그는 파시즘 창시자 베니토 무솔리니를 추종하는 네오파시스트 정당인 이탈리아사회운동(MSI)에서 정치를 시작했고, 과거 인터뷰에서 무솔리니에 대해 "그가 했던 모든 일은 조국을 위한 것이었다"고 추켜올렸다.
그러나 멜로니 총리는 '파시스트 총리'라는 국제사회의 우려와는 달리 집권 이후 친유럽·친나토 행보를 이어가고 온건 실용주의 노선을 걸으며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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