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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달라지는 가족 풍경에…뒤집힌 유류분·친족상도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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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친족 사이의 유대 및 신뢰 관계는 절대불변의 것이 아냐”
법조계 "수면 아래 있던 친족 관련 조항 도전 계속될 것"


파이낸셜뉴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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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오늘날 사회구조가 산업화를 거쳐 정보화 사회로 변화하면서 가산의 개념이 사라지고, 가족의 의미와 형태에 많은 변화가 이루어진 상황에서, 피상속인의 의사를 제한하여 유류분권을 부여하는 것은 그 타당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유류분 조항 위헌 제청 사건)

# "현재 우리 사회는 가족 세대의 구성이 단순화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경제활동의 양상도 과거와는 현저히 달라졌다. 이에 일정한 친족 사이에서는 언제나 경제적 이해관계가 공유될 수 있다거나 손해의 전보 및 관계 회복이 용이하다고 보는 관점이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렵다."(친족상도례 조항 위헌확인 사건)

우리나라의 가족 구성 및 산업구조, 인식 등이 급격하게 변화하면서 수십 년간 유지돼 온 제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지난 4월 피상속인의 형제·자매에게까지 고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일정 비율의 상속분을 보장하는 유류분 제도에 대해 위헌 결정한 데 이어 지난달 27일 가족 간 절도, 사기 등 재산범죄에 대해 처벌하지 않도록 규정한 형법상 '친족상도례'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놨다. 두 제도가 시행된지 각각 47년, 71년 만이다.

수십 년간 지속돼 온 제도들에 제동을 건 헌재는 공통으로 우리 사회 구조가 급격히 변화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급격한 변화는 수치로도 나타난다. 통계청에 따르면 1980년 우리나라 가구 구성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유형은 6인 이상 가구(29.8%)였다. 당시 1인 가구는 4.8%, 2인 가구는 10.5%로 가장 낮은 비율을 보였다.

그러나 2022년에는 1인 가구 비중이 34.5%, 2인 가구 비중이 28.8%로 집계되며 1위, 2위를 차지하는 등 상황이 반전됐다. 국내 가구의 절반 이상이 1, 2인 가구라는 것이다. 같은 기간 6인 이상 가구는 0.7%로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불과 40여 년 만에 우리나라 가정의 양상이 완전히 변화했다는 얘기다.

헌재는 이같이 대가족에서 핵가족, 소가족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가족에 대한 신뢰 관계 및 인식도 바뀌었다고 분석했다.

헌재는 친족상도례 조항의 위헌 확인 결정문에서 “친족 사이의 유대 및 신뢰 관계는 절대불변의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는 사회문화와 산업구조, 시대 구성원들의 경제활동 양상을 포함한 생활양식의 변화에 영향을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박수홍씨나 구하라, 박세리 등 유명 연예인들의 가족 간 갈등을 둘러싼 여론도 이 같은 인식 변화의 방증이라고 입을 모은다.

박수홍씨의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존재의 노종언 변호사는 "유명 연예인들의 가족 간 갈등이 공론화 된 것은 누구나 비슷한 상황을 겪으며 구조적 모순에 대해 느꼈던 불합리가 터져나온 것"이라며 "혈연적 의미의 가족이 아닌 실질적 의미의 가족을 반영하는 것이 헌법정신"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노 변호사는 "그동안 은밀하게 잔인한 양상으로 발생한 가족 간 분쟁이 많았는데, 헌재의 결정으로 이러한 부분에 대한 인식이 마련된 만큼, 건강한 가족관계를 형성할 계기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법무법인 법승의 안성훈 변호사도 “유류분 조항이나 친족상도례 조항과 마찬가지로 친족을 널리 경제공동체로 본 규정들은 계속 도전을 받을 것”이라며 “앞으로 수면 아래에 있던 가족 간의 재산범죄가 형사 사건화되는 일이 본격화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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