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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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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명 사상’ 블랙박스에 담긴 서울시청역 교통사고…운전자 “급발진”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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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발진 주장’ 운전자 “브레이크 계속 밟았으나 차량이 말을 듣지 않았다”

"처음엔 폭탄이 떨어진 줄 알았어요. 나와보니 사람 한 10명이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고요."

"차량 신호가 빨간 불이었는데 갑자기 (일방통행과) 반대 방향에서 승용차가 달려오길래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세계일보

서울 시청역 인근 교차로를 지나던 차량 블랙박스에 기록된 사고 상황. 사고를 목격한 40대 남성은 "길에서 나온 검은색 차량이 부메랑 모양으로 방향을 틀더니 역주행하더라. 길에 서 있던 열댓명이 한 번에 쓰러졌다"고 밝혔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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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 1일 13명의 사상자를 낸 서울 시청역 교차로 인근 교통사고 전후 상황을 목격했다는 시민들은 이렇게 말했다. 신호도 무시한 채 200m 거리를 빠른 속도로 달리며 '공포의 역주행'을 하던 차량이 보행자들에게 얼마나 큰 물리적 충격을 줬을지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사고 당시 장면이 찍힌 CCTV 영상과 목격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날 오후 9시 27분께 시청역 인근 웨스틴조선호텔을 빠져나온 진회색 제네시스 차량이 굉음을 내며 일방통행인 4차선 도로(세종대로 18길)를 역주행하기 시작했다.

이 차량은 빠르게 달려 도로에 있던 BMW와 소나타 차량을 '쾅, 쾅' 소리와 함께 잇달아 추돌한 후 왼편 인도 쪽으로 돌진해 또다시 '쾅' 소리를 내며 안전펜스를 뚫고 보행자들을 덮쳤다. 이 길은 북창동 음식거리로 들어가는 길목이어서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이다.

CCTV 영상에는 편의점 앞 인도에서 대화를 나누던 시민 여러 명과 휴대전화를 들고 걸어가는 시민이 미처 피할 새도 없이 뒤에서 달려오는 차량에 변을 당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차량은 그 뒤로도 인도와 횡단보도를 이리저리 휘저으며 다른 보행자들을 들이받았고, 교차로를 가로질러 반대편 시청역 12번 출구 인근에 다다라서야 멈춰 섰다.

차량이 연기를 내며 스스로 멈추자 주변에 있던 시민들이 놀라 몸을 피하는 장면도 CCTV 영상에 찍혔다.

제네시스 운전자인 남성 A(68)씨는 사고 직후 차량 급발진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사고 현장을 목격한 시민들은 이 같은 주장에 즉각 '급발진은 아니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귀갓길에 사고를 목격했다는 한 시민은 "급발진은 절대 아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급발진할 때는 (차량 운행이) 끝날 때까지 박았어야 했는데 횡단보도 앞에서 차량이 멈췄다"며 "(급발진이면) 뭐라도 박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실제 사고 당시 상황이 담긴 CCTV 영상을 봐도 급발진으로 보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CCTV 영상에는 사고를 낸 제네시스 차량이 사고 직후 감속하면서 멈췄는데, 일반적인 급발진 차량이 도로 위 가드레일 등 구조물과 부딪히며 마찰력으로 억지로 감속을 하는 것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이 영상을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한 누리꾼은 영상과 함께 '브레이크 밟고 차를 세우는데 급발진이라고?'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운전자와 목격자 진술 등을 토대로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운전자 A씨는 통증을 호소해 일단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다. 차량에 함께 타고 있던 운전자의 아내인 60대 여성도 함께 병원으로 옮겨졌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경위와 원인에 대해서 운전자 진술과 CCTV, 블랙박스 등을 통해서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를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세계일보

블랙박스에 기록된 사고 상황.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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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 차량 운전자는 사고 원인을 ‘차량 급발진’이라 주장했다고 조선일보가 전했다. 그는 “100% 급발진”이라며 “브레이크를 계속 밟았으나 차량이 말을 듣지 않았다”고 했다.

더불어 이날 저녁 호텔에서 행사를 마치고 나오는데 차가 평소보다 이상하다고 느꼈다고 했다. 그는 “본인은 운전을 오래 했고 현직 시내버스 기사이기 때문에 이런 느낌이 있었는데, 이후 갑자기 차량이 튀어나갔다”고 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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