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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한국, 인플레 완전정복 못했지만 목표 접근…현금 살포땐 도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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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송 BIS 조사국장 인터뷰

소비자물가 급등 겪었던 韓
인플레 대응책 성공적 평가

재정·통화정책 밀접한 관계
‘포퓰리즘發 위기’ 시대 맞아
화폐가치 수호 더 힘써야


매일경제

신현송 BIS 조사국장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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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경제보좌관 겸 조사국장은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전 세계적으로 치솟았던 물가가 어느 정도 안정세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했다. 여기에는 각국의 물가 안정정책이 큰 기여를 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상황에 맞는 적절한 통화정책과 가계부채 관리를 향후 주요 정책과제로 꼽았다.

신 국장은 최근 매일경제와 진행한 온라인 화상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은 (화폐 가치 하락으로의) 악순환이 발생하지 않는 정도에서 유지해야 한다”며 “악순환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안정적인 기대치를 유지할 수 있는 만큼의 인플레이션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행이 물가 안정목표를 소비자물가 상승률 기준 ‘2%’로 잡은 데 대해선 “인플레이션은 어느 정도 한계선을 넘으면 급격히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며 “과거 2% 정도의 목표면 급격히 고물가 시대로 전환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 국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독특한 쇼크(충격) 때문에 원자재 가격이 많이 뛰었다”며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고환율이라는 이중고로 인해 소비자물가가 많이 올랐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지만 이어진 원자재 가격 하락과 인플레이션 기대치의 안정, 보다 발전된 정책 체계는 인플레이션을 제어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한국의 경우 우크라이나 전쟁발(發) 원자재 가격 상승에 더해 이상기후로 인한 농산물 공급 감소까지 발생하면서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급등했다. 실제로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10월 3.8%에 달했고, 이후 12월까지 3%대 상승률이 지속됐다. 상승률은 올해 1월 2.8%로 내려왔다가 2~3월 3.1%로 다시 올라갔지만, 4월 2.9%로 내려온 데 이어 5월에는 2.7%까지 가라앉았다.

신 국장은 “아직 인플레이션을 완전히 정복했다고 할 수는 없다”면서 “다만 목표치까지 접근하고 있고 예전의 우려와 달리 정책적으로 성공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각종 선거를 비롯한 글로벌 정치 이벤트가 다가오는 상황에서 통화당국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선거 전후 경기 부양을 목표로 한 ‘포퓰리즘’ 정책이 쏟아질 경우 국가 재정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는데, 이를 잡기 위해선 적절한 통화정책이 수반돼야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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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국장은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은 밀접한 관계에 있다”면서 “두 가지 정책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상호작용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 변수들은 상호의존적이며, 특히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간 상호관계는 물가와 환율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 국장은 “앞으로 중앙은행이 직면한 아주 큰 숙제 하나는 새로운 지각 변동이 있는 시기에 어떻게 통화정책을 펴야 하는가의 문제”라며 “중앙은행의 가장 중요한 책무는 자기 나라의 화폐 가치를 수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선거가 다가오면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현금 지원을 비롯한 경기 부양책을 실행해 표를 끌어모아야 한다는 인식이 커진다. 직접적인 현금 지원과 같은 정책은 물가를 끌어올리고 화폐 가치를 하락시킬 가능성이 크다. 통화당국이 기준금리를 조정하는 정책을 펼 때는 이러한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 신 국장의 의견이다.

그는 “가계부채가 높을수록 그에 대한 경기 부양 효과도 많이 떨어진다”면서 “가계부채가 많을수록 금융 안정에 대한 취약성이나 세대간 형평성 문제도 부상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의 상황을 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미국과 일본을 포함한 주요국보다 훨씬 높다. 실제로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0.5%를 기록하며 100%를 넘겼다. 스위스(126.3%)나 호주(109.6%), 캐나다(102.3%)보다는 낮지만, 미국(72.9%)과 영국(78.7%), 일본(63.0%)보다는 훨씬 높다.

국내 통화당국도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한은은 최근 발표한 ‘2024년 상반기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중장기적으로 민간 신용(빚)이 여전히 많은 상황에서 향후 가계부채 누증 재개 등으로 금융 취약성이 증대될 위험이 잠재했다”고 밝혔다. 올해 5월 금융불안지수(FSI)는 15.9로 4월(16.1)보다는 떨어졌다. 1월(17.5) 이후 완만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비은행 금융기관의 연체율 상승 등의 영향으로 아직 ‘주의’ 단계(8 이상)에 머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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