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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G20 '초부자세 논쟁' : 도도한 혁신과 尹의 역주행 [마켓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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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연 기자]

# G20이 추진하는 '초부자 재산세'를 사이에 두고 서구권에서 갑론을박을 펼치고 있다. 초부자세는 전세계 3000여명에 불과한 초부자들(Ultra high net worth)에게 부富가 과도하게 쏠려 있지만, 정작 그들이 내는 세금이 너무 적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 그런데 유독 초부자 재산세와 반대로 가는 나라가 있다. 공교롭게도 한국이다. 더스쿠프가 초부자세 논쟁을 2편에 걸쳐 해부했다. 1편 출발과 혁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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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1월 18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세계 초부자 3000여명에게 글로벌 재산세를 매기자'는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초부자세는 기존 재산세 부과 대상인 부동산뿐만 아니라 주식‧암호화폐 등 모든 종류의 자산에 초점을 맞추고, 매년 전체 순자산의 2%씩 과세하는 게 핵심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상속세와 동일하게 몇 세대 후에는 집중된 부가 소멸하도록 설계했다.

반면 우리나라 정부와 여당은 이같은 추세가 무색하게 상속세 최고세율을 내려 최상위 부자들의 세금 부담을 줄여주자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경영권 프리미엄에 최고 20%를 할증하는 지금의 제도는 실제 경영권 프리미엄 평균인 40~68%(경제개혁연대 2019년 조사)보다 현저히 낮은데도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 초부자 세금의 함의=그럼 약간은 모호하고 낯선 개념인 초부자 세금은 뭘까. 포문은 프랑스 경제학자 가브리엘 주크만 UC 버클리(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 경제학과 교수가 열었다.

주크만 교수는 6월 25일 G20 의장국(브라질)이 의뢰해 작성한 초부자세 관련 보고서를 발표하며 "순자산 1억 달러 이상인 초부자(초고액자산가·Ultra high net worth) 3000여명의 부동산‧주식‧암호화폐‧금 등 모든 종류의 자산 가치의 2%를 매년 부유세(wealth tax)로 걷자"고 주장했다. [※참고: 더스쿠프 6월 26일 '상속세율 인하 vs 초부자 과세: 尹은 왜 다른 길 걷나'.]

G20은 친목 모임이 아니다. 2021년 로마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선 거대 다국적기업의 최저 실효 법인세율을 15% 이상으로 규정하는 최저한세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130개국은 올해부터 최저한세를 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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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때보다 부의 불평등이 심각한 점도 G20 초부자세 실행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초부자세의 핵심은 '지분 가치'를 포함하는 것이다. 최상위 부자의 재산이 법인과 그 지분 가치의 상속‧증여를 통해 만들어진다는 문제의식에서 '지분가치'를 핵심으로 내세운 듯하다.

실제로 미국 1% 부자들의 자산 수익률은 평범한 사람들의 평균 수익률보다 3.5배 높은데, 이는 도관회사와 같은 법인을 통해서 부자들이 조세회피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참고: 도관회사(Conduit Company)는 소득이나 자산을 지배하거나 관리하지 않은 채 조세회피만을 위해 설립한 회사를 의미한다. 소수 직원이 상주하면서 서류전달 등 간단한 업무를 수행한다. 실체가 없는 페이퍼컴퍼니와는 다르다.]

오언 지다 프린스턴대 교수, 에릭 즈윅 시카고대 교수, 매슈 스미스 재무부 애널리스트는 2023년 발표한 '미국 최고의 부: 이질적 수익률에 따른 새로운 추정(Top Wealth in America: New Estimates under Heterogeneous Returns)'이라는 논문에서 "1989~2016년 미국 상위 1%, 0.1%, 0.01% 부자들이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6.6%포인트, 4.6%포인트, 2.9%포인트 커졌다"고 분석했다. 미국 자산 상위 1%는 2016년 1월 현재 전체 자산의 33.7%를 차지하고 있다.

■ 논쟁의 시작=이처럼 초부자세 논의의 시작은 부자들이 이렇게 돈을 벌고 있는데도, 세금은 덜 내고 있다는 데서 출발했다. 초부자세 논쟁을 불러일으킨 주크만 교수는 보고서에서 "초부자들은 현재 전체 순자산 가치의 0.3%만을 세금으로 내고 있다"고 지적하며 "상위 0.0001% 자산가는 1987년 이후 자산이 연평균 7.1%씩 증가해 현재 전 세계 부의 14.0%를 소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탐사보도 매체 프로퍼블리카는 2021년 미국 국세청(IRS) 자료를 입수해 "워런 버핏, 제프 베이조스, 일론 머스크 등 억만장자들이 세금을 거의 내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미국에서 재산세는 일반적으로 부동산에 매기고, 주식회사 지분 등에는 부과하지 않는데, 이 억만장자들이 자신의 지분 가치가 상승한 만큼 세금을 내지 않았다는 지적이었다.

초부자의 막대한 부는 지분 가치에서 나온다. 일례로, 2014~2018년 워런 버핏은 자신이 회장으로 있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지분 가치가 243억 달러나 증가하고, 소득이 1억2500만 달러에 달했지만, 실제 세금은 2370만 달러만 냈다.

소득세 기준으로 보면 버핏이 19% 정도를 세금으로 낸 격이지만, 지분 가치 상승분을 합치면 실효 세율은 0.10%로 떨어진다. 이 논리를 적용하면 제프 베이조스의 실효 세율은 0.98%, 일론 머스크의 실효 세율은 3.27%다.

100년 전만 해도 미국에서 세금은 특권의 영역이었다. 1918년 미국에서는 전체 가구의 15%만이 소득세 부과 대상이었고, 상위 1% 가구가 전체 국가 세금의 80%를 냈다. 재산세를 부동산을 위주로 책정한 계기도 이 무렵이다.

미국 대법원이 1916년에 주식‧채권 등을 매각하고 이익을 실현해야 과세 대상인 소득이 발생한다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결국 초부자세는 이 판결 이전으로 과세 체계를 되돌리자는 주장으로 풀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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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사실은 과세의 화살을 '재산'으로 돌리는 초부자세 논쟁이 미국에서만 벌어지는 건 아니란 점이다. 소득세에서 재산세로 과세의 중심을 옮기자고 주장하는 경제학자들도 많다.

영국 런던 정치경제대학(LSE)는 영국 차기 여당이 확실시되는 노동당에 정책을 제안하는 내용의 블로그 시리즈에서 "소득에 과세하면 수요가 감소해 경제성장이 저해되지만, 자산에 과세하면 소유자가 자산을 놀리지 않아 성장에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영국에서 노동 소득세는 전체 세수의 60%를 차지하지만, 자본에 매기는 세금은 4%에 불과하다.

하지만 언급했듯 우리나라는 '반대 방향'에 서 있다. 윤 정부와 여당은 부자들을 위해 상속세율을 인하하는 방안을 고집스럽게 밀어붙이고 있다. 이 이야기는 초부자세 논쟁 두번째 편에서 이어나가보자.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ayhan0903@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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