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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근무 막으려 또?… ‘복귀 전공의 블랙리스트’ 재등장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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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진료과별 복귀자 수 공개

‘출신병원·학번’ 등 신원정보도

실명 빠졌지만 초성·이니셜 공유

“부역자 응징하겠다” 협박댓글도

‘3월 리스트’ 이어 수사 가능성

가을수련·2학기 등록여부 ‘촉각’

고대의대 교수 무기한 휴업 동참

전공의 이탈로 인한 의료공백 사태가 다섯 달째 이어지면서 정부가 미복귀 전공의 선처 가능성을 검토하는 가운데 복귀자 현황을 담은 ‘참의사 명단’(블랙리스트)이 재등장해 논란이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6월 17∼21일), 연세의대·세브란스병원(6월27일∼), 서울아산병원(7월 4∼10일)에 이어 고려대 의대 교수들도 12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자율적으로 나서기로 하면서, 여전히 의·정 간 대립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조만간 ‘미복귀 전공의 대책’과 의대생 유급·제적을 방지할 ‘비상 학사운영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방침이다.

세계일보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 붙은 전공의 이탈 관련 호소문.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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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등장한 ‘참의사 명단’

1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공의 A씨는 지난주부터 ‘6월 근무 현황표’라는 제목으로 남은 전공의 숫자를 집계했다. 해당 글에는 가나다순으로 병원명·진료과목·연차를 구분해 전공의 숫자를 정리했다. 각 수련병원별 잔류 인원을 제보받았고, 각 병원에 근무하는 전임의(펠로) 숫자도 별도 집계해 게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저는 복귀 및 의료체계의 빠른 정상화를 원하는 전공의”라며 “먼저 용기 내주신 선생님들의 근무현황을 작성하면 결정에 참고가 될 것 같아 본 글을 작성한다”고 썼다. 하지만 다른 글에선 “부역자들은 반드시 기억한다는 걸 모두 다 알아야 할 것”이라고 비판하고 “하루 종일 명단을 작성하고 있다”면서 ‘chameuisa’(참의사)라는 이메일 계정으로 후원을 요청했다.

명단엔 실명이 빠져있지만, 일부는 댓글로 실명이나 초성, 이니셜이 공유됐다. 한 댓글에선 “실명을 공개하면 고발당할 수 있으니 이 사태가 끝나면 공유하자”는 제안이 있었고, “부역자들을 평생 잊지 않고 응징하겠다”, “선배 대접 받을 생각 마라. 너희는 이제 투명인간이다” 등의 협박성 댓글도 달렸다. 지난달 26일 기준, 전국 211개 수련병원의 전공의 출근율은 7.7%에 불과하다. 복귀하는 전공의를 배신자 취급하는 의료계 분위기가 그렇지 않아도 더딘 전공의의 복귀를 더욱 어렵게 하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전공의 이탈 초기인 3월에 병원에 남거나 복귀한 이를 ‘참의사’라고 조롱하는 글이 올라와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이날 “의료인 과로를 피하고 환자 안전을 지키기 위해 7월12일부터 응급·중증 환자를 제외한 일반 진료를 대상으로 무기한 자율적 휴진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부에 “의대생·전공의에 대한 억압을 철회하고 전공의 요구안을 적극 수용해 대화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자율 휴진 5일째인 세브란스병원은 운영에 큰 차질이 없는 상황이다.

세계일보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와 보호자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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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의대생 이탈, 여름 넘기나

교육부에 따르면 가톨릭대·고려대·성균관대 등 12개 의대가 29명을 재외국민전형으로 선발하는데, 10개교는 8∼12일 원서 접수를 시작한다. 수시 원서 접수는 9월이지만 재외국민 전형을 먼저 진행하고, 8월 말쯤 합격자를 발표한다. 사실상 2025학년도 증원이 확정되는 셈이다.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이탈 사태는 ‘가을 수련’과 ‘2학기 등록’을 두고 변곡점을 맞을 전망이다. 전공의들이 9월1일 가을 수련을 시작하려면 각 대학 수련평가위원회 사무국은 45일 전인 7월 중순까진 모집 대상과 일정 등을 확정해야 한다. 각 수련병원은 정부에 수련 관련 제한을 없애달라고 요청했는데, 정부는 이를 수용하거나 미복귀 전공의 행정처분 ‘유예’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대 의대가 1일 개강하면서 40개 의대·의학전문대학원이 수업에 나섰지만 의대생들은 강의실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 8월에 의대생들이 2학기 등록금을 납부할지가 최대 관심사다. 등록하지 않으면 제적이 불가피해 등록하되 수업거부를 이어갈 공산이 크다. 정부는 내년 예과 1학년 수업에 7500명이 몰리는 사태를 막기 위해 1학기에 수업을 듣지 않았어도 유급 없이 학사 일정을 계속할 수 있는 ‘비상 학사운영 가이드라인’을 곧 발표할 전망이다.

한편, 의대생 학부모 2800명과 사직 전공의 171명,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 등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조규홍 복지부 장관을 ‘직권 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고소했다고 이병철 변호사가 밝혔다. 이 변호사는 “조 장관이 최근 국회 청문회에서 ‘대통령에게 사전보고도 하지 않고, 2월6일 보정심 회의 직전에 단독으로 의대 증원 숫자 2000명을 결정했고, 이를 대통령실에 통보했다’고 답변한 것은 윤석열 대통령을 패싱한 직권 남용”이라고 주장했다.

정재영·이정우·김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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