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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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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장선거 같던 與당권주자 5분 발표회”… 무대 뒤에선 ‘배신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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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지금이 변화의 골든타임”… 원희룡 “대통령과 싸우면 당 깨져”

나경원 “국회를 모르면 속수무책”… 윤상현 “참패 반성않는 모습 분노”

당내서도 “추상적… 실천방안 없어”

동아일보

카메라 앞에선 ‘화기애애’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에 출마한 당 대표 후보들이 2일 오전 서울 강서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열린 비전발표회에 앞서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윤상현 나경원 원희룡 한동훈 후보.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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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7·23 전당대회에 출마한 한동훈 원희룡 나경원 윤상현 등 당 대표 후보들이 2일 열린 ‘5분 비전발표회’에서 프레젠테이션(PT) 형식으로 저마다 “여당을 살릴 적임자”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당내에선 “비전발표회란 이름에 걸맞지 않게 후보들이 했던 말을 반복하는 ‘5분짜리 반장 선거 발표회’가 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한 여당 관계자는 이날 발표회에 대해 “밋밋했다”며 “추상적인 단어로 비전을 제시했지만 결국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가 빠져 있다”고 말했다. 후보들은 비전발표회 무대 뒤에선 ‘배신 프레임’ 등을 둘러싸고 신경전도 이어갔다.

● 견제구 난무한 비전발표회

이날 서울 강서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열린 비전발표회 발표 순서는 추첨에 따라 한동훈 원희룡 나경원 윤상현 후보 순으로 진행됐다.

한 후보는 “민주당엔 민주가 없고 국민의힘엔 힘이 없다”며 “국민의힘이 정부를 지킬 힘과 정권 재창출을 할 힘이 있는가”라고 질문을 던졌다. 한 후보는 이어 “0 대 3으로 지고 있는데 지금과 똑같이 하면 무조건 진다. 지금이 변화의 골든타임”이라며 변화와 쇄신을 강조했다. ‘수도권·중도·청년에게 매력 있는 정당’ 등 당의 외연 확장을 약속했다.

원 후보는 자기 소개 영상을 “이러다가 다 죽어”란 드라마 오징어게임 대사로 시작했다. 원 후보는 이어 “당과 대통령이 싸우면 의도가 아무리 좋아도 결국 당은 깨지고 정권을 잃는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 후보 간 갈등설을 부각하며 차별화에 나선 것. 그는 “레드팀을 만들어 민심을 대통령에게 전달하겠다”며 “우파 진영 100년 정당을 만들겠다”고도 했다.

5선 현역 의원인 나 후보는 “강인한 보수 정당을 만들겠다”라며 “이제 전장은 국회다. 국회를 모르면 의회 독재에 속수무책”이라고 했다. 또 “대통령과 각 세우는 대표, 빚 갚아야 하는 대표, 갈등과 종속, 모두 위험하다”며 한 후보, 원 후보에게 견제구도 날렸다. 그러면서 “엄혹한 문재인 정권 시절 야당 원내대표로서 패스트트랙 투쟁을 이끌고 마침내 조국 전 장관을 끌어냈다”라며 보수 지지층 표심에 호소했다.

윤 후보는 “보수혁명으로 당을 개혁하고 승리하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이 처절한 반성 없이 공동묘지의 평화처럼 사실상 죽어 있다”며 “궤멸적 참패와 책임지지 않은 모습, 반성하지 않은 모습에 분노한다”고 했다. 지난 총선에서 비대위원장으로 당을 이끈 한 후보를 저격한 것이다.

● 발표회장서 웃더니 곧장 신경전

이날 행사장 안에서 후보들은 서로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어깨동무를 하기도 하는 등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였지만, 발표 이후에는 상대를 향한 신경전을 이어 갔다.

한 후보는 자신을 향한 ‘배신의 정치’ 프레임에 대해 “네거티브 정치 공세에 대해서는 웬만하면 대응하지 않으려고 한다”라고 했다. 이에 원 후보는 “대통령과의 소통 부재, 쌓여 있는 문제에 대해선 갈등 오해 해소 노력이라도 하고 나와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직격했다.

두 후보는 제3자가 특별검사를 추천하는 방식의 ‘채 상병 특검법’을 두고도 설전을 벌였다. 원 후보는 “대표가 되겠다는 사람이 일방적으로 (특검법 추진에) 앞장서서는 안 된다. 이건 소통 부재, 당 논의의 부재, 경험과 전략의 부재”라고 지적했고, 한 후보는 “(다른) 의견이 있을 수는 있는데, 그런 말씀을 하는 분들은 어떤 대안이 있나”라고 맞받았다.

나 후보는 두 후보 간 갈등에 대해 “국민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며 “갈등 전대를 그만두고 미래 비전과 민생을 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했고 윤 후보는 “친박(친박근혜) 때 (정치인들) 줄 세워 봤는데 의미없이 허망하더라”며 “배신, 이런 단어 오르내리는 것이 송구스럽다”고 했다.

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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