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별장 떠난 바이든…"아들 헌터는 계속 싸우라고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장 오른쪽), 손녀 나탈리(가장 왼쪽)와 피네간이 29일(현지시간) 캠프 데이비드로 향하는 에어포스 원에 탑승하러 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대선 첫 TV 토론에서 완패한 조 바이든 대통령의 가족들이 '대선 도전을 끝까지 해야 한다'고 바이든 대통령을 설득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후보 교체론'이 나오는 상황에서 가족들은 사퇴를 만류하고 있다는 것이다.

NYT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9일 가족들과 캠프 데이비드(대통령 별장)에서 시간을 보냈다. 질 바이든 여사와 장남 헌터를 포함한 가족과 TV 토론 참패의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였다고 NYT는 전했다. 이어 가족들은 이 과정에서 "여전히 4년 더 봉사할 수 있다는 것을 국민에게 보여줄 수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레이스에 남아 계속 싸울 것을 권했다”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29일(현지시간) 해거스타운 공항에 도착했다. AFP=연합뉴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 거부를 가장 강력하게 주장한 가족은 헌터였다고 한다. 헌터는 '노쇠한 대통령'보다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사실을 잘 파악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기 원한다며 사퇴 압박을 거부하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헌터는 앞서 불법 총기 소지 유죄 평결을 받았다.

바이든 대통령의 한 손자는 온라인을 통해 인플루언서들과 소통을 하는 등 캠페인에 참여하겠다는 의견도 피력했다고도 NYT는 전했다.

이 자리에서 가족 중 일부는 론 클레인 전 백악관 비서실장, 어니타 던 백악관 선임고문, 대통령 개인 변호사 밥 바우어 등 이번 TV토론을 준비한 핵심 고문들에 대한 불만도 쏟아냈다. 바이든 대통령이 왜 통계 수치에 과부하가 걸리도록 했는지, 토론 때 창백하게 보이도록 메이크업을 한 건지 등을 꼬집었다고 NYT는 전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여전히 그들을 신뢰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현재 미국에선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CNN에 따르면 영향력 있는 민주당 후원자들 사이에서도 "결단을 내려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우선 "당 차원에서 여파를 신중하게 검토한 후 정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혼재돼 있다. CBS방송이 유고브에 의뢰한 조사(지난 28∼29일, 등록 유권자 1130명 대상)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에 출마해서는 안 된다는 응답이 72%로 지난 2월(63%)보다 9%포인트 늘어난 것으로도 집계됐다. 민주당원 중에서도 바이든 대통령 출마 반대 응답은 46%를 기록 같은 기간 10%포인트 급증했다.

바이든 캠프에선 민주당 지지자들의 불안을 잠재울 방법을 모색 중이다. 앞으로 예정된 기자회견, 토론회, 언론 인터뷰 등에서 변화된 모습과 입장을 어떻게 전할지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지혜 기자 han.jeehye@joongang.co.kr

▶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