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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이슈 미술의 세계

"마쓰다 세이코 커버로 20대와 40대가 한마음 열광"...뉴진스가 국적·세대 통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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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진스, 6월 26, 27일 일본 도쿄돔서 공연
2회 공연에 9만여 명 동원
하니가 부른 '푸른 산호초' 커버곡 한·일 양국서 화제
한국일보

그룹 뉴진스가 지난달 26일 일본 도쿄돔에서 공연하고 있다. 어도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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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내 사랑은 남풍을 타고 달리고 있어."

지난달 27일 저녁 일본 도쿄돔, 걸그룹 뉴진스의 하니가 일본 국민가수 마쓰다 세이코의 '푸른 산호초(青い珊瑚礁)' 첫 소절을 부르자 4만5,000여 관객이 우렁찬 함성을 터트렸다. 노래 한 곡이 국적과 세대를 무너뜨린 듯했다. 2020년대 한국 아이돌 그룹의 베트남계 호주인 멤버가 부르는 일본 쇼와시대(1926~1989년) 히트곡에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관객부터 중년층까지 화끈한 환호성으로 도쿄돔을 흔들었다. 뉴진스의 도쿄돔 이틀째 콘서트에서 객석 데시벨이 최고점을 찍은 순간이었다. 일본 오리콘 뉴스는 전날 공연 후 "'푸른 산호초'가 끝난 뒤 공연장이 어두워진 뒤에도 충격의 여운이 계속될 정도로 관객들의 고양된 분위기가 도쿄돔을 감쌌다"고 설명했다.


소속사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가 직접 선곡해 연출한 '푸른 산호초' 무대는 공연 후에도 연일 화제가 됐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입소문이 퍼지면서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도 이 곡을 찾아 듣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 관객들이 촬영해 유튜브에 올린 이 곡의 영상은 며칠 만에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독특한 점은 양국 모두 뉴진스의 주요 팬 층인 10·20대와 K팝에 큰 관심을 두지 않던 중년층이 동시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오리콘 뉴스는 "이 노래가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는 게 정말이냐면서 놀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 곡에 대한 관심이 커지자 하니는 6일 니혼TV 생방송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해 다시 부를 예정이다.

해외 가수 중 도쿄돔 최단 기간 입성... 이틀간 9만여 명 동원


5인조 걸그룹 뉴진스는 이번 두 차례 공연으로 일본 내 K팝의 역사를 새로 썼다. 2회 공연에서 시야제한석까지 채운 관객은 총 9만1,000여 명. 도쿄돔은 일본 대중음악계에서 톱스타만 오를 수 있는 상징적 무대로 뉴진스는 국내 데뷔 후 1년 11개월 만, 일본 현지 데뷔 닷새 만에 입성하며 한국 가수 사상 최단 기록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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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뉴진스 멤버 하니가 지난달 26일 일본 도쿄돔에서 일본 국민가수 마쓰다 세이코의 대표곡인 '푸른 산호초'를 부르고 있다. 어도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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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니즈(뉴진스 팬덤) 캠프'라고 팬미팅을 표방한 이번 공연은 지난 2년간 뉴진스가 발표한 모든 곡은 물론 미발표곡 '홀드 잇 다운', 멤버 다니엘의 자작곡 '버터플라이스'를 처음 공개하며 사실상 월드투어의 전초전을 펼쳐 보였다. 첫날 공연엔 일본 인기 듀오 요아소비, 둘째 날엔 영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일본 여성 가수 사와야마 리나가 협업 무대를 꾸미는 한편 각자의 히트곡을 선보였다.

