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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홍콩 반환 27주년, 긴장되고 무거운 분위기 속의 반환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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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참석 없는 홍콩 및 중국 당국자들만 참석하는 기념식 열려

파이낸셜뉴스

홍콩 반환 27주년을 맞은 1일 홍콩섬 골든 바우히니아 광장에서 오성홍기와 홍콩기 게양식이 열리고 있다. SCMP 캡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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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베이징=이석우 특파원】홍콩이 1일 반환 27주년을 맞았다.

홍콩은 아시아의 대표적인 금융중심지이자 자유스러운 무역허브이라는 위상이 갈수록 추락하고 있는 가운데 경기 침체와 커가는 중국의 입김 속에서 고민하고 있다.

홍콩 시민들은 반환기념일날 공휴일로 하루를 쉬었지만, 이날 거리 곳곳에는 경찰들의 철통같이 삼엄한 경비가 이뤄졌다. 홍콩 경찰은 지난달 24일부터 보안 조치를 강화하고 거리 곳곳에 무장경찰을 배치해 시위 등을 감시하면서 무거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경찰은 "공공장소에서 선동적인 옷을 입고 주목받는 행동을 하는 사람은 누구나 체포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반중 또는 민주주의 옹호 시위 등에 대응하기 위해서였다. 홍콩 당국은 민주화 시위와 선동적인 행위에 대해 국가보안법상 최대 7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강조해 왔다.

"경기도 살아나지 않고 있는데, 홍콩 당국이 지난 3월 전격 시행한 개정 국가보안법으로 억압적이고 암울한 분위기까지 확산되고 있다"라고 현지 주민들이 전했다.

중국, 27년전 '1국 양제'와 "홍콩인들이 간섭없이 독자적 운영"을 약속


중국 당국은 27년전 ''1국 양제''와 ''강런지강''이란 약속 아래 영국령 홍콩을 반환 받았다. "한 나라 두 가지 시스템으로 향후 1백 년 동안 홍콩의 기존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해 나가겠다"는 '1국 양제'와 "홍콩은 홍콩인들이 외부 간섭없이 독자적으로 운영해 나간다"는 '강런지강'의 원칙을 천명하고 대내외적으로 약속했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앞당겨 홍콩에 대한 중국화에 속도를 내어 왔다.

지난 몇 년 동안 독자성과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둘러싼 홍콩인들의 요구와 몸부림은 국가보안법으로 재갈을 물린 상태이다.

이런 분위기속에 사법제도의 독립성을 둘러싼 갈등은 최근 홍콩 법원에서 일하던 외국인 판사들의 잇단 사표로 이어졌다. 지난 6월 초 영국인 조너선 섬션 판사는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에서 "홍콩 당국이 정치적 반대 표현에 편집증적으로 대하고 있다"라고 비판하면서 사임을 발표했다.

섬션 판사는 "한때 활기차고 정치적으로 다양한 공동체였던 홍콩은 천천히 전체주의 국가가 돼 가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홍콩 국가보안법을 언급하며 "이 법은 판사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한다"라며 "중국은 법원의 판결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법을 임의로 해석하고 판결에 개입할 권한을 가졌다"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영국인 법관 로런스 콜린스 판사도 지난 6월 6일 사임 의사를 밝히며 "홍콩의 정치 상황 탓에 사임한다"라고 발언했다. 종심법원의 캐나다인 판사 베벌리 맥라클린도 오는 29일 임기가 끝나는 대로 연임하지 않고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교육의 중국화도 급물살


시위 도중 붙잡혀 2020년 12월부터 3년 8개월째 구속중인 홍콩 애플데일리 및 지오르다노 사주인 지미 라이에 대한 재판도 홍콩 사법제도의 독립성과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중국화와 중국의 입김은 교육부문에서도 역력했다.

홍콩 교육부는 지난달 말 '국가 안보 교육을 통한 정체성 등'이라는 가정 교육 관련 통신문을 통해 국가정체성과 안보관 강화에 부모들이 관심을 갖고 협조할 것을 당부했다고 홍지콩프리프레스(HKFP) 등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2019년 홍콩 반정부 시위에 놀란 중국은 2020년 6월 국가보안법을 직접 제정해 시행했고, 애국 교육 관련 프로그램을 강화해왔다. 지난해 11월에는 초등학생도 국가보안법과 중국 공산당 및 군에 대해 배우는 내용으로 초등학교 일반교양 과목을 개정하며 홍콩의 중국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모건스탠리 아시아회장을 지낸 세계적인 이코노미스트 스티븐 로치는 지난 2월 신문 기고를 통해 "역동적이던 홍콩, 자유롭고 자랑스러운 세계적인 도시는 끝났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과의 갈등 등 지정학적인 요소, 침체된 중국 경제, 자기결정력의 상실 등으로 홍콩의 추락을 예견한 것이다.

국제 금융 허브란 명성도 흔들


이런 상황에서 '국제 금융 허브'란 홍콩의 명성도 빛이 바래고 있다. 올 상반기 기업공개(IPO)를 통해 홍콩이 유치한 자금은 20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상반기 총 27개 기업이 홍콩 증시에서 IPO를 통해 15억달러(약 2조685억원)를 조달했다.

지난 6월 28일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 발표에 따르면 상반기 글로벌 증시 IPO 순위에서 홍콩증권거래소는 전년 동기보다 4계단 떨어진 13위였다.

한편 이날 27주년 반환 기념식에는일반인 참석하지 못하는 홍콩 및 중국 정부 관계자들만이 참석한 행사로 치러졌다. 홍콩은 1997년 반환 이후 줄곧 일반인이 참석했으나 2019년 ‘중국 송환 반대법’ 시위 이후 중국과 홍콩 정부 관계자들만 참석한 가운데 기념식을 진행해 왔다.

중국 주요 지도자들이 참석하지 않았고, 불꽃 쇼도 열리지 않은 채 썰렁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정옌슝 홍콩 주재 중국 중앙연락판공실 주임과 전임 행정장관인 량춘잉, 쩡인취안, 린정웨얼 등이 참석했다.

홍콩의 행정수반인 존리 행정장관은 이날 오전 완차이의 골든 바우히니아 광장에서 열린 오성홍기와 홍콩기 게양식을 가진 뒤 홍콩섬 컨벤션센터에서 기념 리셉션을 가졌다. 중국 국기 등 게양식이 진행되는 동안 빅토리아항에서는 선박들이 물대포를 쏘고, 하늘에서는 오성홍기와 홍콩기를 단 헬기가 날며 축하했다. 홍콩 당국은 이날을 축제분위기를 만들려고 무진 애를 쓰는 모습이었다.

버스 등 대중교통 시설 및 박물관 등 무료 및 주요 시설 개방

홍콩은 이날 박물관을 무료 입장하고 많은 식당과 소매점은 할인 행사를 했다. 버스, 지하철 등 일부 대중교통들도 무료로 운행됐다. 홍콩 주둔 인민해방군은 이날 부대를 일반에 공개하고 부대 내에서는 무기를 전시했다.

이날로 3번째 임기를 맞은 리 장관은 경제 발전과 민생 개선에 남은 임기의 중점을 두겠다고 말하면서 홍콩 시민들의 마음을 달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중국 당국도 앞서 홍콩에 여행하는 자국 국민들의 면세한도를 높이는 등 홍콩의 활력을 되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june@fnnews.com 이석우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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