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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AI 게임 미래 여는 ‘별동대’… 렐루게임즈 “게임 재미, AI로 다시 써요” [AI레벨업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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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문대찬기자] 크래프톤의 11번째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렐루게임즈는 인공지능(AI) 기술과 게임의 결합에 정체성을 둔 개발사다.

뿌리 역시 지난 2020년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이 딥러닝을 활용해 새롭고 혁신적인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 꾸린 인큐베이팅 프로그램 ‘스페셜프로젝트2’에 두고 있다.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 크래프톤 오피스에서 만난 김민정 렐루게임즈 대표는 “장 의장은 예부터 AI가 게임 혁신의 넥스트 스텝이 될 것이라는 비전이 있었다. ‘유레카’와 같은 모멘트였던 것 같다”며 “분사 당시 30명이었던 조직 규모가 현재는 40명까지 늘었다”라고 전했다.

크래프톤은 올해를 AI 기술 확장의 원년으로 삼고 있다. 지난 3월엔 각 스튜디오에 맞는 AI 기술을 추천하고 딥러닝실과 스튜디오간 가교 역할을 수행하는 AI 전략팀을 신설했다. AI 기술을 개발에 적극 활용해 효율성을 높이고, 전에 없던 게임 재미를 제공하겠단 계획이다.

김 대표는 렐루게임즈를 ‘별동대’이자 ‘선발대’라고 소개했다. 본사와 기술적 교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독자적 노선 속에 AI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게임에 적용하고 있어서다. 효율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한 소규모 조직이라 실험적 시도도 보다 활발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 “크래프톤 측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면서도 “렐루게임즈는 AI 기술을 활용하고 지원하는 딥러닝 본부, 각 스튜디오를 연결하고 AI 기술을 활성화하는 전략실의 성격이 통합된 조직이다. 작은 규모지만 유기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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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렐루게임즈가 AI 기술을 재미 요소로 활용한 게임 개발에 특화된 조직이라는 점은, 크래프톤 AI 조직이나 타 크리에티브 스튜디오와 차별화 된 지점이다. 렐루게임즈는 작년 딥러닝이 스테이지를 생성하는 AI 퍼즐 게임 ‘푼다: AI 퍼즐’을 시작으로 AI 기술을 접목해 재미를 발굴한 게임들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국내 게임사 가운데선 이례적인 행보다.

신승용 렐루게임즈 개발실장(CTO)은 “AI를 게임 개발해 사용하려는 이유는 대부분 개발 효율 측면에 있다. 그렇지 않고 딥러닝을 게임 그 자체의 재미를 위해 접목시키려고 노력하는 곳은 거의 없는 걸로 알고 있다”며 “게임 재미 일부 요소를 딥러닝으로 대체했을 때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게임 플레이나 장르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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렐루게임즈는 5월부터 ‘마법소녀 카와이 러블리 즈큥도큥 바큥부큥 루루핑(이하 마법소녀루루핑)’, ‘언커버더스모킹건(이하 스모킹건) 등 신작을 스팀을 통해 공개했다. 이들 신작은 AI 기술이 곧 게임 핵심 재미로 활용됐다는 점에서 진일보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마법소녀루루핑은 음성 AI 기술을 활용한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이용자가 제시된 주문을 따라 외치면, 목소리 성량이나 높낮이에 따라 마법 강도가 달라지는 새로운 게임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입소문을 타고 인플루언서 대회까지 열리면서 적잖은 화제를 모았다.

김 대표는 마법소녀루루핑은 렐루게임즈에게도 도전적인 게임이었다고 설명했다. 머리가 다 벗어진 중년 남성으로 분해 낯간지러운 마법 주문을 외친다는 건 전에 없는 설정이어서다.

김 대표는 “렐루게임즈는 누구나 신작을 제안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놨다. 루루핑도 신입 PD가 제안해 탄생한 게임이다. AI를 활용해 개발한 것과 콘셉트 때문에 발생할 부정 동향에 대한 우려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과감히 개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마법소녀루루핑은 아직 얼리 액세스(앞서 해보기) 단계로, 콘텐츠 깊이가 높은 작품은 아니다. 렐루게임즈는 향후 콘텐츠를 추가해 게임 재미와 지속성을 확장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다음 에피소드 때는 콘텐츠 밀도를 높여서 조금 더 다양한 변주를 주는 방향을 꾀하고 있다. 이용자들이 PvP(이용자간 대전)도 재밌게 즐길 수 있도록 준비하려 한다. 현재 이용자들이 오픈 채팅방을 이용해 상대를 찾고 있는데 죄송스러운 마음”이라고 전했다.

