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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4 (목)

프랑스 좌파·중도 연대 본격화… “극우 집권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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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선투표 앞두고 후보 단일화 전략 ‘시동’

RN, 1당 돼도 과반 확보는 어려울 가능성

프랑스 하원의원 총선거 1차 투표에서 극우 성향의 야당 국민연합(RN)이 1위를 차지하며 ‘극우 세력 집권이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정작 프랑스 국내 정가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RN의 득표율이 30%대에 머물면서 ‘결선투표를 감안하면 원내 과반 의석 확보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2위를 기록한 좌파 성향의 야당 신인민전선(NFP)과 3위로 처진 중도 성향 집권당 르네상스는 “극우 정권 탄생만은 막아야 한다”며 후보 단일화 전략을 본격적으로 펼치고 나섰다.

세계일보

지난 6월 30일(현지시간) 프랑스 총선 1차 투표에 참여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오른쪽)과 부인 브리지트 마크롱 여사가 기표소 안에서 투표를 하는 동안 두 사람의 다리만 살짝 보이고 있다. 프랑스 국기 삼색기를 연상시키는 기표소의 디자인이 눈길을 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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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여당은 오는 7일로 예정된 결선투표를 앞두고 좌파 야당 NFP와의 협력을 선언했다. 프랑스 총선은 지역구의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있으면 곧바로 의원 당선이 확정되지만, 그렇지 않은 지역구는 12.5% 이상 득표율을 올린 후보들만을 상대로 2차 결선투표를 치르는 구조다. 따라서 1차 투표에선 RN 후보가 1위를 했어도 결선투표에 앞서 2위 및 3위 후보 간에 단일화가 이뤄진다면 당선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프랑스 내무부가 집계한 결과 1차 투표 득표율은 RN이 33.15%, NFP가 27.99%, 집권당이 20.76%로 나타났다. NFP와 집권당의 지지율을 더하면 거의 49%에 육박해 RN을 압도한다. 지역구마다 상황이 조금씩 다르겠으나 3위에 그친 NFP 또는 집권당 후보가 자진 사퇴하고 상대방 후보 지지를 선언하는 경우 결선투표에선 RN 후보를 누르고 당선될 수 있다.

전체 하원 의석 577석 가운데 1차 투표로 당선이 확정된 의석은 약 13%에 불과한 76석뿐이다. 정당별로 살펴보면 RN이 39석, NFP가 32석, 집권당이 2석을 각각 확보했다. 결선투표에서 NFP와 집권당이 효율적으로 연대하면 RN이 원내 1당이 되는 것은 막을 수 없어도 집권이 가능한 과반 의석 확보는 충분히 저지할 수 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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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극우 진영 지도자인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전 대표가 총선 1차 투표 이튿날인 1일(현지시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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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마크롱 대통령은 1차 투표 결과가 나온 당일 내놓은 성명에서 “극우에 대항하기 위한 민주 세력의 광범위한 연합”을 촉구했다. 좌파 NFP와 중도 집권당이 결선투표에 앞서 손을 잡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실제로 각 지역구에서 3위를 기록한 NFP 또는 집권당 후보들 다수가 “결선투표에 나가지 않고 후보직을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속속 표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맞서 극우 진영의 대표적 지도자인 마린 르펜 전 RN 대표는 프랑스 국민들을 향해 “우리 당이 하원의 압도적 다수를 차지해 집권할 수 있도록 결선투표에서 표를 몰아 달라”고 호소했다. 프랑스 헌법은 하원이 총리 등 내각에 대한 불신임권을 갖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원내에 과반 의석을 지니고 있는 정당만이 총리를 배출하고 그가 내각을 구성할 수 있다는 뜻이다. RN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는 경우 현재 28세인 젊은 정치인 조르당 바르델라 대표가 총리를 맡을 것이 확실시된다. 이 경우 대통령과 총리의 소속 정당이 서로 다른 동거정부(cohabitation)가 22년 만에 출현하게 된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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