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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사설] 높아진 트럼프 복귀 가능성, ‘핵무장론’ 떠들 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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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례적으로 미국 대선후보 선출 전에 열린 TV 토론회에서 민주당 주자 조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 약점이 부각됐다. 민주당 후원자들 사이에 후보 교체론이 제기되며 내달 전당대회까지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 가능성이 좀 더 커진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재집권 시 미국은 한국에 주한미군 주둔 비용 증액과 한·미 연합훈련 및 전략자산 전개 비용 부담을 요구할 수 있다. 무역수지 개선을 위한 통상 압력을 가할 수도 있다. 바이든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그 하위 요소인 한·미·일 협력의 미래도 불확실해질 수 있다. 북한과 미국이 핵 문제를 놓고 ‘중간단계’ 협상을 할 수도 있다. 물론 북·러 동맹 부활, 미·중 전략 경쟁이라는 여건 때문에 트럼프가 집권해도 그 변화 폭이 제한적일 순 있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윤석열 정부의 현 외교 기조로는 한국이 어려운 처지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나경원 의원이 1일 ‘자체 핵무장’ 토론회를 여는 등 국민의힘 전당대회 과정에서 핵무장론이 계속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자체 핵무장은 실현 가능성도 낮고, 바람직한 선택지도 아니다. 무엇보다 한국 보수는 미국으로부터 전시작전통제권을 돌려받는 것에도 소극적이면서 무슨 핵무장을 말하는가. 자체 핵무장 군불때기로 미국으로부터 뭔가 더 얻어내자는 계산이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있는데, 미국은 한국 보수가 한·미 갈등을 무릅쓰고 핵무장을 할 배짱이 없다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안다. 북한 비핵화가 한층 어려워진 게 사실이지만, 미국의 확장억제를 바탕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궁극적 목표로 유지하는 것이 도덕적 우위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

지금은 실현 가능성이 낮고 바람직하지도 않은 핵무장론에 헛힘을 쓸 때가 아니다. 트럼프 집권 후 도전 과제가 될 북한·중국·통상 관련 정책 등에 대한 상세한 대비책을 마련해두는 게 필요하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국민적 지지 없이 한·일관계를 개선한 뒤 한·미·일 협력이라는 구조물만 계속 쌓아올려 왔고, 어느 순간 그런 관성적 흐름에 그냥 몸을 맡겨둔 것처럼 보인다. 트럼프의 충격에 대비하려고 한다면, 한국은 이러한 관성이나 경직성을 깨고 몸을 유연하게 만들어둘 필요가 있다. 북한과의 소통 채널 확보, 대중국 관계를 고려한 한·미·일 협력 수준 재조정, 그리고 실익 우선 통상 정책을 준비해야 한다.

경향신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부부가 지난달 29일 지방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비행기에서 내리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지난달 28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준 뒤 민주당 내에서 대선후보에서 물러나라는 요구에 직면했지만, 완주 의사를 재확인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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