이스포츠로의 확장 가능성도 내다보고 있다. 김 대표는 “어떤 일본 이용자가 ‘이것이 이스포츠’라고 하더라. 스스로 대회를 연 아프리카 BJ분에게 작은 경품을 지원해드리기도 했는데, 가능성은 보고 있다. 순차적으로 점검하면서 계획을 실행하려 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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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모킹건은 5월 오픈AI가 출시한 대형 언어 모델(LLM) 기반 대화형 AI 서비스인 GPT-4o를 자체 기술로 게임에 맞춤 적용한 신작이다. 기존 선택지형 추리 게임과 달리 용의자들과의 자연어 처리 기반 자유로운 채팅을 통해 증거를 파헤치는 방식으로 눈길을 모았다.

렐루게임즈는 GPT-4o가 공개되자 곧바로 스모킹건 개발에 적용했다. 게이 재미를 위해선 응답속도 보다는 대화 품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신 실장은 “퀄리티 때문에 GPT-4o를 선택한 면이 있다”면서 “스모킹건의 핵심 재미는 결국 NPC(논플레이어블캐릭터)와 어떤 대화든 할 수 있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게임이 성립하기 위해선 GPT와의 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르는 형태 게임과는 제공하는 경험이 완전히 다르다. 이용자 특성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GPT-4o는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고 덧붙였다.

신 실장은 응답 속도와 대화 품질을 높이기 위한 기술적 노력들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용자가 채팅을 하면 여러 단계를 거쳐 GPT에 도달했다가 돌아온다. 해당 단계를 최대한으로 줄여나가면서 우리가 원하는 수준의 답이 도출되도록 노력하고 있다”면서 “뚜렷한 묘책은 없다. 엄청난 싸움과 시간을 투자해 노하우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렐루게임즈는 현재 다양한 관점으로 차기작 개발에 접근하고 있다. 다만 핵심은 AI 기술의 종류 따위 등이 아니라, 재미에 있다고 신 실장은 거듭 강조했다.

그는 “다양한 영역에서 여러 가지를 시도하는 단계”라며 “특정 딥러닝 관점이나 특정 영역으로 주제를 한정해 신작을 생각하지 않는다. 궁극적인 목표는 딥러닝과 게임을 융합해 재미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어떤 기술을 어떻게 사용할지는 정해져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례로 강화학습을 이용한 프로젝트의 경우, 에이전트가 사람보다 플레이를 잘하는 것에서 나아가 어떤 재미를 줄지 고민하고 있다. 제너레이티브 AI를 이용한 기획도 여러개 있고, LLM(언어모델)이나 이미지 기반 기술로 만드는 게임도 생각 중이다”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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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렐루게임즈에 과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 신작들이 화제를 모았다고는 해도 실험적인 성격이 다소 짙어 수익성에 대한 의문부호가 여전한 상황이다. 당장 스모킹건 같은 경우 실시간 언어 서비스를 제공하다 보니 서버 비용이 만만치 않다. 크래프톤의 든든한 지원 사격이 있지만, 언제까지고 이에 기댈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다만 김 대표는 ‘돈이 되느냐’는 질문에 흔들리지 않고, 재미있는 게임을 만드는 과정에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보씩 전진하다 보면 자생력은 자연스레 따라온다는 자신이다.

실제 렐루게임즈는 당초 스모킹건에 일정 횟수로 채팅 제한을 도입할까도 고민했지만, 게임 경험을 해친다는 판단 하에 과감히 손해를 감수하기로 결정했다.

김 대표는 “출발은 실험적일 수밖에 없지만, 새로운 것만 계속할 생각은 없다”라며 “딥러닝이 없으면 안 되는 게임인가, 새로운 재미가 있는 게임인가, 지속 가능한가. 우리가 계속 던지는 질문이다. 지금의 실험작도 얼마든지 더 확장될 수 있다고 본다. 처음 비전을 잊지 않은 게 성장 비결이다. 연구 조직이 아닌 만큼, 자생하고 성장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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