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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4 (목)

유치원서 만나 50년 해로한 부부, 한날한시 세상 떠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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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네덜란드 ‘동반 안락사’ 조명

조선일보

유치원 시절 처음 만나 50년간 함께한 네덜란드 부부가 동반 안락사로 세상을 떠났다. /BBC 보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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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시절 처음 만나 50년간 함께한 네덜란드 부부가 동반 안락사로 세상을 떠났다.

BBC는 지난달 29일(현지 시각) 보도에서 얀 파버(70)와 엘스 반 리닝겐(71) 부부가 지난달 3일 안락사를 통해 생을 마감했다고 전했다. 얀과 엘스는 유치원 시절 처음 만나 결혼해 아들 한 명을 낳았다. 얀은 네덜란드 청소년 국가대표팀에서 하키 선수로 활약했고 스포츠 코치로 일했다. 엘스는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했다. 두 사람은 보트와 항해를 사랑했으며 결혼 생활 대부분을 모터홈이나 보트에서 보냈다. 젊은 시절에는 하우스보트에서 살기도 하고 화물선을 사들여 내륙 수로를 따라 상품을 운송하는 사업을 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두 사람의 건강에 위기가 찾아왔다. 2003년 허리 수술을 받았지만 호전되지 않았던 얀은 극심한 허리 통증에 시달렸다. 통증으로 다량의 진통제를 먹어야 했고, 부작용으로 복용을 중단하면서 더 이상 일도 할 수 없게 됐다. 그는 종종 가족에게 “오래 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고 한다.

2018년 교사직에서 은퇴한 엘스는 치매 초기 증상을 보였지만 의사를 찾지 않았다. 결국 엘스는 2022년 11월 치매 진단을 받았다. 엘스는 자신의 상태가 나아지지 않을 것을 알게 된 후 가족과 동반 안락사를 논의했다. 얀은 “약(진통제)를 많이 먹으면 좀비처럼 살아야 했다. 그래서 내가 겪고 있는 고통과 아내의 병(치매)을 생각했을 때 이걸 멈춰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안락사를 결정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얀은 “저는 제 인생을 살았고, 더 이상 고통은 원하지 않는다”라며 “우리가 살아온 인생은 고통으로 늙어가고 있다. 우리는 그것을 멈춰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아들은 부모가 동반 안락사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아들은 부모에게 “(병을 고칠 수 있는) 더 나은 시대가 올 거야”라며 만류했지만, 두 사람은 ‘다른 해결책이 없다’는 데에 결론이 닿았다.

안락사 전날, 엘스와 얀은 아들과 손주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엘스와 아들은 해변에서 산책했고, 가족은 마지막 저녁 식사를 함께했다. 아들은 “아이들이 놀고 있었고 우리는 농담을 주고받았지만 정말 이상한 하루였다”며 “우리 모두가 함께 마지막 저녁을 먹는 걸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났다”고 회상했다.

안락사 당일 아침, 부부의 가족과 친구들은 지역 호스피스에 모였다. 그들은 의사가 도착하기 전 2시간 동안 추억을 나누며 노래를 불렀다. 의사들이 도착하자 모든 절차가 빠르게 진행됐다. 부부는 의사의 지시에 따랐고 단 몇 분 만에 세상을 떠났다. 부부가 마지막 숨을 거두기 며칠 전 찍은 사진과 함께 살던 캠핑카가 유족에게 남겨졌다.

네덜란드에서는 안락사와 조력 사망이 합법이다. 개인이 자발적으로 요청하고 의사가 ‘신체적 혹은 심리적 고통을 견디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평가하며 개선 전망이 없을 때 가능하며, 두 명의 의사로부터 평가를 받아야 한다. 2023년 네덜란드에서는 안락사를 택해 9068명이 사망했으며 이는 전체 사망자 수의 약 5%에 해당한다. 동반 안락사 사례는 33건으로 총 66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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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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