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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공한증에 떨어” “학폭 가해자” 진흙탕 싸움된 국민의힘 전당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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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윤상현 의원이 지난 6월21일 인천 미추홀구 용현시장에서 당대표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한 데 이어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나경원 의원,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원희룡 전 국토부장관(왼쪽 사진부터)이 잇따라 당대표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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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와 경험 없는 당 대표가 또다시 만들어진다면 7년 전 있었던 탄핵으로 인한 ‘공멸 어게인’이 벌어질 수 있다. 저는 ‘공한증(한동훈에 대한 공포 증세)’에 떨고 있다.(원희룡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나경원 후보는 그때는 일종의 학폭(학교폭력) 피해자셨는데 지금은 가해자 쪽에 서고 계신 것 같아 아주 안타깝다.(한동훈 당대표 후보)”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대표 후보들 간 경쟁이 격화하며 선거전이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되고 있다. 총선 참패 이후 당의 쇄신과 비전에 대한 생산적인 토론이 오가는 게 아닌 인신공격성 상호 비방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후보들 간 설전은 대세론이 형성된 한 후보와 나머지 세 후보 간의 1 대 3 구도로 펼쳐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중 원 후보가 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6건의 글을 올리며 한 후보를 저격하는 데 앞장섰다.

원 후보는 이날 SNS에서 “전당대회를 미래를 보여주는 정정당당한 축제로 만들자”는 한 후보의 발언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원인가”라며 비판했다. 그는 “적어도 총선참패의 주책임자가 할 말은 아니다. 당론으로 반대하는 특검을 수용하겠다며, 내부 갈등을 촉발시킨 당사자가 할 말도 아니다”라고 했다. 한 후보의 총선 참패 책임론과 해병대 채 상병 특검 추진에 따른 당내 분열론을 부각한 것으로 보인다.

원 후보는 또다른 SNS 글에서도 “매우 이례적인 비례대표 연임, 징계 전력자 비례대표 공천 등 지난 총선에서 있었던 ‘듣보잡 사천’에 대한 조사와 책임자 규명 또한 필요하다”며 한 후보를 겨냥했다. 한 후보가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을 당시 벌어진 사천 논란 등을 거론한 것이다.

원 후보는 재차 SNS 글에서 한 후보의 박근혜 전 대통령 수사 이력 등을 들어 “한 후보의 과거를 보면 자신을 키워주다시피한 윤석열 대통령을 어떻게 배신할 수 있었는지 이해가 간다”고 했다. 윤 대통령과 한 후보 사이가 멀어졌다는 ‘배신의 정치’ 공세를 이어간 것이다.

원 후보는 이날 충북도청 기자간담회에서도 “신뢰와 경험이 없는 당 대표가 또다시 만들어진다면 당정 충돌과 그로 인한 자중지란의 분열, 그리고 거대 야당의 특검을 미끼로 내세운 탄핵 선동에 7년 전 있었던 탄핵으로 인한 공멸 어게인이 벌어질 수 있다”며 “공한증에 떨고 있다”고 했다.

윤상현 후보도 SNS에서 “한 후보가 왜 윤석열 대통령과 절연하게 됐는지 알 것 같다”며 “자기애가 너무 강한 듯하다”고 저격했다. 그는 “거대 야당과 싸울 때 다들 어디 계셨냐고 물었는데 마치 혼자만 싸운 듯이 말하는 건 당원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태도”라며 “공포 마케팅 한다면서 공한증을 통해 공포를 조장하는 장본인이 누구인가”라고 했다.

한 후보는 이날 현장 유세 없이 라디오와 TV, 유튜브 등 각종 매체를 통한 여론전에 주력했다. 그는 자신을 향한 경쟁 후보들의 공격에 직접 반박하는 동시에 반격에 나섰다. 그는 CBS 라디오에서 경쟁 후보들이 자신에게 ‘배신자’ 프레임을 내세운 것에 대해 “진짜 배신은 정권을 잃는 것”이라며 맞받아쳤다.

한 후보는 “세 (후보) 분들이 입을 맞춘 듯 일종의 공포 마케팅을 하고 계신 것”이라며 “이건 처음이 아니다. 작년 3월에 김기현 대표가 인위적인 지원을 통해 당대표가 됐을 때도 누가 되면 탄핵이 되니, 배신의 정치니 이런 얘기가 그대로 있었다. 똑같은 레퍼토리”라고 했다.

나 후보를 향해서는 “그때는 학폭 피해자였는데 지금은 가해자”라며 지난해 대통령실과의 마찰과 연판장 사태로 나 후보의 당대표 출마가 불발된 사건을 거론했다. 원 후보에 대해서는 “원 후보가 (박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고 적극적으로 찬성하셨던 것 같다”고 직격했다. 당시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던 원 후보가 오히려 배신자라며 응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후보는 원 후보가 자신을 민주당원 같이 행동한다고 비판한 데 대해서는 “원 후보께서 2018년에 무소속으로 탈당하신 상태에서 제주지사에 나왔다”며 “그때 민주당으로 갈 수도 있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되받아쳤다. 그는 그러면서 “저는 국민의힘에서 정치를 시작했고 국민의힘에서 정치를 마칠 생각”이라고 했다.

원 후보와 한 후보 간 신경전이 가열되자 나 후보는 SNS에서 “원·한(원희룡·한동훈) 갈등이 점입가경”이라며 “둘 중 누가 된다 한들 당이 하나가 되긴 틀렸다”고 싸잡아 비판했다. 그는 “(원·한 갈등이) 상식적인 수준의 상호 검증과 비판을 넘어 이제는 감정싸움으로 치닫고 있다”며 “동료 의원 동원해 저격수로 내세워서 상대를 헐뜯고 조롱하는 정치가 ‘새로운 변화의 시작’이고 ‘원팀’ 정신입니까”라고 했다. ‘시작’과 ‘원팀’은 각각 한 후보와 원 후보의 전당대회 캠프 이름이다.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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