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전에 사기·물자 떨어져…헤즈볼라와 전면전 가능성도 고려
이스라엘군 지도부 |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9개월 가까이 전쟁을 이어가고 있는 이스라엘군 지도부가 인질 석방과 군 재정비를 위해 휴전을 원하고 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전현직 이스라엘군 당국자 6명은 NYT와 인터뷰에서 군 고위 간부들은 휴전이 하마스에 억류된 이스라엘 인질들을 풀려나게 할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믿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당국자들은 인질 석방뿐 아니라 최근 국경 지역에서 충돌이 늘고 있는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의 전면전 발생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휴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당장 이스라엘군의 탄약이나 무기가 다 떨어진 것은 아니지만 하마스와 전투를 통해 점점 줄어들고 있으며, 헤즈볼라와의 전면전이 발발했을 경우에 대비하기에는 부족할 수 있어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부 간부들은 하마스와 휴전하면 하마스를 지지하는 헤즈볼라와의 관계도 자연스럽게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작년 10월부터 계속된 장기전으로 인해 이스라엘 병사들의 사기도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NYT와 인터뷰한 군 당국자들은 이스라엘군 예비군과 병사들 사이에서 군 지도부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있으며 전장에 나서는 예비군의 수도 점점 줄고 있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하마스 궤멸 때까지 전쟁 안 끝난다" |
지난해까지 이스라엘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에얄 훌라타는 NYT에 "군은 인질 및 휴전 협상을 전적으로 지지하고 있다"며 "그들은 가자지구에서 휴전하면 레바논과의 긴장이 완화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으며, 이전에 비해 가진 탄약과 부품, 에너지도 줄어들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군 지도부의 의견은 하마스를 완전히 제거하기 전까지는 전쟁을 중단할 수 없다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입장과는 전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NYT는 이스라엘군 지도부가 이러한 입장을 네타냐후 총리에게 직접 전달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최근 군 지도부와 네타냐후 총리 간의 의견 충돌을 암시하는 장면은 있었다고 짚었다.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지난 달 19일 현지 매체 인터뷰에서 "하마스를 파괴하고 사라지게 만드는 것은 대중의 눈에 모래를 뿌리는 일"이라며 하마스를 궤멸시키겠다는 네타냐후 총리의 전쟁 목표가 불가능한 것이라는 의견을 시사했다.
그는 "하마스는 신념이고 정파이며 사람들의 마음속에 뿌리내리고 있다"며 "우리가 하마스를 제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누구든 틀렸다"고도 지적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전시내각과 군 지도부 간의 균열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해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날 보도 내용에 대해 네타냐후 총리실은 답변을 거부했으며, 별도의 성명에서 이스라엘이 '테러군단 하마스의 궤멸'에 더 가까워졌다고 밝혔다고 NYT는 전했다.
wisef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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