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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AI 열풍, ‘닷컴 버블’과 달라…폭락 우려 시기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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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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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글로벌 산업·기업 및 주식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인공지능(AI) 열풍의 향방을 둘러싸고 과거 2000년 초반의 ‘닷컴 버블’과 같은 폭락 사태를 우려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혁신 기술로서 AI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AI 투자가 둔화되면서 조만간 ‘정점 통과’ 신호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 뒤따랐다.



1일 국제금융센터가 발표한 ‘2024년 하반기 세계경제·국제금융시장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AI 반도체를 중심으로 AI가 글로벌 경제·산업의 지평을 바꿀 혁신 기술이 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이 우세하다. 증기·내연기관, 전기·전자, 컴퓨터·인터넷 등 과거 혁신기술의 3대 요건은 △소비자 효용의 비약적 증가 △대다수 산업에 활용할 수 있는 범용성 △누구나 쉽게 이용 가능한 대중성이 꼽힌다.



보고서는 “AI도 2022년 12월 챗지피티(ChatGPT) 발표 이후 이런 3대 요건을 충족하는 차세대 혁신 기술로 발전할 거라는 전망이 대두하고 있는데, 특히 AI의 높은 범용성은 메타버스, 사물인터넷(IoT), 대체 불가능 블록체인 토큰(NFT), 나노기술, 자율주행 등 근래에 부상한 다른 선도 기술과는 대비되는 강점을 갖고 있다”며 “AI 산업 사이클의 현 위치는 인프라투자에 집중하는 초기 국면으로, 작년 하반기부터 빅테크 기업들의 대규모 설비투자(capex) 경쟁이 시작됐고 금융시장에서도 미국을 중심으로 AI 테마가 주식시장 강세를 견인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AI 관련 설비투자 확대 추세가 최소 1~2년 이상 이어질 전망인데, 최종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AI 서비스·애플리케이션·디바이스 관련 투자 규모는 상대적으로 미약한 편이라고 평가했다. AI 클라우드를 제공하는 대표 기업 4개사(마이크로소프트·구글·아마존·메타)의 전체 설비투자 규모는 2023년 1470억달러에서 올해 2022억달러(280조원)로 37% 증가할 전망이다.



다만 AI 설비투자 사이클에서 정점 통과(피크 아웃) 우려도 존재한다. 보고서는 “AI 수용도 가속화 여부가 관건인데, 대규모 AI 인프라 투자 대비 실제 산업에서의 AI 활용도는 생산성 향상을 이루기에는 아직 미흡한 수준”이라며 “AI 수용도가 낮은 수준에 계속 머물 경우 인프라 투자도 급격히 둔화하면서 설비투자 급감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한겨레

국제금융센터 보고서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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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주식시장에서 AI 테마가 지속될 지 여부에 대해 국제금융센터는 “AI 관련 주식들이 단기간에 가파르게 상승했지만 대체로 실적에 기반하고 있어 AI 테마의 지배력이 장기간 유효할 가능성 있다”며 “다만, 밸류에이션 고평가와 AI 투자가 둔화될 가능성으로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평가했다. 대규모 AI 인프라 투자 및 AI 서비스 개발 수요에 따라 AI 반도체 생산 기업(엔비디아)과 AI 클라우드 제공 기업(마이크로소프트·구글·아마존·메타)의 매출이 증가하고 있고, 엔비디아 및 클라우드 4사의 합산 순이익은 지난해 전년 대비 99% 급증 후 올해에도 58%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내년까지 높은 수준의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AI 관련 종목들을 중심으로 S&P500 종목들의 주가수익비율(P/E) 밸류에이션이 닷컴 버블 이후 최고 수준으로 상승해, 단기 조정 압력은 확대되는 양상이다.



보고서는 밸류에이션, 과잉투자, 레버리지 등 여러 측면에서 최근 AI 테마를 ‘버블’로 평가하기에는 이른 시기라고 분석했다. 밸류에이션의 경우 2000년 닷컴 버블 당시 실제 주당순이익(EPS) 기준으로 나스닥100은 주가수익비율(P/E)이 60배였고, 당시 시스코 등 닷컴 대표기업은 이 배율이 200배 안팎이었다. 반면 현재 나스닥100의 이 배율은 35배, 대표 기업들은 40~70배 안팎으로 버블로 진단하기에는 이른 편이라는 것이다. 과잉투자에 대해서도 보고서는 “닷컴 버블 당시 미국 정보기술(IT) 투자규모가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95년 3.5%에서 2000년 4.5%로 빠르게 확대됐던 반면, 지금은 대규모 AI 인프라 투자에도 불구 국내총생산 대비 정보기술부문 투자 규모 비중은 약 4.0%로 과잉투자로 보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밝혔다. 부채(레버리지) 측면에서도 닷컴 버블 당시에는 인터넷 사업과 무관하거나 비즈니스 모델이 미비한 스타트업 기업들에게 무분별한 대규모 투자가 집행된 반면, 오늘날의 AI 투자는 현금흐름과 재무구조가 탄탄한 빅테크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보고서는 “다만 글로벌 산업·기업에서 AI 이행이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향후 AI 산업 사이클 전개 과정에서 버블이 형성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조계완 선임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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