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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4 (목)

"요즘 부모 멍청…우천시가 지역이냐더라" 어린이집 교사 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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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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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의 문해력 저하가 사회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학부모들 중에서도 기본적인 어휘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우려를 표했다.

지난달 30일 한 온라인커뮤니티에는 ‘요새 아이 부모들 너무 멍청하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내용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뒤늦게 확산하고 있다.

자신을 9년차 어린이집 교사라고 밝힌 작성자 A씨는 “저도 그렇게 똑똑하고 학벌 좋은 사람은 아니지만 요즘 사람들은 해도 해도 너무한 것 같다. 그런데다 고집은 세지고 말은 더 안 통한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이 글에서 A씨는 9년 전보다 학부모에게 공지 내용과 관련한 질문을 많이 받게 됐다며 직접 겪은 사례들을 소개했다.

먼저 “보통 ‘OO를 금합니다’라고 하면 당연히 금지한다는 뜻이지 않나. 그런데 일부 학부모들은 ‘금’이 좋은 건 줄 알고 ‘가장 좋다’는 뜻으로 알아듣는다”고 했다.

또 “우천시 OO로 장소 변경이라고 공지하면 ‘우천시에 있는 OO지역으로 장소를 바꾸는 거냐’고 묻는 분도 있다”며 “섭취·급여·일괄 같은 말조차 뜻을 모르고 연락해서 묻는 분들이 예전에는 없었는데 요새는 비율이 꽤 늘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단어뿐만 아니라, 말의 맥락도 파악을 잘 못 한다. ‘OO해도 되지만, 하지 않는 것을 권장해 드립니다’라고 했더니 ‘그래서 해도 되냐, 안 되냐’고 문의한 학부모가 네 명이었다”며 “최대한 쉬운말로 풀어내서 공지해도 가끔 이런다”고 토로했다.

학부모가 학교나 학원 등에서 보낸 가정통신문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오해를 빚은 사례는 이전에도 종종 전해졌다.

조병영 한양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지난해 3월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해 문해력과 관련된 한 초등학교의 일화를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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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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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수학여행 가정통신문에 ‘중식 제공’을 보고 ‘왜 중국음식을 제공하냐, 우리 아이에게는 한식을 제공해 달라’고 하고, ‘교과서는 도서관 사서 선생님께 반납하세요’라는 글을 보고 교과서를 사서 반납하는 일도 벌어졌다”고 했다.

조 교수는 “영상으로 정보를 취하고, 글을 읽을 일이 없는 거다. 긴 글 읽는 거 어려워하고”라며 “학부모들도 아이들에게 글과 책 읽으라고 하지만 가정통신문조차 안 읽는다. 코로나가 심할 때는 가정통신문을 영상으로 만들어서 보냈다. 안 읽으니까”라고 했다.

한편 코로나 이후 학생들의 기초학력과 문해력이 떨어졌다는 우려가 잇따르자 전국의 시도교육청은 학생들의 문해력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서울 초중고교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점검하기 위해 작년부터 시행한 문해력·수리력 진단 검사를 올해도 시행하면서 검사 대상을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리겠다고 밝혔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문해력과 수리력 진단과 정보 제공, 교원 역량 강화 및 맞춤형 교육을 통해 학생의 미래 역량을 신장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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