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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4 (목)

운영위 12시간 '해병대원' 공방…"02-800 용산 번호냐" "기밀"(종합2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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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백 의혹에 "대통령실 보관중", VIP 격노설 전면 부인

정진석 "美 루스벨트도 660회 거부권"…與野 막말 공방

뉴스1

박찬대 국회 운영위원장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4.7.1/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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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송상현 한상희 김경민 정지형 기자 = 여야가 22대 국회 첫 운영위원회 회의에서 해병대원 사망 사건 및 외압 의혹을 두고 12시간이 넘게 치열한 공방을 주고받았다. 야당의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공세에 여당은 김정숙 여사의 인도 타지마할 방문으로 응수하는 등 하루종일 막말과 설전이 이어졌다.

국회 운영위원회는 1일 오전 10시부터 국회에서 첫 전체 회의를 열고 대통령실 등을 대상으로 현안 보고를 진행했다.

운영위에서는 이날 오전부터 해병대원 사망 사건 및 외압 의혹을 두고 여야 간 날 선 공방이 거듭됐다. 특히 야당에서는 대통령실 유선 전화번호 확인을 집요하게 추궁했고, 여당은 "비극을 정쟁으로 몰고 간다"고 반발했다.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은 "제가 사용하는 명함 관리 서비스를 통해 검색했더니 02-800-7070 대통령실 전화번호가 버젓이 공개된다"며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대통령실 번호가 기밀이라면 대통령실 직원들은 기밀 사항을 동네방네 떠들고 다녔단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이에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정진석 비서실장에 "빨리 파악하시고 02-800-7070 전화번호가 누구 것인지를 알려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정 비서실장은 "전화번호를 공개적으로 유출할 권한이 제겐 없다"고 거절했다.

야권의 공세가 이어지자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청와대 전화번호를 요구하는 국회의 자료 요구가 있었다"며 "국가기밀 업무 등을 다루는 업무 특성상 공개하지 못함을 양해하여 주시기 바란다(는 답변을 받고) 국회에서도 양해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청와대나 윤석열 대통령실이 입장 차이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같은 당의 임이자 의원도 "우리 젊은 장병의 희생이 이런 식으로 흘러가서는 안 된다"며 "'격노' 실체도 없는 '전화통화기록'만 갖고 마치 뭐가 있는 것처럼 꾸며내고 있다"고 말했다.

정 비서실장은 야당 주도의 해병대원 특검법 추진과 관련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가능성과 관련 "위헌 소지가 있다고 판단되는 법안은 대통령이 당연히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 국민이 가장 존경하는 루스벨트 대통령이 임기 중 660회 거부권을 행사했고 트루먼·아이젠하워 대통령도 임기 중 수백 번 거부권을 행사했다. 설득의 달인이라 불리는 레이건 대통령도 임기 중 77건의 거부권을 행사했다"며 "재의요구는 위헌 소지가 분명한 법안에 대해 대통령이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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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대 국회 운영위원장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으로부터 항의를 받고 있다. 2024.7.1/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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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원 사건으로 야권의 질의가 몰리자, 여당은 김정숙 여사의 인도 타지마할 논란을 언급하며 맞받았다. 강민국 의원은 "김정숙 여사의 '묻지마 해외여행' 논란이 많았다"라며 "해외로 나간 횟수는 무려 48회로 역대 대통령 부인 중 부동의 1위"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여사' 논란에 야권은 윤석열 정부의 김건희 여사 명품백으로 재응수했다. 천하람 의원은 이날 정진석 비서실장에게 질의를 통해 "김건희 여사가 받은 디올백이 어디에 있냐"고 물었고, 정 비서실장은 "대통령실에서 보관 중인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천 의원이 "운영위에서 대통령실을 방문해 디올백 포장이 그대로 보관돼있는지 현장 실사를 간다고 하면 협조할거냐"고 재차 캐묻자, 정 비서실장은 "논의를 거쳐봐야 한다"고 대답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른바 'VIP 격노설'과 관련 "그날(지난해 7월31일)도 정확히 무슨 주제인지 기억은 안 나지만 여름휴가 직전 당시로 기억하고, 저희 앞에서 화를 내신 적은 없다"면서 "(평소 회의에서도)화를 잘 안 내는 편"이라고 말했다.

김진표 전 국회의장의 이태원 사고 조작 관련 발언이 담긴 회고록도 도마에 올랐다. 임광현 의원은 "윤 대통령께서 김진표 전 국회의장께 했다는 발언이 국민의 공분은 사고 있다"고 비판했다.

야권의 공세가 이어지자 여권에서는 대통령실을 향해 강력 대응을 주문했다. 임이자 의원은 "(야권이) 정권에 대한 찬탈을 하려고 하는 게 아닌가는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며 대통령실을 향해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정 비서실장은 "말씀에 동의한다"며 "거짓과 가짜뉴스의 모래성은 오래가지 못한다는 확신이 있다"고 답했다.

운영위에선 늦은 밤까지 설전이 이어졌다. 오후 9시 속개 이후에도 야당은 해병대원 특검법,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공세를 지속했다. 여당은 김정숙 여사의 인도 타지마할 방문 의혹을 재차 물고 늘어졌다.

추미애 의원은 정 실장을 향해 "(해병대원 사망사고는) 항명 사건이라고 거듭 반복하는데 그거야말로 수사 가이드라인"이라며 "이것은 불법 회수 사건이고 누가 회수지시를 했는지가 본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충질의를 마치고 정진석 실장은 "야당 협조와 소통을 강조했는데 (비서실장이 된 후) 어떤 노력을 했는지 설명해달라"는 박찬대 운영위원장의 요청에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공직자로서 더 무거운 책임을 느끼고 여당, 야당을 포함한 국회와 긴밀히 소통하겠다"고 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정 장을 향해 "야당 위원님들, 중진 위원님들을 관저에, 용산에 모셔서 소통하는 자리를 가지면 대통령실과 정부, 국회, 여야가 훨씬 원활하게 국민을 위해서 국익을 위해서 함께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당부했다. 운영위는 12시간 여만인 오후 10시30분쯤 산회가 선포됐다.

한편 여야는 이날 운영위에서 하루 종일 막말 설전을 이어갔다. 양측은 회의 시작에 앞서 '협치'와 '대화'를 거론하며 성숙한 운영위를 만들어가자고 했지만, 이같은 다짐이 무색하게 상대방의 말꼬리를 잡으며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상황이 잇따랐다.

여야는 "입 닥치라", "체통 같은 소리", "민주당 아버지", "막가파", "봉숭아학당" 등 회의 내내 서로를 향해 헐뜯는 말을 이어갔다. 이로 인해 회의가 중간에 정회되는 등 소동을 빚기도 했다.

songs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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