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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4 (목)

[시시비비]2차 베이비부머, 70년대생도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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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특정 시기에 많은 사람이 태어난 것을 일컫는 ‘베이비부머’는 전쟁과 관련이 깊은 단어다. 미국에서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인 1946년부터 1965년, 이른바 베이비붐 시대에 태어난 이들을 지칭한다. 한국의 베이비부머도 전쟁과 무관하지 않다. 한국전쟁 직후인 1953년부터 베트남전쟁 참전 직전인 1963년까지 베이비붐 시대에 태어난 사람을 의미한다.

베이비부머가 관심 키워드로 다시 등장한 이유는 1일 한국은행이 전한 ‘BOK 이슈노트’ 보고서 때문이다. ‘2차 베이비부머의 은퇴연령 진입에 따른 경제적 영향 평가’라는 제목의 보고서인데 담긴 내용은 충격적이다. 제2차 베이비부머 은퇴로 인한 노동력 감소로 2024년부터 2034년까지 연간 경제성장률이 0.38%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2차 베이비부머 세대가 태어난 1964년부터 1974년까지는 해마다 100만명씩 새로운 생명이 탄생했다. 이는 1차 베이비부머의 규모를 능가한다. 2차 베이비부머가 대거 노동시장에서 이탈하면 사회적인 충격파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국가의 성장잠재력이 상당 폭 축소될 것이라고 진단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한국은행 보고서에서 눈에 띈 대목은 현재 50대 초반을 이루는 1970년대생들이 어느덧 은퇴를 고민해야 할 세대에 포함됐다는 점이다. 선배 세대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결혼이 늦은 그들 입장에서 은퇴는 현실의 고려 대상이 아니다. 숨을 턱 막히게 하는 자녀의 사교육비 등을 생각한다면 한참은 더 일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실제로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50대 이상 세대의 평균 근로 희망 연령은 70대 중반에 이른다. 1970년대 초반 태생의 경우 앞으로 20년은 더 일할 의지가 있다는 얘기다. 이들이 과거 베이비부머와 다른 점은 높은 교육 수준과 IT 능력을 지닌 세대라는 점이다. 아울러 해외여행이나 골프, 영화와 음악회 관람 등 취미·문화 활동 경험이 풍부한 세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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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2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중견기업 일자리 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공고 게시판을 살피고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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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그들의 사회·문화적인 욕구를 뒷받침할 양질의 일자리는 제한돼 있다는 점이다. 2차 베이비부머의 은퇴 연령을 늦춰 국가의 성장잠재력을 방어하는 게 당연한 명제처럼 보이지만 상황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사회에 한정된 양질의 일자리를 나누는 문제와 관련이 있다. 이는 청년 실업 문제와 맞물려 사회적인 고민으로 이어진다. 자칫하면 또 하나의 세대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민감한 주제다.

2차 베이비부머 은퇴 문제와 관련한 정책 당국의 신중하면서도 세심한 접근이 요구되는 이유다. 이웃 나라 일본 등 유사한 상황을 먼저 겪은 나라의 사례를 참고하면서 한국형 해법의 방향을 잡아갈 필요가 있다. 고령층 재고용 의무화, 법정 정년 연장, 탄력적인 직무·임금체계 도입 등이 해법으로 제시되지만 사회적인 합의가 뒷받침돼야 제도의 연착륙을 기대할 수 있다.

분명한 사실은 2차 베이비부머의 은퇴 문제를 손을 놓고 바라볼 수는 없다는 점이다. 특정 세대의 고민이 아닌 우리 사회가 함께 풀어가야 할 과제라는 점을 인식하는 게 문제 해결의 시작이다.

"생애에 걸쳐 축적한 인적자본을 장기간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은행 보고서는 우리 사회가 무엇에 천착해야 하는지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류정민 사회부장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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