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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4 (목)

"중국 이미지 벗었더니 77억 모였다"…AI기업들 '이 나라' 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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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중국 항저우에서 인공지능(AI) 스타트업 '탭컷'(Tabcut)을 설립한 우춘쑹과 천빙후이는 자금 조달이 힘들어지자 다른 중국 기업들처럼 올해 3월 싱가포르로 본사를 이전했고, 이후 560만달러(약 77억3248만원)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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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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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중 패권 경쟁으로 인한 지정학적 긴장에 이른바 '싱가포르 워싱'(Singapore-washing)을 선택하는 중국 AI 스타트업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과 첨단산업 주도권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고자 대중국 수출제한 범위를 AI 반도체 칩으로 확대하면서 중국에서의 AI 스타트업 운영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워싱'이란 중국 기업들이 해외 투자자 및 고객 유치를 위해 미국과 대립 관계에 있는 중국 이미지를 지우고 글로벌 기업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싱가포르로 본사를 옮기는 것을 뜻한다.

미국은 중국이 AI를 군사 분야 등에 사용하는 것을 막고자 중국으로의 AI 관련 기술 및 칩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 생성형 AI 열풍을 일으킨 오픈AI는 이달부터 중국에서 자사 AI 모델에 대한 접속을 차단한다. 블룸버그는 "중국 AI 스타트업 대부분은 미·중 갈등 속 미국 및 해외 기업의 중국 기피 현상, 미국의 수출 규제로 인한 엔비디아 칩 등 첨단 기술 구매 제한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런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싱가포르행을 선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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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인공지능(AI)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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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내 문제도 있다. 일부 AI 스타트업은 당국의 자금 지원과 저금리 대출 및 세금 감면 혜택으로 내수 시장에서 일찍 성공을 거두고 그 자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AI 스타트업 탭컷의 우 공동설립자는 "우리는 자금 가용성이 줄어드는 곳보다 자본이 풍부한 곳으로 가고 싶었다"고 싱가포르 이전 이유를 설명했다.

규제 강화도 이유다. 중국 생성형 AI 서비스 관리 방안을 통해 생성형 AI 콘텐츠에 핵심 사회주의 가치 반영을 요구하며, AI 챗봇 등 서비스 출시 전 관련 알고리즘을 정부에 등록하도록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컨설팅업체 창립자는 "이는 AI 개발자가 중국에 있는 경우 '자유로운 탐색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반면 싱가포르는 (중국과 달리) AI 규제가 덜 엄격하고 (외국인의) 회사 설립도 쉬운 편"이라고 짚었다.

싱가포르 경제개발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1100개 이상의 AI 스타트업이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있다. 국가별 자료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중국 스타트업의 비중이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5년 전 난징에서 싱가포르로 이주해 현재 중국 기업들의 이전을 돕고 있는 루지안펑 AI 스타트업 위즈홀딩스 창립자는 "싱가포르 이주를 준비하는 중국인 기업가를 위한 온라인 단체 채팅방에는 425명의 회원이 있다"며 "AI 스타트업 이외 다른 업계에서도 싱가포르 이주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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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톡의 싱가포르 본사 /사진=블룸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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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싱가포르 이전으로 미국의 규제 등을 완벽하게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짧은 동영상 플랫폼인 틱톡(모기업 중국 바이트댄스)과 중국 패스트패션 업체 쉬인의 본사는 모두 싱가포르에 있지만 미국의 강한 견제를 받고 있다. 미국은 틱톡의 보안 문제를 문제 삼아 바이트댄스의 미국 내 사업 매각 및 금지 법안을 통과시켰고, 당초 미국 뉴욕증시 상장을 계획했던 쉬인은 런던 증시 상장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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