콘서트의 백미는 오프닝을 맡았던 뉴진스의 음악 프로듀서 250(이오공)이 다시 DJ로 무대에 올라 뉴진스 멤버들, 이번 공연에서 연주를 맡은 4인조 밴드와 함께 협연한 순간이었다. 'ETA'로 시작해 250과 밴드의 즉흥 잼 연주, '하우 스위트' '슈퍼내추럴'로 이어진 협업 무대는 댄스 팝, 록, 일렉트로닉, 힙합이 뒤섞이며 확장하다 '뉴진스'라는 하나의 정체성으로 수렴하는 풍경을 그려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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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도쿄 도쿄돔 인근 매장에서 스포츠신문 스포니치가 스이도바시 지역 한정으로 제작한 26일자 뉴진스 특별판을 판매하고 있다. 총 1,000부를 판매하며 1인당 5매까지만 구매할 수 있다는 문구가 쓰여 있다. 도쿄=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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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희진 어도어 대표 "월드투어 전 감 잡는 데 좋은 무대"


2시간 반 가까이 진행된 이날 공연에선 지난 4월 발등 부상으로 한동안 무대에 서지 못했던 혜인이 건강한 모습으로 다른 멤버들과 함께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공연이 막바지에 이를 때쯤엔 "언니들이 고생 많았다"면서 눈물을 흘렸다. 민지는 "정식 데뷔 전 일본에 왔을 때도 항상 환영해 줘서 감사했는데 일본 데뷔하고 나서 이렇게 큰 무대에서 팬들과 만난 게 꿈만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소속사인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는 둘째 날 공연 전 기자들과 만나 "월드투어를 하기 전 감을 잡는 데 좋은 무대였다"면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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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일본 도쿄 시부야 타워레코드의 뉴진스 앨범 판매대 앞에서 손님들이 기념사진을 찍는 등 둘러보고 있다. 도쿄=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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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과 남성이 고루 분포한 관객은 시종일관 선 채로 환호성과 '떼창'을 오가며 들썩거렸다. 공연장에서 만나 대화를 나눈 관객들은 가고시마에서 오사카, 니가타까지 거주 지역이 다양했고 중국, 대만 관객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뉴진스와 인연이 있는 홍콩 배우 량차오웨이(양조위), 일본 그룹 엠플로의 버벌, 일본 현대미술의 거장 무라카미 다카시 등도 공연장을 찾았다. 일본 현지 매체들은 공연 전과 후 특별판을 제작하거나 관련 기사로 지면을 채우며 관심을 보였다. 산케이스포츠는 공연 후 "뉴진스는 버니즈와 함께 새로운 전설을 만들어 가고 있다"고 호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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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뉴진스가 27일 일본 도쿄돔에서 공연하고 있다. 어도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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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관심 없던 중년 남성까지 팬으로... "뉴진스 매력의 정수는 음악 그 자체"


지난해 NHK 연말 특집 프로그램 '홍백가합전'에 초청되는 등 일본 데뷔 전부터 특급 대우를 받은 뉴진스의 인기는 새로운 현상으로 조명받는다. K팝 가수로는 유례가 없을 정도로 가파르게 인기가 상승하고 있는 데다 평소 K팝에 관심이 많지 않았던 이들까지 속속 팬으로 끌어들이고 있어서다. K팝에 무관심하던 중년 팬이 크게 늘자 '뉴진스 오지상(뉴진스 아저씨, 줄임말로 뉴지오지)'이라는 신조어가 생기기도 했다. 40대 남성 관객 가미나가 다이스케는 "1990년대 듣던 힙합과 R&B 요소가 있어 노스탤지어가 느껴지는데 현대적으로 편곡돼 있어 자주 듣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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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일본 주요 신문에 그룹 뉴진스의 26일 공연이 보도됐다. 어도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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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일간지 아사히신문은 공연 리뷰를 실으며 "뉴진스 매력의 정수는 음악 그 자체에 있다"면서 "세련된 클럽 음악의 비트와 투명한 목소리, 스타일리시한 퍼포먼스"를 핵심 요소로 꼽았다. 또 뉴진스의 음악적 특징을 "레트로한 감성의 현대적 재해석"이라고 정의하면서 "단순한 복고 취향이 아니라 당시를 모르는 10대와 20대에게도 신선함과 친근감을 느끼게 하는 감각이 포인트"라고 부연했다.


도쿄=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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